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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미국 서해안의 베니스 비치 근교에 ‘독타운’이란 빈민가가 있었다. 독타운의 아이들은 대체로 서핑에 미쳐 있지만, 언젠가부터 스케이트보드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거리를 달리는 것뿐이었지만, 새로운 소재로 만들어진 스케이트보드는 서핑에서 하는 대부분의 동작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었다. 거칠고 도전적인 독타운의 아이들은 스케이드보드의 혁명가가 되었다. 드디어 ‘Z-Boy’가 탄생한 것이다.
2001년 선댄스영화제에 <독타운과 Z보이스>란 다큐멘터리가 공개되어 감독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감독인 스테이시 퍼렐타는 실제 Z보이스의 일원이었다. 스테이시 퍼렐타는 <독타운과 Z보이스>의 이야기를 극영화로 만든 <로드 오브 독타운>의 시나리오를 썼고, 연출은 <13살의 반란>을 만든 캐서린 하드윅이 맡았다. 1955년생인 캐서린 하드윅은 이제 겨우 2편의 영화를 연출했지만, <툼스톤> <탱크
2005년 우리가 놓친 외화 10 [4] - <로드 오브 독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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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머영화사의 유전자는 여전히 브리튼 섬사람들의 핏줄 속에 남아 있는 모양이다. 대니 보일의 <28일후…>(2002)와 닐 마셜의 <독 솔져>(2002), 런던 지하철을 무대로 한 크리스토퍼 스미스의 <크립>(2004)과 워킹 타이틀의 패러디 좀비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까지, 미국 호러영화계가 PG-13등급의 안온한 취향에 화답하며 오래된 걸작들의 리메이크에 전념하는 동안 영국인들은 창의적인 호러영화들을 생산해왔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05년 영국의 여름을 비명소리로 도배한 <디센트>는 중흥기를 맞이한 영국 호러영화계가 어떤 정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플롯은 군살없이 날씬하다. 존 부어맨의 불쾌한 호러영화 <서바이벌 게임>처럼 막을 올리는 <디센트>는 스코틀랜드에서 래프팅을 즐기는 한 무리의 여자친구들을 비춘다. 그들은 행복하고, 대담하고, 모험을 즐기는 여자들이다. 그러나 돌
2005년 우리가 놓친 외화 10 [3] - <디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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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계 오스트리아 감독 위베르 소페(Hubert Sauper)가 연출한 <다윈의 악몽>은 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3국이 공동제작한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2005년 3월2일 프랑스 개봉 이후 두달 만에 20만명 이상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이 영화는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언뜻 제목을 보면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성격의 영화라고 짐작하기 쉽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과학영화가 아니다. <다윈의 악몽>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정책이 아프리카 대륙을 어떻게 황폐화시켰는지, 아프리카 대륙의 일상화된 전쟁 원인이 무엇인지를 빅토리아 호수의 생태질서 파괴라는 메타포를 사용해 신랄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가 회자되면서 프랑스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을 비롯한 제3세계를 대상으로 자행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과 운동이 조성되고 있다.
풍부한 어종을 가지고 어업으로 소박하고 순수하게 살아가던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빅
2005년 우리가 놓친 외화 10 [2] - <다윈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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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과 베스트 목록 작성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낯선 영화들이 외신을 점령하고 있다. 이들 중 몇몇은 국내영화제를 통해 조용히 소개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직접 보기 힘든 영화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한 <사이드웨이>가 그랬듯 느닷없는 희소식이 들려올 수도 있고,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처럼 제작된 지 몇년이 지나고 나서 갑자기 개봉하는 영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니 <씨네21> 통신원들과 필자들이 선정한 이 영화들은 유효기간 없는 장바구니와도 같을지 모르겠다. 기억하고 있다가, 기회가 오면, 챙겨볼 수 있도록. 이중에는 <그리즐리 맨>의 베르너 헤어초크와 같은 거장도 있지만, 이름도 발음하기 어려운 스리랑카 감독 비묵티 자야순다라 같은 낯선 이도 섞여 있고, 예술보다는 대중문화의 전통을 흡수한 <로드 오브 독타운> <디센트> 같은 영화들도 있다. 세계 각국에서 끌어모은 제
2005년 우리가 놓친 외화 10 [1] - <그리즐리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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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지만 따뜻한 진실의 눈
“싫다는 감정에는 삶을 달리게 하는 에너지가 있다.” 너무 다른 두 직장동료가 주춤거리며 서로에게 기대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잘돼가? 무엇이든>의 연출의도로 감독이 밝힌 문구다. 이것은 심드렁한 반어법일까 혹은 적대적인 강조법일까. 짐짓 차갑고 확신에 찬 태도로 주변 사람들을 적대시하는 지영과 순진무구한 얼굴로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고도 모르는 척 상처를 주는 희진은 정말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이경미 감독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싫어하는 것 역시 대단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고, 그런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삶에 대한 애착도, 잘살고 싶은 의지도 강할 거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그의 연출의도는 수사가 아닌, 진심이다. 그는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하고 부족한 인물을 있는 그대로 찬찬히 이해하고 연민하며, 무관심보다는 부딪침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 맞다고 믿는다. 할머니의 임종까지 연기의 재료로 삼는 배우지망생을 주
발견! 여성감독 기대주들 [4] - 이경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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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확실하고, 부드럽지만 강한 시선
당연한 말이지만 중요한 것은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그 무엇이다. 그것은 순간에 담긴 안타까운 과거일 수도 있고, 자꾸만 움직이고 흘러가지만 분명히 실재하는 감정 혹은 관계일 수도 있다. 송혜진 감독은 그것이 전달되는 가장 올바른 길이 가장 현란한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고 믿는다. 흑백의 스틸사진으로만 만들어진 그의 단편 <원피스>는 감독 자신이 버스 안에서 눈길을 줬던, 가판을 지키는 여인을 기어이 카메라 앞에 불러 세워, 본인도 인식하지 못했을 과거와 욕망을 재현한 영화다. 2002년 국내외의 국제영화제에서 거듭 상영됐던 <안다고 말하지 마라>는 절대로 소통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사촌동생 장철과 그 누나 장주가 결국은 서로에게 희미하지만 굳건한 흔적을 남기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장담하건대 두 영화 모두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감독 스스로 혹은 주변인들이 쉽게 확신할 만한 프로젝트가 아니었을 것이
발견! 여성감독 기대주들 [3] - 송혜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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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함에서 절대성을 발견한다
살다보면 거창한 모험이라도 한 듯 감정의 진폭이 커지는 어느 날이 생기곤 한다. 그저 포기하거나 놓아버릴 수도 있던 무언가에 매달리고 집착하여, 찢어진 마음이 바닥을 헤매다가, 바람처럼 가볍게 날아오르기도 하는. 박은영 감독이 영상원 졸업작품으로 만든 <Rendez-vous>는 돌이켜보면 아무렇지 않겠지만 그 순간만은 절대적이었을 시간을 발견하고 느끼는 영화다. 초여름 햇살에 달아오르고만 젊은 여인. 새로 산 원피스를 비닐봉지에 넣어 흔들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햇살을 타고 치마폭 밑으로 살그머니 새어들어간 열정이 눈물로 폭발하기까지 그녀의 리듬에 맞추어 함께 떠다닐 수밖에 없다. 마치 그 거리를 함께 걷고 있는 듯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정이 회오리를 일으키는 절묘한 순간을 잡아낸 <Rendez-vous>는 어디든 나가고 싶어하는 이십대 초·중반의 여자, 은주의 반나절을 담은 영화다. 그녀는 친구를 따라
발견! 여성감독 기대주들 [2] - 박은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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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씨네21>은 네명의 신인감독과 네명의 평론가의 대담을 진행했다. 내일의 영화와 미래의 감독을 발굴하는 기쁨이 유난히 컸던 자리였고, 올해도 역시 평론가들에게 주목하고 있는 신인감독을 추천해달라 부탁했다. 그런데 그 명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감독들이 여성감독이었다. 새해 벽두부터 앞으로가 기대되는 네명의 여성감독을 만나게 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단지 국가고시 합격자 중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여학생들의 학력이 신장되며 여성들의 사회참여 비중이 높아졌다는 등의 재미없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밝힌다. 게다가 이들을 묶을 수 있는 공통점은 성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비교적 늦게, 우연한 기회에 영화를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강단있는 발걸음을 내디뎌왔다. 영화를 보는 것에 매혹된 영화광 시절을 겪지 않은 이들은 모두 30대 초반, 인생을 돌아간다는 것과 무언가 진심을 다할 만한 것을 발견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다. 김선민 감독의 &
발견! 여성감독 기대주들 [1] - 김선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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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감정에 매료됐고, 그 감정 때문에 힘들었다”
<히든>의 여주인공 줄리엣 비노쉬
세 번째 만남.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히든>에서는 오랜만에 줄리엣 비노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중산층 부부가 자기 집 앞이 찍혀 있는 이상한 비디오테이프를 전달받는다. 그 일이 계속되자 부부는 공포에 빠지고,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일종의 윤리적 혼란에까지 이른다. <히든>은 과격한 게임의 방식으로 윤리를 묻는 영화인데, 줄리엣 비노쉬는 여기에서 공포와 피곤에 찌든 중산층 주부 역할을 훌륭히 연기했다.
줄리엣 비노쉬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앉아 있었다. 흔히 스크린에서 보던 참하고 귀여운 여인은 더이상 아니다. 차라리, 그녀는 쓰레기라도 버리려고 집 밖에 나온 평범한 차림의 프랑스 주부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성격은 불같아 보이고, 말에는 힘이 있다. <히든>에서는 겁에 질리고 창백한 연기를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비노쉬는
파리에서 만난 프랑스 영화인 [3] - 배우 줄리엣 비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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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성과 통제력은 얼마나 허약한가”
<레밍>의 도미니크 몰 감독
두 번째 만남. 오종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도미니크 몰은 프랑스영화가 기대를 걸고 있는 새 이름이다. 그의 이번 영화 <레밍>은 2005년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몰은 현실과 환상이 경계없이 넘나드는 영화를 추구하는데, <레밍>에서도 평온했던 한 가정이 어떻게 기이한 환상에 휘말리는지를 목격할 수 있다. 전자기업체 직원인 주인공의 집에 사장 부부가 저녁 식사를 하러 오고, 그 사장 내외는 갑자기 그곳에서 부부 싸움을 하고 돌아간다. 그 뒤 사장의 부인은 이곳을 다시 찾아와 자살을 해버린다. 그 즈음 집에는 레밍이라는 종류의 쥐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러나 레밍은 스칸디나비아에서만 서식하는 종류이다. 이 생물이 여기서 발견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때부터 영화는 주인공 부부와 사장 부부를 서로 기묘한 관계로 엮어내며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환상극으로 끌고 간다.
파리에서 만난 프랑스 영화인 [2] - 도미니크 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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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초, 세편의 프랑스영화 <타임 투 리브> <레밍> <히든>이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씨네21>은 개봉에 앞서 이 영화들의 감독과 배우를 파리 현지에서 만날 수 있었다. <타임 투 리브>의 감독 프랑수아오종, <레밍>의 감독 도미니크 몰, <히든>의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가 그들이다. 그들과 나눈 대화를 영화의 소개와 함께 싣는다. 말하자면, 3인의 프랑스 영화인이 한국의 관객에게 새해 출사표를 띄운 셈이다.
영화 단체 유니 프랑스가 파리 현지에서 프랑스 영화인들과의 인터뷰를 주선했다. 좀더 원활한 교류를 통해 자국영화를 해외에 알리겠다는 의지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거기에서 만난 프랑스 영화인 3인이 바로 <타임 투 리브>의 감독 프랑수아 오종, <레밍>의 감독 도미니크 몰, <히든>의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다. 프랑수아 오종과 도미니크 몰을 만난 것은 지난 1
파리에서 만난 프랑스 영화인 [1] - 프랑수아 오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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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은 갈데없는 놈들이지
임범/ 마지막에서 외연이 확 넓어지니까 계급이 들어오든 광대가 들어오든 뭐가 들어와도 좋아. <황산벌> 같으면 직설적으로 그냥 말하려고 했을 텐데. <왕의 남자> 시작했을 때 이거다 하는 느낌과 지금의 영화가 맞아떨어져?
이준익/ 맞아. 박흥룡 만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언제 영화로 하려고 하는데, 서자 이야기야. 민중, 대중은 어차피 피지배계급이잖아. 세상의 수직계급화에 모두들 불만을 갖지만 현실에 편승해서 살아야 하잖아. 영화는 판타지니까 그 반대로 가는 거야. 세상의 중심은 서자다, 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임진왜란 직전에 통신사가 일본 다녀와서 쳐들어온다 아니다 갖고 다투는데 그게 정보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이권에 대한 주장이었지. 정작 쳐들어오니까 다 도망가고 결국 지키는 게 서자, 농민이야. 갈데가 없으니까 지키고 버티는 거지. 이 세상의 중심은 그러니까 갈데없는 놈들이지. 6·25 때도 이승만이
<왕의 남자>의 감독 이준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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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씨네월드 대표)의 발이 땅에서 살짝 떠보인다. 세 번째 연출작 <왕의 남자>에 대한 세간의 평은 그렇게 호의적이다. 플롯이나 주제의 폭과 깊이는 물론이고 코믹한 묘미도 <황산벌>의 세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준익 감독 자신은 “제작자 혹은 외화 수입업자였다가 <왕의 남자>에 이르러 감독으로서의 의지를 어느 정도 존중받는 선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배우 정진영은 “언제부턴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리송해졌다. 그는 어디론가 가고 있다. 그 끝이 어딜지 알 수 없으나 그 끝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데뷔작 <키드캅>을 떠올리면, 특히 그의 충무로 입문 전사(前史)를 들어보면 허튼 기대가 아니다. 이준익 감독을 주목할 만한 ‘충무로 브레인’으로 일찌감치 지목해온 임범 <한겨레> 문화부장이 인터뷰어로 나서주었다.
충무로 전사(前史) -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중학교 때 이광모 감독
<왕의 남자>의 감독 이준익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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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소설의 스크린 습격
<다빈치 코드> Da Vinci code
감독 론 하워드 출연 톰 행크스, 오드리 토투, 이안 매켈런, 폴 베타니, 장 르노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코리아 개봉예정 5월 19일
당신이 <다빈치 코드>를 안 읽었을 수는 있지만, <다빈치 코드>를 모를 수는 없다. 전세계 출판계의 블록버스터 <다빈치 코드>는 저자 댄 브라운의 전작까지 베스트셀러로 등극시켰고, 그 내용에 관련된 수많은 인문서적과 TV 다큐멘터리 제작, 심지어 관광상품의 제작으로 이어졌으며, 마침내 1억2500만달러의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여주인공인 소피 느뵈 역에 줄리 델피, 케이트 베킨세일, 소피 마르소와 같은 여배우들이 물망에 올랐는데, 감독 론 하워드와 제작자인 브라이언 그레이저의 말에 따르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에서 여주인공 오디션 중이던 하워드와 그레이저를 불러 자신의 딸의 친구를 추천하는 일도 있었다고. 그
2006 할리우드 빅 프로젝트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