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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8일 종로에 위치한 국일관에서 ‘인디포럼 심야식당’이 문을 열었다. 인디포럼 작가회의팀(김곡 감독, 장리우 배우), 부산국제영화제팀(남동철 프로그래머), 김창환을 비롯한 배우팀, 정동진독립영화제팀(박광수 프로그래머), <씨네21>팀(윤혜지, 정지혜 기자)이 참여했다.
시작 전부터, 참가자들 사이에서 SNS와 페이스북을 통해 불꽃 튀는 신경전이 펼쳐졌던 장안의 화제, ‘인디포럼 심야식당’이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냈다. 이번 행사는 5월21일부터 진행되는 인디포럼영화제의 전야제 격으로 일반 관객과 독립영화인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다. 올해의 테마는 ‘요리등급심사’로 음식 맛을 본 손님들이 직접 전체 시식가, 10세 초딩맛, 19세 성인맛, 제한 시식가를 판별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남동철(왼쪽) 프로그래머가 만면에 온화한 웃음을 머금고 명란젓 파스타 조리에 매진 중이다. 남 프로그래머는 다년간 해외 영화제를 순회하며 세계의 맛들을 두루 경험해본 미식가로 알려져 있
이 요리의 등급은 제한 시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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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_1996년 인디포럼 작가회의에 기반해 시작된 인디포럼영화제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영화 축제다.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 집행위원장은 인디포럼 초창기 멤버이고, 다른 세분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현재까지 상임작가로 활동 중이다. 인디포럼의 20주년을 맞는 각자의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이송희일_‘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빨리 여기서 도망칠 수 있을까’ 그 생각만 한다. (웃음) 상임작가 의장으로 9년째인데 너무 오래했다. 사실 영화제를 4년 운영하고 도망가려고 했다. 그다음해 1월까지 잠수를 탔는데 영화제 운영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더라. 어쩔 수 없이 다시 준비해서 2011년 그해만 인디포럼이 5월이 아닌 7월에 열렸다. 내년에도 이 지랄을 할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다.
조영각_당시 나는 프로그래머였다. 사실 그때는 프로그래머가 하는 일이 상영시간표 짜는 게 전부였다. 출품된 영화 편수도 100편이 안 됐고 두편인가 빼고는 거
독립영화 친정집 잔치는 계속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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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립영화계의 든든한 버팀목인 인디포럼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인디포럼은 1996년 5월 영화 창작자들이 주축이 돼 작품 연출은 물론이고 상영까지 직접 해보자는 취지로 인디포럼 작가회의를 만든 게 그 시작이었다. 영화 창작자들 스스로가 작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영화 제작 및 상영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유례가 없는 자주적 작가 공동체다. 인디포럼에서 매년 진행하고 있는 인디포럼영화제는 그해 독립영화계의 가장 뜨거운 문제작부터 주목할 만한 신진 감독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장이 돼왔다. 올해도 5월21일부터 8일간 열린다. 영화제에 앞서 <씨네21>이 좌담이라는 형식을 빌려 인디포럼의 지난 20년을 짧게나마 되돌아봤다. 올해로 9년째 상임작가의 의장으로 인디포럼을 이끌고 있는 이송희일 감독과 독립영화 PD라는 흔치 않은 타이틀을 가지고 독립영화 제작, 배급사인 시네마 달을 운영하는 김일권 PD, 2009년부터 상임작가로 활동하며 자신의 첫 번째 상업영화 <카트>
독립영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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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외과 의사를 꿈꾸며 의대에 진학한 청년은 시드니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수련의로 근무하며 끊임없이 밀려드는 부상자를 돌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그는 당시 도로 상황이 열악하기 짝이 없었던 퀸즐랜드주에서 빈번히 발생한 교통사고 탓에 끔찍한 부상을 입은 다양한 중상자와 사망자들을 숱하게 목격했고, 그 역시 10대 시절부터 함께하던 친구 셋을 교통사고로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 청년의 이름은 다름아닌 조지 밀러(George Miller). 외과 의사 출신으로 호주에서 가장 성공한 영화감독 중 한명이자 영화사에 숱한 기록을 남긴 액션 프랜차이즈영화 <매드맥스> 3부작의 아버지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청년 조지 밀러의 관심사는 전공으로서의 의학 외에도 어쩌면 그 이상으로 영화에 대한 열정 또한 남달랐다. 1971년 여름, 그는 멜버른대학에서 계절 학기 수업으로 개설한 영화제작 특강을 통해 아마추어 영화 제작자 바이런 케네디를 만나면서 인생의 방향타를 돌려
전설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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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는 80년대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의 대부가 아니라 21세기 카체이싱 영화의 출발이 될지도 모른다. 제작 당시부터 <엠파이어> 등 여러 매체를 통해 고난과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그 와중에도 조지 밀러는 은연중 기쁨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가 공개되자 조지 밀러의 수줍은 투정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대번에 납득됐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대사 없이 행동과 표정, 눈빛, 음악, 액션으로 최대한의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영화인 만큼 거꾸로 단 한마디 말이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엠파이어> <버라이어티> 외 기타 공식 인터뷰상에서의 답변을 묶어 조지 밀러 감독이 펼쳐놓은 생각들을 모았다.
-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로 돌아갔나.
=일단 경제적이다. (웃음) 몰락한 디스토피아로 가는 건 중세로 돌아가는 일과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들이 명확하게 주어져있다. <매드맥스>
“대사 없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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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1979년 <매드맥스>
1981년 <매드맥스2: 로드 워리어>
1983년 <환상특급> 극장판
1985년 <매드맥스3: 썬더돔>
1987년 <이스트윅의 악녀>
1992년 <로렌조 오일>
1998년 <꼬마돼지 베이브2>
2006년 <해피피트>
2011년 <해피피트2>
조지 밀러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재미있다. 문명이 파괴된 암울하고 기괴한 미래세계를 그린 <매드맥스> 시리즈로 일약 주목받았지만 이후 그의 작품들을 보면 밝고 화사한 드라마가 주류를 이룬다. <매드맥스> 이후의 행보를 살펴보면 호주 출신의 신예감독이 이름을 알린 후 할리우드의 요구에 부응하려고 고군분투한 것이 느껴진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팬심을 듬뿍 담아 찬사를 보낸다 해도 그를 명감독, 작가감독으로 보기에 다소 무리가 있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조지 밀러의 들쭉날쭉한 작품 속에서조차 일
반영웅들의 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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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올해의 마스터피스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하 <분노의 도로>)가 리메이크된다고 했을 때 아무도 이 정도의 결과물을 상상하진 않았다. <매드맥스>를 부활시킨다는 소식에 일부 장르 팬, 특히 원작을 사랑했던 사람들은 어쩌면 기대보다 우려가 먼저 뇌리를 스쳤을 것이다. <매드맥스>가 유별나서가 아니라 리메이크의 생리와 한계를 이미 수차례 체험했기 때문이다. 대개 리메이크 작품은 원작의 기대와 성취에 기대기 마련이라 원작이 보여주지 못했던 기술적인 진보에 사활을 걸다가 나자빠지기 일쑤다. 그때는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지금은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다고 하면 누구나 기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좀더 많이, 좀더 자세히, 내 머릿속에만 맴돌던 이미지를 고스란히 화면으로 옮겨 담고 싶은 게 사람 마음, 감독 마음 아닌가.
<분노의 도로>도 본질적으로는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길을 걷는다. 원작의 감독이었던 조지 밀러는 마치
카메라가 질주한다, 반영웅들은 길 위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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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컷 한컷이 작품이다.” “카체이싱 액션의 마스터피스가 나왔다.” 조지 밀러 감독이 30년 만에 메가폰을 잡고 돌아온 <매드맥스>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둘러싼 반응이 뜨겁다. 전설이 되었던 시리즈를 다시 부활시킨 것만으로도 반가운데 어쩌면 전설을 뛰어넘을 만한 작품을 들고 돌아왔다는 평이다. 이 무시무시한 영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잠시 고민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대부로 불리는 작품인 만큼 자잘하게 이야기할 거리도 많고 배우들의 연기도 역대급이라 할만큼 압권이다. 앞으로도 <매드맥스>를 둘러싼 정보는 차고 넘칠 것이다. 마니아층이 탄탄한 만큼 웬만한 전문가보다 세밀하게 뜯고 해체하며 즐길 거라 생각한다. 한동안 <매드맥스>에 대한 길고 긴 비평들이 이어질 것으로 믿으며 첫문을 두드리는 마음으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어째서 특별한지, 지금 이 시점에 이 작품이 남기는 의미는 무엇인지 살
끝까지 달려라, 질주의 쾌감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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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감독
1983년생. 200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 장편영화 <동거, 동락>(2007), 드라마 <슴슴한 그대>(2014), 웹드라마 <모모살롱>(2014), <미생 프리퀄>(2013) 연출.
정주리 감독
1980년생. 2005년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 졸업.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전문사과정 졸업. 장편영화 <도희야>(2014), 단편영화 <11>(2008), <영향 아래 있는 남자>(2007) 등 연출.
이유빈 감독
1982년생. 2005년 중앙대 영화학과 졸업. 2010년 동대학원 졸업. 장편영화 <셔틀콕>(2014) 연출, <회사원>(2012) 스크립터, 다큐멘터리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2009) 편집과 촬영.
강진아 감독
1981년생. 창작 에이전시 크라켄 대표. 2005년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
현장에서 여성이 아닌 고유명사로 남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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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옵스트는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들고 비즈니스를 하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 두 권의 책을 냈다. 베스트셀러가 된 <Hello, He Lied>(1996)와 <Sleepless in Hollywood>(2013)가 그 책들이다. 린다 옵스트는 “책을 썼던 당시, 할리우드에서는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었다. 영화산업을 잘 알고 있었지만 너무나 급격히 변화해서 당시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 발짝 물러서서 그 변화를 바라보고 싶었다”라고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흥미로운 건 이 책에 등장하는 할리우드라는 단어 대신 충무로를 사용해도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다. 그중 충무로에도 벌어지고 있는 비슷한 현상 4가지를 문답으로 짤막하게 정리했다. 두권 모두 번역 출간되어 있지 않지만,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니 일독을 권한다.
-할리우드와 산업 규모, 성격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충무로 역시 여름과 겨울 성수기 시장이 커지면서 텐트
할리우드의 잠 못 이루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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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객에게 낯선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린다 옵스트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성 프로듀서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비롯해 <썸원 라이크 유>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같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을 제작했으며, 최근에는 <인터스텔라>를 만들어 전세계 흥행 신화를 썼다. 지난 4월30일, 린다 옵스트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5 CT(문화기술) 포럼’(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인터스텔라>의 흥행 법칙’을 주제로 강연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씨네21>은 포럼 다음날인 5월1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린다 옵스트를 따로 만났다. 지금부터 린다 옵스트 스토리가 펼쳐진다.
필모그래피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14) 프로듀서
<거짓말의 발명>(감독 리키 제바이스, 매튜 로빈슨, 2009) 프로듀서
<나는 조지아의 미친 고양이>(감독 거린다
내게 프랜차이즈는 <인터스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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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VR이야말로 미래의 기술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던 이유는 바로 이 남자 팔머 러키 때문이다. 가상현실을 다룬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던 10대 소년이 그럼 ‘내가 한번 만들어보겠다’며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2년 만에, 그리고 그의 나이 22살에 세상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지난 4월17일, 게임개발자포럼인 ‘유나이트서울2015’ 행사에 참가한 그를 만나 VR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오큘러스는 삼성과 손잡고 기어VR을 내놓기도 했지만 그와 별개로 업그레이드 모델인 크레센트 베이를 개발 중이다. 직접 시연해봤더니 기동성을 부여하면 방안에서만 즐기기엔 아까울 만큼 무궁무진한 콘텐츠 개발이 가능할 것 같다.
=중요한 지적이다. 크레센트 베이는 얼마든지 서서도 이용 가능하지만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게임을 앉아서 즐기기 때문에 그에 맞춰 개발 중이다. 원래 크레센트 베이는 게임 외에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도 고려했었다. 하
“후각과 촉각마저 자극하는 영상이 구현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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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은 개념인가? 테크놀로지인가? ‘가상현실’이란 단어는 종종 단어의 뜻을 이야기할 때와 그 뜻을 표현하는 특정 기술을 지칭할 때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우선 가상현실의 뜻은 ‘실제와 유사한 인공적인 환경’ 즉, 상상 속의 혹은 가짜의 공간을 지칭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공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그래픽 혹은 촬영 기술이 존재할 것이다. 그 촬영 기술을 지칭할 때도 흔히 ‘가상현실’ 기법이라고 지칭한다. 마지막으로 특수촬영 기술로 찍어낸 영상 혹은 만들어낸 그래픽을 입체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영사 기술이 존재할 것이다. 즉, 평면이 아닌 360도 모든 방향을 한꺼번에 촬영할 수 있는 특수촬영 기법으로 찍은 360도 영상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지칭할 때 역시 ‘가상현실’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기술로 구현한 영상물이 게임과 영화에 상용될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VR 기술은 어디까지 진화했나.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경험하게 될
미래를 보는 눈, 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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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가 맞는 서른 번째 봄이다. 결코 다작이랄 수 없고 이따금 떨리는 걸음이었지만, 포개어 고운 주름을 잡기 넉넉한 시간이 흘렀고 성패를 넘어 김혜수는 한번도 트릿한 적 없는 배우였다. 곧이곧대로 열심이었고 그래서 매번 선연했다. 이제 수십을 헤아리는, 은막과 TV 스크린에서 살다간 김혜수의 그녀들은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든다. 밀회를 위해 교외로 명랑하게 차를 모는 <바람 피기 좋은 날>의 이슬은, 두근두근 밤길 자전거 페달을 밟던 <첫사랑>의 영신에게 응원을 보낸다. <얼굴 없는 미녀>와 <타짜>의 두 여자는 좁은 골목을 또각또각 지나다 어깨를 스치고 흘긋 돌아본다. “한국 아저씨들은 일정 나이 지나면 충고 자격증이라도 받나?”라고 버럭했던 <이층의 악당>의 우울한 연주는, “지금 나 가르쳐?”라고 사내를 일축하는 <차이나타운>의 마우희에게 화들짝 겁먹으면서도 슬며시 끄덕인다. 기억을 잃고 행방불명된 신도시 주
열망과 두려움 사이에서,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