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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습을 한 외계인이 있다면, 우리는 그가 외계인인지 사람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언더 더 스킨>은 ‘인간의 탈’(문자 그대로다!)을 쓰고 지구를 배회하는 외계인의 눈에 비친 인간세계를 투사하는 영화다. 그가 어째서 지금, 여기에 당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이 영화에서, 스칼렛 요한슨의 모습을 한 외계인을 외계인답게 하는 건 불균질한 사운드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들릴 법한 노이즈, 조율이 잘못된 현악기에서 흘러나올 듯한 불협화음. <언더 더 스킨>의 일상적인 풍경은 뮤지션 미카 레비가 작곡한 매혹적인 불균형의 음악과 맞물려 긴장감 넘치며 위험이 서려 있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인간의 몸과 외계인의 마음, 이유 있는 친절함과 그 기저에 깔려 있는 냉혹한 의도. 서로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이 위태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영화에 어울릴 만한 음악가로 미카 레비는 최적의 선택지다. 1987년생으로, 다양
마치… ‘죽음’ 같은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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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래디컬스의 <You Get What You Give>가 발표된 1998년, 당시 라디오만 틀면 주야장천 이 노래가 흘러 나왔다. 정규 앨범이라곤 ≪Maybe You’ve Been Brainwashed Too≫ 달랑 한장 내놓은 게 전부지만, 뉴 래디컬스의 프런트맨 그렉 알렉산더는 이 노래로 일약 평단과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뮤지션이 된다. 그리고 <비긴 어게인>이 개봉한 2014년, <Lost Stars>는 많은 이들의 플레이리스트에 담겨 무한 재생된다. <Lost Stars>를 부른 건 마룬5의 보컬 애덤 리바인과 배우 키라 나이틀리지만, 그들의 이름 뒤엔 작곡가 그렉 알렉산더가 있다. <Lost Stars>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알렉산더는 뉴 래디컬스 해체 뒤 작곡과 프로듀싱에 전념했다. 그의 음악은 꽤 대중적이다. 그가 작곡한 산타 나의 <The Game of Love>가 대
노래가 당신의 삶을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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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존즈는 <존 말코비치 되기>(1999)로 데뷔하기 전부터 소닉 유스, 비스티 보이스, 위저, 다프트 펑크, 벡, 비욕 등 쟁쟁한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수도 없이 찍었다. 즉 귀가 예민한 감독이란 얘기다. 아케이드 파이어가 스파이크 존즈의 레이더망에 포섭된 것도 그러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부부인 윈 버틀러와 레진 샤사뉴를 주축으로 한 록밴드 아케이드 파이어는 거물 탄생의 예감을 짙게 풍긴 데뷔 앨범 ≪Funeral≫을 포함해 ≪Neon Bible≫ ≪The Suburbs≫ ≪Reflektor≫까지 총 4장의 정규 앨범을 내놓으며 록신의 총아가 되었다.
<그녀> 이전, 스파이크 존즈는 아케이드 파이어의 ≪The Suburbs≫에 영감을 받아 단편영화를 찍는다. 28분짜리 단편의 제목은 <신스 프롬 더 서버브스>(Scenes from the Suburbs, 2010). 스파이크 존즈와 아케이드 파이어의 멤버 윌 버틀러, 윈 버틀러가 함께 쓴
멜랑콜리의 50가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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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블롬캠프 감독의 <채피>에서 인간의 감성과 지성을 갖게 되는 인공지능 로봇 채피는 길거리 갱단 닌자(왓킨 투도르 존스)와 욜란디(욜란디 비서)에게서 일종의 ‘인간수업’을 받는다. 그래봐야 총기사용법, 표창던지기, 무섭게 욕하기, 건달처럼 걷기 따위를 배우는 것이지만, 채피는 그 안에서 인간의 조건을 깨달아간다. <채피>는 로봇 액션 대신 채피의 인간적 고뇌와 인간수업 과정을 보여주는 데 치중하면서 영화 전체의 정서적 여운을 다잡는 역할로 강렬한 영화음악을 내세운다. 공교롭게도 영화에 출연한 닌자와 욜란디가 속해 활동하는 힙합그룹 디 안트워드(Die Antwoord)의 곡이 영화 전반에 두루 쓰였다. 닌자와 욜란디라는 이름은 이들의 실제 활동 예명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3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해 활동 중인 디 안트워드는 현재 남아공 젊은이들의 의식 문화를 일컫는 제프(Jef) 문화를 앞장서서 표방하는 등 음악뿐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
인간이 되고 싶은 악마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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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갓 헬프 더 걸>은 벨 앤드 세바스천의 활동 연장이기도 하고, 밴드의 리더인 스튜어트 머독의 순수한 ‘외도’이기도 하다. 머독이 <갓 헬프 더 걸>을 처음 구상한 건 10년도 전의 일인데,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2003년, 조깅을 하다 악상이 떠올랐다. 집에 돌아가 빠른 속도로 곡을 만들었는데 그 음악은 벨 앤드 세바스천의 것이 아니었다. 하나의 악상은 다른 악상으로 이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브 캐릭터가 등장해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빛나던 여름, 글래스고, 소년과 소녀, 소박하고 진솔한 음악. 스튜어트 머독은 이 단출한 재료로 뮤지컬영화 <갓 헬프 더 걸>을 만들었다. 벨 앤드 세바스천의 팬이었던 프로듀서 베리 멘델(<식스 센스> <뮌헨> <로얄 테넌바움>의 프로듀서)의 도움을 받아.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벨 앤드 세바스천의 음악을 들을 순 없는 노릇이다. 스코틀랜드 모던포크 밴드
막 사랑에 빠질 때의 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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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버린 그 여인을 찾아라. 토머스 핀천의 탐정소설을 영화화한 <인히어런트 바이스>는 탐정이 주인공인 여느 영화들이 그렇듯 명확한 하나의 목적으로부터 출발하나, 종국에 어떠한 ‘끝’에 다다르게 될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건 폴 토머스 앤더슨의 영화니까. 약에 취해 비틀거리며 조금씩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는 사설탐정 ‘닥’(호아킨 피닉스)의 뒤를 쫓다보면 결국 우리가 목도하게 되는 건 마약과 환각, 개발과 폭력, 섹스와 환락의 그림자가 드리운 70년대 미국의 풍경이다.
<데어 윌 비 블러드>(2007)와 <마스터>(2012) 그리고 <인히어런트 바이스>. 폴 토머스 앤더슨과 이 세편의 작품을 함께하며 그의 음악적 페르소나로 자리잡은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은 <인히어런트 바이스>의 파편화된 서사를 아우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여인, 샤스타가 닥을 떠나는 순간에 흐르는 캔의 <Vitamin C>
토머스 핀천풍의 7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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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은 오직 60%의 영화를 완성했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중요한 영화적 조력자이자 그와 더불어 세기의 영화 콤비로 평가받았던 음악감독 버나드 허먼은 종종 이 말을 즐겨 했다고 한다. 히치콕의 영화를 완성하는 건 자신의 음악에 달려 있다는 강한 확신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여덟편의 영화를 함께 작업한 버나드 허먼을 히치콕은 무척이나 아꼈다. 그는 영화의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 자주 허먼을 대동했고, 미완성의 편집본을 허먼에게 미리 보여주며 음악적 영감을 부추기곤 했다. <현기증>의 제작 노트에 히치콕이 남긴 말은 이 영화음악의 거장에 대한 그의 태도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 시퀀스에 허먼이 어떤 음악을 넣느냐에 모든 것이 달렸다.”
좋은 영화음악은 때때로 영화를 구원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버나드 허먼은 물론이고 존 윌리엄스와 엔니오 모리코네, 한스 짐머 등 영화사에 자신의 족적을 화려하게 새겨넣은 위대한 영화음악가들의 작품이 너
새롭게, 다르게 더 도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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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ny Greenwood <Inherent Vice>
Stuart Murdoch <God Help the Girl>
Die Antwoord <Chappie>
Mica Levi <Under The Skin>
Gregg Alexander <Begin Again>
Arcade Fire <Her>
Antonio Sanchez <Birdman>
Jason Moran <Selma>
Justin Hurwitz <Whiplash>
뮤지션들의 영화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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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방랑자 캐릭터 탄생 101주년을 기념해 ‘찰리 채플린 기획전’이 열린다. 3월19일 <모던 타임즈>의 일반 개봉을 시작으로 3월26일부터 4월1일까지 KU시네마테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키드>(1921), <파리의 여인>(1923), <서커스>(1928), <시티 라이트>(1931) 등을 묶은 Part1 기획전이 열린다. 4월2일부터 12일까지 아트나인에서도 상영된다. 이후 상반기 중 시작될 Part2 기획전에서는 <위대한 독재자>(1940), <황금광 시대>(1942), <살인광 시대>(1947), <라임라이트>(1952), <뉴욕의 왕>(1957)을 만날 수 있다. 이중 8편의 리뷰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싣는다. 이번 기회에 차례대로 놓치지 말고 챙겨보자.
1921 <키드>
흑백 / 무성 / 53분 / 감독 찰리 채플린 / 출연 찰리 채플린, 에드
채플린 월드 A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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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찰리 채플린의 방랑자 캐릭터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된 해였다. 전세계에서 그를 기리는 크고 작은 행사가 이어졌고 조금 늦었지만 우리에게도 생생한 찰리 채플린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4월 초부터 상반기까지 찰리 채플린의 걸작 10편이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모던 타임즈>를 시작으로 KU시네마테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5편의 영화가 Part1으로 개봉하고 상반기 중으로 5편의 영화를 추가 개봉할 예정이다. Part1 5편은 4월2일부터 12일까지 아트나인에서도 상영된다. 풍문으로 들어본 사람은 많아도 제대로 본 사람은 드물다는 걸작들. 조각조각 기억하던 명장면을 한 호흡으로 감상하다 보면 전에 몰랐던 감정들이 말을 걸어올 것이다. 언제나 유효하고 지금도 필요한 이야기들. 왜, 지금, 다시, 찰리 채플린을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단상과 함께 각 작품의 리뷰와 채플린에 대한 짧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곁들였다. 지금 봐도 생생하다. 다시 봐도 재
일생에 한번은 채플린을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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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에는 스포일러에 대한 많은 암시가 사방에 있다. 하지만 스포일러 없이 작품에 대한 인터뷰가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나는 예의상 먼저 당신에게 이 사실을 알려드린다. 그러니 이 인터뷰를 읽고 난 다음 영화를 볼 것인지, 아니면 아껴두었다가 영화를 본 다음 읽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당신의 판단이다. 한 가지 더, 인터뷰의 내용을 따라가면서 문장의 수순이 구어체를 옮겼기 때문에 일부 문장이 문법적으로 어수선할지 모르지만 정리하는 과정에서 빚어낼 오해를 피하기 위하여 그냥 놓아두기로 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읽기보다는 말하듯이, 혹은 귀기울여 들어보듯이 따라가길 권한다._정성일)
정성일_아마도 이 인터뷰가 <화장>에 대한 공식적인 첫 번째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다소 장황하게 말하자면, 이 작품은 영화쪽에서도 감독님의 102번째 영화이자, 또 한편으로는 명필름이라는, 이제는 한국 영화산업에서 독립적인 영화 제작사들이 대기업의 자본과 배급 때문에 힘겨운 전투 끝에
“그래서 나이만큼이란 말을 쓰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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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하셨습니다.” 당직 수련의가 시트를 끌어당겨 아내의 얼굴을 덮었다. 시트 위로 머리카락 몇올이 빠져나와 늘어져 있었다. 심전도 계기판의 눈금이 0으로 떨어지자 램프에 빨간불이 깜빡거리면서 삐삐 소리를 냈다. 환자가 이미 숨이 끊어져서 아무런 처치를 하고 있지 않았지만 삐삐 소리는 날카롭고도 다급했다. 옆 침대의 환자가 얼굴을 찡그리면서 저편으로 돌아누웠다.(…) 라고 김훈 작가의 <화장>은 시작한다. 고작 40장 남짓한 이 단편소설은 2004년 이상문학상을 받으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이 소설을 읽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권한다, 는 말을 하면서 추천했다. 내가 처음 들은 소식은 2005년 겨울 무렵 허진호가 이 소설을 연출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허진호는 그 대신 <행복>(2007)을 찍었다. 그런 다음 여러 차례 드문드문 영화화가 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뒤이어 들려오는 소문은 결국 포기했다는 이야기였다. 한국영화에서 소
소설은 사라지고 영화는 할 말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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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은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이자, 한국 문단을 이끄는 김훈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 거대한 명성에 더해 국민배우 안성기라는 타이틀까지 더해짐으로써 <화장>은 작품 이전에 이미 육중한 무게로 먼저 다가오는 영화다. <화장>은 임권택 감독의 지난 101편의 작품을 그러안은 듯, 또 벗어난 듯한 미세함을 통해, 우리에게 102번째의 새로운 사고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화장>의 촬영현장에서부터 놓치지 않고 이 영화의 시작을 기록해온 정성일 평론가에게 완성된 영화를 본 후의 질문들을 준비해줄 것을, 또 임권택 감독에게 이 영화의 결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시간을 내어줄 것을 청했다.
임권택 감독의 고향인 전라남도 장성군에 자리한 장성문예회관에서 <화장>의 시사가 열린 지난 3월20일, 둘의 만남을 주선했다. 죽음에 대한 노감독의 철학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화장>. 길고 집요한 대화를 통해 얻은,
감독님이 생각하는 죽음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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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희 1985
CJ CGV 매니저 / 2009년 CGV 극장 매니저로 입사해 현재 CGV평촌에서 근무 중이다.
1 학창 시절 영화관 가는 게 낙이었다. 그때부터 극장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군 제대 후, CGV인천에서 고객 응대 업무인 ‘미소지기’ 아르바이트를 2년 넘게 했다. 내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꽤 좋아하더라. 그 뒤 정직원 채용에 응시해 합격했다.
2 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화티켓 발권부터 매점 이용법을 알려주는 대관행사를 진행했을 때다. 발달장애를 가진 한 친구가 영화를 보고 부모님과 다시 극장을 찾았고 그때마다 발권을 도왔다. 몇달 뒤 그 친구가 혼자 영화관에 와서 티켓을 끊더라. 정말 보람됐다.
3 간혹 불만을 이야기하며 욕설을 하는 고객들이 있다. 당황스럽다.
4 늘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니 쉴 때만큼은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을 찾는다. 그게 아니라면 집에서 영화를 즐긴다. 일주일에 최소 2편은 꼭 본다.
5 성과제다. 아내도 CGV 극장에서 일한다. 맞벌
한국영화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스탭들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