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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은 이미 <우리 선희>(2013)에서 선희(정유미)의 상대역 재학으로 홍상수 감독과 한 차례 인연을 맺었다. 그때 문수(이선균), 최 교수(김상중)와 함께 ‘선희의 남자’들 중 한명으로 등장한 것과 달리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에서는 영화감독 함춘수로 분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역할은 달라졌지만, 늘어진 청바지도 그대로고 스타일링이라고는 모르는 부스스한 머리도 그때나 진배없이 익숙하다. 정재영은 홍상수 감독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많은 남자, 영화감독들 중 하나지만 연기의 톤은 조금 다르다. 김상경, 유준상, 이선균이 뻔뻔하거나 엉뚱한 속성으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웃음을 주었다면, 그는 ‘이렇다 할’ 무언가로 특징지워지지 않는데, 웃음기를 제거한 그 사실적인 모습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새롭게 관객의 집중을 요구하는 지점이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1부와 2부가 ‘틀린그림찾기’의 A, B컷처럼 연속 구성되는 독특한 이야기다.
액션/리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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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저널리즘의 이해가 부족해도 괜찮다.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동영상 플랫폼에 영상을 업로드하는 데 대단한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플랫폼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마뚜기 TV’, ‘마블 보는 메뚜기’를 운영하고 있는 최은태씨의 얘기를 참고 삼아, 나만의 채널을 갖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노하우를 정리해보았다.
나만의 콘텐츠를 발굴하라
하고 싶은 이야기, 소통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나만의 콘텐츠다. 최은태씨는 마블 작품의 팬으로 시작해 1인 미디어로 발전한 경우다. “마블의 팬으로서, 국내에 더 많은 마블 팬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했다. 국내에 마블 관련 소식을 전하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없더라. 마블의 역사가 길기 때문에 처음엔 일종의 진입장벽 같은 게 있는데, 관련 정보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은태씨는 정보 제공의 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1인 미디어, 노하우를 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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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N 사업의 최전선에서 창작자들이 콘텐츠 생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기업 ‘트레져 헌터’는 어떤 회사이며 어떤 이윤을 추구하는 곳일까. 박진우 사업본부장을 직접 만나 막연하게 1인 미디어 창작자들을 거느린 기획사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질문을 던져봤다. 1인 미디어 창작자와 플랫폼, 사업자가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업계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지 들을 수 있었다.
-MCN 사업 분야에서 트레져 헌터만의 강점이 있다면.
=MCN 사업에 뛰어든 많은 국내 기업들이 고유의 미디어 플랫폼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트레져 헌터 소속 창작자 집단에는 전용 플랫폼이 없다. 쉽게 말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떤 플랫폼이든 뛰어들어 맞춤 콘텐츠를 생산한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했던 MCN 사업의 근본이 사실 그렇다. 창작자들이 콘텐츠를 잘 만들고 그것을 플랫폼에 잘 올려서 매출 상승에 기여하는 것. 트레져 헌터의 목표 역시 그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기존 미디어 플랫폼을 지닌 기
“1인 미디어 창작자 새싹들을 지원하고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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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실시간 개인방송 서비스 ‘W’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6년 멀티미디어 개인방송 서비스 ‘afreeca’를 정식으로 오픈한 ‘아프리카TV’는 이제 10년의 역사를 채웠다. 초창기엔 “방송을 놀이로 접근”했다면 지금은 플랫폼 사업에서 나아가 양질의 콘텐츠 제작에도 집중하고 있는 상황. 1인 미디어가 올드미디어를 대체하고,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들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에서 라이브 소셜 미디어 플랫폼 아프리카TV의 차별화된 전략과 계획은 무엇인지 살폈다.
-1인 미디어의 성장과 발전에 아프리카TV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 끼친 영향이 크다고 보나.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이 활성화됐을 땐 텍스트 기반의 1인 미디어가 많았다. 지금은 텍스트에서 영상 중심으로 변했다. 그 과정에서 유튜브 등 10년간 꾸준히 사업을 이어온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본다. 아프리카TV의 경우 BJ (Broadcasting Jockey)를 중심으로 한 팬 커뮤니티 형성에 집
“모바일 이후 상황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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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픽쳐스’라는 타이틀의 1인 미디어 페이지를 개설한 열아홉 청년 국범근은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의 온갖 이슈를 주제로 영상을 제작한다. 10대들의 고민에서부터 퀴어 퍼레이드 찬반 논란은 물론, 명절 어른 대처 노하우에 이르기까지 온갖 다양한 주제에 걸맞은 형태의 동영상 제작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말 그대로 혼자서 모든 걸 다 하는 그에게 1인 미디어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처음 영상물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09년 중학교 1학년 때 수행평가로 UCC를 제작하다가 흥미를 느꼈다. 결과물을 다른 친구들에게 보여줄 때 희열도 느꼈다. 거창한 목표나 비전 없이 재미로 시작했다. 그 후 2013년에 처음으로 내 이름의 이니셜을 따서 쥐픽쳐스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었고 그 후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당시만 해도 뭐가 뭔지 모르고 시작했다. 때마침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이나 웹드라마 등 관련 사업도 막 시작하던
“나만의 연재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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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네이버, 다음, 티스토리, 이글루스 등 서비스마다 실력 좋은 블로거 유치 경쟁이 꽤 치열했다. 2008년 다음과 한진관광, CGV는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베를린, 베니스, 칸 세계 3대 영화제 원정대’ 이벤트를 개최해 무료 여행을 보내주기도 했을 정도로 블로그 서비스에 대한 지원은 풍족했다. <씨네21> 블로그 서비스 역시 많은 호응을 얻을 때였다. 그런데 유독 영화 블로거들은 소위 말하는 전업 파워 블로거로의 유입이 불가능했다. 광고 수익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IT, 패션, 여행 등 타 분야 블로거들이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찾아 고민할 때 영화 블로거들은 생계를 고민하며 SNS로, 팟캐스트로, 왓차 서비스로,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로 뿔뿔이 흩어졌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검색창을 열며 던지는 질문은 “무슨 영화를 볼까?”이지만, 정작 검색창의 세계 앞에서 볼만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은 충족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나마 직관적인 영화 별점은
영화 별점과 덕후의 흔적은 검색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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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의 태동
흔히 요즘 현대인들은 더이상 책을 읽지 않으며 웬만한 언론 매체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정보를 원한다. 누군가 원하는 정보를 최적의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고민하는 것. 사실 1인 미디어의 출발점은 여느 미디어 매체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유재석이나 강호동 같은 연예인 이름만큼이나 ‘대도서관’, ‘김이브’, ‘양띵’이란 이름이 익숙한 이들이라면 다중 채널 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 이하 MCN)에 관한 이해가 비교적 수월할 것이다. 이들이 바로 현재 국내 최고의 1인 미디어 유튜브 스타들이다. 그럼 그들은 평소에 어떤 콘텐츠를 어디에서 만들어내는 창작자들인가? 기본적으로 그들은 정보를 실어나른다. 누구보다 먼저 화장품을 사용해보고 품평을 하고, 누구보다 먼저 게임을 해본 뒤에 감상을 전하고, 영화를 리뷰하거나 혹은 뉴스를 모아 큐레이팅을 하기도 한다. 그냥 아무런 목적성 없는 유
나 혼자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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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채널 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 MCN을 아시나요? 미디어의 형태가 신문, 방송,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거쳐 가상현실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편리성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가운데, ‘1인 미디어’를 표방하는 창작자들의 존재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정보 전달 방식과는 조금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기존의 신문이나 잡지 혹은 방송 프로그램 프로덕션 규모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기동성과 기획력으로 무장한 개인들이 SNS를 기반으로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서 활동하면서 서로 유기적인 네트워킹을 형성한 다음, 재미를 최우선 가치로 삼은 콘텐츠를 만들어 사방으로 퍼뜨린다. 이들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공개하는 콘텐츠들은 기존 영화나 드라마 콘텐츠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규모의 인기를 얻고 있다. MCN 시스템에 전세계 미디어 자본이 몰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1인 미디어’의 파급력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WHAT IS MULTI CHANNEL 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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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영화는 항상 다층적인 세계를 품고 있었다. 환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 몽상과 무의식이 평면적인 화면 위에 동시적으로 펼쳐진다. 그래서 어쩌면 위라세타쿤의 영화적 미로는 연극과 공연에서 좀더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위라세타쿤 감독은 이번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이하 예술극장) 개관 페스티벌에 <찬란함의 무덤>과 <열병의 방> 2편의 공연을 올렸다. 9월5일 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짧게나마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세계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관객이 무대쪽에서 관람석을 바라볼 수 있도록 위치를 바꿨다.
=무대 뒤편 낯선 공간에서 바라보는 객석의 느낌이 좋았다. 어딘지 불편한 느낌이랄까. 처음 예술극장에 왔을 땐 객석이 비어 있는데도 압박감이 느껴졌다. 공연내용이 혼란의 감정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그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다.
-공연의 3분의 2가량은 2개의 스크린 막에서 영상을 보여준다. 이제껏
“영화관은 현대의 동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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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밍량은 <서유>(2014)를 끝으로 당분간 영화 연출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차이밍량의 영화가 끝난 게 아니라 극장에서의 영화 작업을 잠시 쉴 뿐이다. 지금도 차이밍량의 시간은 극장이란 공간 너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지고 있다. <행자>(2012), <서유>의 시간을 스크린 너머로 펼쳐낸 <당나라 승려>도 그 중 하나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이하 예술극장)에서 삼장법사의 느린 걸음을 마무리 중인 차이밍량 감독을 만났다. 당신에게 영화란, 시간이란, 극장이란 무엇인가요.
-어제 <당나라 승려>의 한국 첫 공연을 마쳤다. 어땠나.
=빈 페스티벌, 브뤼셀의 쿤스텐 페스티벌, 대만 아트페스티벌에 이어 네 번째 공연이지만 새로운 공간인 만큼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당나라 승려>는 종이와 목탄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관객을 집중시키는 형식의 공연이다. 쿤스텐 공연 때는 이강생의 목이 많이
“창작의 개념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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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을 위한 밑그림이 그려지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무려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2015년 9월4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드디어 개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광주문화수도육성’의 핵심시설이었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시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부지에 둥지를 틀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의 거점이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을 기치로 내걸고 동시대 아시아 문화예술 교류의 허브로 재탄생한 것이다.
전체 면적 16만㎡에 달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예술복합단지다. 단일 면적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13만7천㎡)과 예술의전당(12만8천㎡)을 압도한다. 단순히 규모만 큰 건 아니다. 기존 문화예술 공연의 경직된 형태와 관람 패턴을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민주평화교류원, 문화정보원, 어린이문화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5개원으로 조성된 시설은 전시, 공연, 연구
아시아 문화예술 교류의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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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이하 예술극장)이 문을 열었다. 개관 페스티벌을 위해 준비된 33편의 작품 중 반가운 이름들을 발견하고 이들의 작품을 만나러 광주로 갔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열병의 방>과 차이밍량의 <당나라 승려>, 두 작품의 감상기와 함께 감독들의 인터뷰를 전한다. 예술극장의 이모저모도 짧게 알아봤다. 영화가 무엇인지, 나아가 예술이 무엇인지 새삼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시간, 동시대 아시아 작가들의 현주소를 만나고 싶다면 광주로 가자.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침묵하라.” 말은 유리와 같아 다룰수록 조심스럽다. 조금만 소홀히 해도 금이 가고, 깨진 후엔 날카로운 파편에 다치기 쉽다. 비트겐슈타인이 <논리철학논고>의 말미에 언급한 이 유명한 명제는 세계와 실제로 대응하지 않는 언어의 한계를 짚어낸다. 체험하지 않으면 온전히 전달할 수 없는 것이 있음에도 막연히 추상화시켜 규정하는 사이 의미가 손상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동시대 작가를 만나자, 광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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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은 몇달 전 논현동에 그림픽처스의 사무실을 오픈했다. 새 영화 <밀정>의 프로덕션을 진행하기 위한 1차 세팅이다. <화양연화>의 o.s.t가 흐르는 아담한 작업실에는 <밀정>의 크랭크인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단서가 빼곡했다. 영화 속 밀정 이정출의 스타일과 여러 복장을 한 배우 송강호의 프로필 사진이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책상 위에는 오디션에 참여한 배우들의 사진이 한가득 놓여 있다. 한달 후인 10월22일 크랭크인을 앞두었기에 스케줄 보드가 하루도 비는 날이 없다. 중국 상하이와 한국의 헌팅 작업을 마치고 지금은 집과 사무실을 오가는 강행군 탓에 한층 수척해진 얼굴이다. 김지운 감독이 이렇게 한국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건 <악마를 보았다>(2010)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밀정>은 1920년대 말 독립군 의열단과 일본인 밀정 사이에서 벌어지는 누아르물. 다른 프로젝트들에 앞서 그가 지금 <밀정>에
차가운 공기를 입은 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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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루멧 감독은 저서 <영화 만들기>(Making Movies)에서 “신은 감독에게 매일 아침 소피아 로렌을 보는 기쁨 대신 믹싱이라는 지루한 벌을 주었다”고 한탄한 적이 있다. 홍상수 감독이라면 “하늘은 감독에게 영화라는 환상적 작업을 허락한 대신 인터뷰라는 수난을 주었다”고 고쳐 쓰지 않을까? 물론 과장 섞은 우스개였지만, 홍상수 감독으로부터 영화에 대한 질문의 답을 말이나 글의 형식으로 받을 때마다 나는 “조금 전까지는 완전했었는데”라고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의 함춘수처럼) 유감스러워하는 그의 표정을 그려보곤 한다. 그러나 불완전한 것에는 불완전한 대로의 쓸모가 있으리라. 현재 홍상수 감독은 올여름 서울에서 촬영한 제목 미정의 신작을 편집 중이다.
-예고편이 특별히 재미있습니다. 보통 영화를 거꾸로 돌리는 것은 모종의 ‘역전’ 효과를 주는 것이 목적인데 예고편의 함춘수(정재영)와 윤희정(김민희)은 원래 영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맑고 개운한 감정을
지금, 여기, 내 앞에 있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