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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인용한 마틴 스코세이지의 언급은 <마틴 스코세이지와의 대화>에서 빌려온 것임을 밝힙니다.
<플라워 킬링 문>이 원작으로 하는 데이비드 그랜의 논픽션 소설 <플라워 문>은 (현재는 FBI라 불리는) 수사국 요원 톰 화이트(제시 플레먼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마틴 스코세이지는 그 중심을 어니스트 버크하트(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몰리 카일리(릴리 글래드스턴), 그리고 어니스트의 삼촌인 윌리엄 킹 헤일(로버트 드니로)로 옮겨놓는다. 만약 <플라워 킬링 문>이 원작처럼 톰 화이트 중심이었다면, 이 작품은 백인의 탐욕에 희생양이 된 오세이지족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구원자-백인’ 서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실제로 원작 소설의 부제는 ‘오세이지족의 살인과 FBI의 탄생’이다). 스코세이지는 동일한 사건을 정반대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 결과,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구원자 백인이 아니라, 오세이지족을 죽여 그들의 부를 가로
[기획] 높고 넓은 스코세이지의 산맥 속 ‘플라워 킬링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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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코세이지가 4년 만의 신작 <플라워 킬링 문>을 내놓았다. 1920년대 미국 중남부 오클라호마주 오세이지 카운티로 시네마 여정을 떠난 스코세이지의 역마차엔 또 한번 오랜 동지인 편집감독 델마 스쿤메이커, 음악감독 로비 로버트슨, 촬영감독 로드리고 프리에토가 올라탔다. 그리고 스코세이지의 첫 30년을 상징하는 얼굴인 로버트 드니로와, 최근 20년을 대표하는 얼굴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어김없이 빼어난 연기로 스코세이지표 백인 남성을 소름 돋게 그려낸다. <플라워 킬링 문>은 훌륭하지만 새롭진 않은 스코세이지 사단의 향우회가 될 뻔했다. 하지만 릴리 글래드스턴이라는 걸출한 배우의 입회로,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스코세이지의 영화는 다시 생경해졌다. 높고 넓은 스코세이지의 산맥에서 <플라워 킬링 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긴 리뷰를 전한다. 그리고 <플라워 킬링 문>의 영혼인 릴리 글래드스턴에 관한 소개와 1920년대 전후 미국사
[기획] 미국의 역사, 그의 시네마, 마틴 스코세이지 ‘플라워 킬링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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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코세이지의 최근 필모그래피는 그가 평생 만들어온 백인 남자 중심의 영화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에 가깝다. <좋은 친구들> <카지노>의 갱스터들은 어느덧 노년이 되어 <아이리시맨>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이하고, 그들이 저질렀던 과오는 젊은 세대에 용서받지 못한다. 동명의 논픽션을 기반으로 한 <플라워 킬링 문>은 1920년대 오클라호마에서 벌어진 원주민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다. 인디언들의 마을에 유전이 터지면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원주민들과 이들을 노리는 탐욕스러운 백인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플라워 킬링 문>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로버트 드니로 등 마틴 스코세이지의 영화가 사랑했던 두 백인 남자배우가 조우하는 첫 영화로서도 의미 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명백히 오클라호마의 원주민 몰리 카일리를 연기한 릴리 글래드스턴이며 예상을 뒤엎는 전복이 중요한 작품이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몰리 카일리와 사랑에 빠지는
[인터뷰] ‘다른 문화, 다른 사고방식, 다른 삶에 관하여’, <플라워 킬링 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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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생 웨이슈준 감독은 부산영화제와 칸영화제가 사랑하는 중국의 뉴 제너레이션 중 한명이다. 첫 장편영화 <세상의 끝>을 포함해 신작 <강변의 착오>까지 4편의 장편이 모두 부산에 소개됐으며, <강변의 착오>가 올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것을 포함해 총 4번이나 칸을 찾았다. 비간, 구샤오강 감독 등과 더불어 중국의 주요 신진감독으로서 왕성히 몸집을 키우고 있다.
그의 신작 <강변의 착오>는 “내가 자랐던 중국의 90년대를 재현해 그때의 정서와 의미를 이해하고 싶었다”란 감독의 바람대로 90년대 중국의 한 작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16mm 필름의 노이즈와 시종일관 내리는 비의 습기는 담배의 공기를 효과적으로 상기시킨다. 의문의 연쇄살인이 발생하고 형사 마제는 범인의 정체를 추적하던 중 자아의 분열을 겪는다. 자신이 좇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변모하는 세계에서 안정적인 삶은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 고심한다. 이른바
[인터뷰] 아시아영화의 창 ‘강변의 착오’ 웨이슈준 감독, 이성을 상실했을 때 마주하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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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의 유약한 소년은 없다. 디즈니+ 시리즈 <간니발>의 주인공 다이고는 쿠게 마을로 전근한 경찰이다. 그는 마을 유지인 고토 가문에 연루된 인물들이 암암리에 실종되고 있음을 발견한다. 수사에 몰두하는 다이고를 견제하려 마을 사람들은 다이고의 아내와 딸을 위협하기까지 한다. 다이고는 다부진 주먹에 피를 묻히고 맹수에 가까운 눈을 부라리며 맹렬히 반격한다. <간니발> 시즌2 제작을 앞두고 아시아콘텐츠어워즈를 찾은 배우 야기라 유야는 올해의 특별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 다이고는 스스럼없이 무력을 사용하고 시도 때도 없이 피를 흘린다. 경찰이면서도 폭력에 경도된 듯한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 시나리오 단계에선 이렇게 폭력적인 인물도 아니었고 전반적인 폭력의 수위도 낮았다. 현장에서 많이 변했다. 다이고의 심정에 이입하며 열에 받치다 보니 감정의 크기가 커졌다. 자연스럽게 폭력의 정도도 높아졌다. 가타야마 신조 감독님이 이런 즉흥
[인터뷰] ‘간니발’ 배우 야기라 유야, 나만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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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관객들은 영화에 대해 상당히 굶주려 있더라.” 첫 장편영화 <끝없는 일요일>을 들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1992년생 이탈리아 감독 알랭 파로니는 영화제 중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를 흥미롭게 회상했다. “해외 영화제에선 대개 첫 장편영화의 현실적인 제작 과정이나 내 개인적인 과거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부산영화제 관객들은 특정 이미지에 대한 의미를 깊게 묻는 편이었다.” 영화제의 관객들이 적절히 질문했듯 <끝없는 일요일>은 감각적인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로마 외곽에서 권태로이 살아가는 세명의 젊은이 알렉스, 브렌다, 케빈이 주인공이다. 방탕히 지내던 이들은 브렌다가 알렉스의 아이를 갖게 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고민하며 앞날을 꿈꾸지만, 현실은 정체되기만 한다. 영화의 제목이 주인공들의 상황을 일축한다. “이탈리아인에게 일요일은 미사와 스포츠, 가족과의 시간 등으로 무척 자유롭고 바쁜 날이다. 그런데 주인공
[인터뷰] 플래시 포워드 ‘끝없는 일요일’ 알랭 파로니 감독, 대도시의결핍과 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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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판빙빙과 이주영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녹야>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서 선보인 후 부산영화제의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소개됐다. 인천항 보안검색대에서 일하는 진샤(판빙빙)는 마약 밀매에 몸담은 초록 머리 여자(이주영)를 우연히 만난다. 모종의 이유로 함께 위험을 겪게 된 둘은 사려 깊은 애정을 피운다. <녹야>는 한국을 영화의 배경지로 삼는다. 한국의 이질적 공간성과 색다른 밤의 정경이 펼쳐진다.
- 한국에서 촬영한 계기는.
= 국적, 나이, 상황이 모두 다르고 서로를 전혀 모르는 두 여자가 만나는 상황을 그리고 싶었던 게 우선이다. 그럴 만한 장소로 한국 공항이나 항구의 보안검색대를 떠올렸다. 한국은 내가 사는 산둥 지역과 바다 하나만 두고 있을 만큼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지만, <취화선>을 본 이래 중국 다음으로 가장 친밀감을 느끼는 영화적 장소이기도 하다.
- 왜 서로를 전혀 모르는 인물들이어야 했나.
= 서로 모를
[인터뷰] 갈라 프레젠테이션 ‘녹야’ 한슈아이 감독, 폭발하는 호기심과 긴장감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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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무이. <소리굴다리>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영화다. 이걸 영화라고 한정 짓는 건 이 범상치 않은 결과물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게 아닐까 싶어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표면적으로는 2046년 근미래 배경의 SF 디스토피아물이다. 인류의 종말을 감지한 AI가 종말을 막을 수 있는 예술가들을 찾기 위해 여러 굴다리를 탐색한다는 설정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그런데 굴다리에서 일어나는 일을 따라가는 방식이 심상치 않다. 파도, 물, 혈액, 그림자 등 각종 이미지가 오버랩되고 CG가 범람하더니 어느새 판소리의 울림이 모든 공간을 덮는다. 밴드 아나킨 프로젝트의 음악과 함께하는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였다가, SF였다가, 실험적인 미디어 아트였다가, 음악과 파동 그 자체를 물리적으로 포착한 끝에 마침내 ‘소리굴다리’라는 형태로 공명된다. 영화제가 발굴과 만남의 장이라면 그 온전하고 순수한 결과물이 여기에 있다.
<소리굴다리>를 연출한 구파수 륜호이(본명 윤
[인터뷰]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소리굴다리’ 구파수 륜호이 감독, 마음의 형태를 조각한 끝에 마주한 공명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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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껏 카메라에 담고 보니 어느새 영화가 되어 있다. <지난 여름>은 제목 그대로 가뭄으로 시작해 장마로 이어졌던 지난여름을 되돌아본다. 벼를 심고 논에 물을 대고 나락이 익어가는 한 계절을 담담하게 따라가는 동안 사건이라 부를 만한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설사 일어나더라도 도도히 흐르는 시간의 강물처럼 그저 지켜볼 따름이다. 어떨 땐 가뭄으로 비가 내리지 않다가 어느새 너무 많이 내려 범람하기도 한다. 사람이 날씨를 바꿀 수 없듯이 인물들이 할 수 있는 건 주어진 조건에 맞춰 순응하고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날씨가 따라주지 않아도, 속이 답답해도, 죽음과 이별 앞에 마음이 미어져도 오늘 할 일을 하는 것. <지난 여름>은 시간 앞에 순리대로 존재하는 이들의 존재를 정중하고 맑은 시선으로 담아낸다. 스크린엔 어디에도 포섭되지 않은 영화의 시간이 흐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생활 전선에 뛰어든 최승우 감독은 정규 과정으로 영화를 배워본 적이 없다.
[인터뷰]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지난 여름’ 최승우 감독, 시간을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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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동춘(박나은)은 궁금하다. 왜 수학과 영어와 페르시아어와 논술과 미술과 창의과학과 한국사를 배워야 하는지. 동춘에게 답을 준 건 엄마도 선생님도 아닌 막걸리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SF적인 상상력으로 사교육 문제를 풀어낸 귀엽고 기발하면서도 서늘한 영화다.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o난감> 각본을 쓰기도 한 김다민 감독은 왕성한 호기심과 친근한 상상력, 예리한 관찰력으로 개성 넘치면서도 탄탄한 첫 장편영화를 완성시켰다.
- 제목부터 소재까지 독특하다. 어떻게 시작된 상상력인지.
= 주민센터나 평생학습관에서 뭔가를 배우는 걸 좋아해서 자주 간다. 한번은 전통주 만들기 수업이 있었는데 막걸리를 집에서 숙성시키다보니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게 참 신기해 보였다. 센터를 가려면 매일 낮시간에 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다보면 학생들이 부지런히 학원 버스를 타고 사라진다. 그렇게 매일 학원을 가야 하는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인터뷰]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김다민 감독, 만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뻔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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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랑 감독의 장편 데뷔작 <딸에 대하여>는 실로 ‘영화적’이다.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빼어난 이야기를 어떻게 영화언어로 번역할 수 있을지에 대한 훌륭한 모범 사례라고 해도 좋겠다. 표면적으론 엄마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딸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지만 결국 그 과정을 통해 ‘엄마에 대해’ 알게 되는 거울 같은 영화다.
-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 처음 출간되었을 때부터 주변에서 한번 읽어보라는 추천을 많이 받았고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참이 지나 <딸에 대하여>의 영화 연출을 제안받았을 때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워낙 잘 짜인 이야기였기 때문에 거꾸로 영화화했을 때 얼마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다. 무엇보다 문학적인 언어로 표현된 이야기 속에 영화로만 표현할 수 있는 지점이 필요했고 마침내 발견해 용기를 냈다.
- 소설에 비해 이야기와 사건은 간소화된 대신 상황과 정황은 더
[인터뷰]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딸에 대하여’ 이미랑 감독, 딸, 엄마, 당신, 우리 모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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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다영(박서윤)은 남자 친구인 병훈(최민재)과 저수지에서 여름의 한때를 보낸 후 이별한다. 다영은 여름방학 동안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연애사의 조각을 적어 방학 숙제로 제출하고, 담임 선생님은 다영을 호출해 진실을 추궁한다. 숨겨졌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며 마지막으로 향할수록 다영과 병훈이 미숙한 어린 연인이 아니라 그저 우리와 조금은 다른 사람임을 먼저 깨달아야 할 수도 있다. 예측 불가함이라는 큰 힘과 담백하고 단순한 결의 대사로 섬세한 힘을 발하는 영화다.
- 총 6편의 단편 중 <갈 곳 없는>(2018)과 <졍서, 졍서>(2022)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다. 첫 장편인 <그 여름날의 거짓말>에도 소년, 소녀가 등장한다. 이 시절에 대한 애착이 각별한가.
= 돌이켜보니 그렇다. 나는 그 시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어릴 때 쌓였던 것들을 지금 영화로 푸는 건가 싶기도 하다. 이제 어른이 되어 아이들을 볼 때 어떤 시선을 가져
[인터뷰] 뉴 커런츠 ‘그 여름날의 거짓말’ 손현록 감독, 여름방학 같기도, 대서사시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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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을 터덜터덜 걷던 사회복지사 백진현 대리(윤혁진)는 맞은편 교가 아래에 들고양이처럼 엉거주춤 웅크려 앉은 사회복무요원 임영진(안은수)과 마주친다. 같은 장소에서 일하고 있지만 공통점이라고는 조금도 없어 보였던 두 인물의 접점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결코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던 두 청년은 조금씩 숨겨진 사정과 속내를 서로에게 털어놓는다.
-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진현과 사회복무요원인 영진의 이야기다. 각본을 쓰고 연출하게 된 과정을 들려달라.
= 2018년에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했다. 당시 느꼈던 제도의 아이러니를 수필처럼 적어두었다. 그러다 다음해 경상남도 창원의 교량 안에서 3년간 노숙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뉴스로 접했다. 이 사건이 내가 품고 있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출구 같은 역할을 했다. 영화를 쓰면서 내 경험을 영화에 많이 가져왔다.
- 현대미술을 공부했다고.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는.
=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마흔살에 영화감독이 되어
[인터뷰] 뉴 커런츠 ‘부모 바보’ 이종수 감독, 일상적인 것을 낯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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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염증을 느낀 20대 청년 계나(고아성)가 뉴질랜드로 터전을 옮긴다. 계나가 겪는 한국의 익숙한 폐단과 뉴질랜드의 생경한 활기는 곧장 관객의 피부에 닿을 만큼 생생하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이 싫어서>는 2016년 부산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에 선정되고 8년이 흐른 뒤 개막작으로 부산을 찾았다.
- 원작을 영화화한 계기는 무엇인가.
= 한국 사회를 향한 계나의 피로감에 공감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가 한국 사회의 커다란 변곡점이었다고 느낀다. 큰 재난을 마주한 사람들이 본인의 사회적 위치, 정체성 그리고 산적한 사회적 문제를 생각하며 각성한 시점이었다. 나도 비슷했다. 원작을 접한 2015년에 한창 두살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아이에게 어떤 것을 남겨줄 수 있을지, 지금 내가 발 디디고 있는 곳이 어떤 곳인지 많이 고민하게 되더라. 이런 고민과 계나의 이야기가 많이 연결된다고 느꼈다.
- 초기 단편 <
[인터뷰]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장건재 감독, “이동의 감각을 표현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