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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의 주인공은 구산영(김태리)이다. 그는 가장 많은 러닝타임을 부여받으며 서사의 중심에 서 있다. 하지만 그래서 우리의 주인공 산영이 과연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본다면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산영이 가난에서 자유로워지고 싶고,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으며,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산영의 어릴 적 꿈은 뭐였는지, 그가 즐겨 듣는 음악은 뭔지, 유산을 물려받은 지금은 뭘 하고 싶은지 같은 건 알지 못한다.
사정은 함께 극을 이끌고 가는 염해상(오정세)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어머니(박효주)를 악귀의 손에 잃은 뒤부터 계속 귓것들을 보면서 고통스러워했다는 사실, 그래서 악귀를 쫓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외의 욕망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산영과 해상 모두 12회 내내 ‘악귀를 잡아서 봉인하고 주변 사람들을 지킨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으로 질주하
[비평] 구조를 겨냥했으나 해결하고자 하지 않는, ‘악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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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애플이 혼합현실 헤드셋 ‘비전프로’를 발표하자 삼성전자의 한 내부 관계자는 동료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정도 기술은 우리에게도 있어요. 아직 제품 출시를 안 했을 뿐이죠.” 애플의 신제품이 그다지 혁신적인 물건은 못 된다는 투였다. 그렇다면 애플과 삼성의 차이는 뭘까. 간단하다. 애플은 했고 삼성은 못했다는 거다. 비전프로는 애플이 개인 컴퓨팅 환경의 미래를 보여주겠다는 야심을 담은 제품이다. 머리에 쓰면 최대 30m 크기의 가상 화면에 입체영상과 증강현실, 상호 반응 콘텐츠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고글을 쓴 채로 주변 사람이나 사물을 볼 수 있고 우주 한복판이든 숲속 호숫가든 가상의 이용자 환경을 마음대로 바꿀 수도 있다. 기존의 헤드셋 기기들과는 몰입감에서 다른 단계로 나아갔다는 게 체험자들의 전언이다. 내가 주목한 이 기기의 특징은 보다 사소한(?) 데 있다. 비전프로는 사용자의 시선을 추적해 앱을 선택하고 이를 맨손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향후 고글
[비평] 할리우드 팔로워, ‘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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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강훈은 정원고의 실체를 안다. 때문에 자신의 엄청난 스피드와 괴력을 드러내는 대신 학급 반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한다. 봉석(이정하)과 희수(고윤정) 역시 능력을 감추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인다. “비밀을 품고 있을 것 같고, 혼자 알아서 공부 잘하는 이미지”라는 박인제 감독의 말대로 강훈을 연기한 김도훈은 유독 표정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를 내비친다. 영화 <최면>, 드라마 <다크홀> <목표가 생겼다> <오늘의 웹툰> <법대로 사랑하라> 등에 출연하며 내공을 다져온 덕일 테다. “의젓해 보여도 아직 순수함을 지닌 고등학생이란 점을 놓치려 하지 않았”기에 그는 강훈을 더욱 입체감 있게 그려낼 수 있었다.
- <무빙>의 배역을 따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고.
= 오디션을 통해 합류했는데 4화까지의 대본을 먼저 받았다. 읽는데 너무 재밌는 거다. 액션, 판타지, 히어로
[인터뷰] 차분한 강인함, <무빙>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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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는 학교 폭력을 당하는 친구를 구해주기 위해 17:1로 싸우다가 아무리 맞아도 금방 회복하는 재생능력을 타고났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래 친구들과 자신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자각하고 정원고등학교에 전학 온 그는 자신처럼 초능력을 가진 친구들을 사귀면서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학창 시절 늘 계주 대표로 나갔다는 고윤정은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희수와 닮은 점이 많다. 이를테면 인터뷰 중 눈앞에 날아다니는 모기를 한번에 잡을 만큼 털털하고, 옆에 앉아 있는 봉석 역의 이정하가 <무빙> 현장에서 와이어 연기를 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전해주는 사려 깊은 배려심에서 희수의 캐릭터가 겹친다.
- <무빙> 오디션을 볼 때는 어땠나.
= 원작 웹툰을 알고는 있었지만 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오디션장에서 준 대본을 준비 없이 그냥 읽었다. <헌트>를 준비하던 때라 앞머리를 내리고 머리를 짧게 자른 상태였는데, 마침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 역할이라 머리를
[인터뷰] 특별한 자신감, <무빙> 고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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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은 엄마 미현(한효주)이 가진 초인적인 오감과 아빠 두식(조인성)이 가진 비행능력을 모두 물려받은 초능력자다. 누군가를 헌신적으로 지키려는 성정 또한 부모와 닮았다. 하지만 봉석은 초능력을 겉으로 드러냈던 그들의 부모와 달리 무거운 가방을 메고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면서 몸도 마음도 붕 뜨지 않게 스스로를 억제해야 한다고 배운다. 그럼에도 봉석 특유의 순수함은 결국 삐져나오는 감정을 불가항력적으로 드러내고, 누군가를 위해 초능력을 발현하기로 각성하게끔 이끈다. 선의가 가득한 눈웃음을 지으며 작품과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해가는 이정하는 이 캐릭터의 무구함을 즉각적으로 설득해낸다.
- 봉석 캐릭터와 실제 배우의 서글서글한 인상이 너무 닮아서 캐스팅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 강풀 작가님의 웹툰을 전부 봤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무빙>이었고 가장 좋아한 캐릭터가 봉석이었다. 오디션을 앞두고 웹툰을 한번 더 봤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옛날 생각도 나고 역
[인터뷰] 솔직하고 무해하게, <무빙>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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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의지에 따라 “괴물도, 영웅도 될 수 있는” 초능력자들의 서사가 마침내 공개됐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킹덤> 시즌2의 박인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살아가는 아이들, 상처를 안고 버텨온 어른들의 이야기를 다룬 시리즈물이다. 제작비 500억원에 배우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김희원, 문성근 등이 합류한 소식이 전해지며 공개 전부터 크게 주목받았다. 8월9일 디즈니+에서 7화까지 공개된 <무빙>은 매주 2개의 에피소드가 차례로 공개될 예정이다. <무빙> 세계관의 한축을 담당한 고등학생 봉석, 희수, 강훈으로 분한 배우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을 만났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무빙>의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배우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커버] “우리는 괴물도, 영웅도 될 수 있다”, <무빙>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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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가 안되는 꿈을 붙들고 보답 없는 노력에 매달리는 작가 지망생 육동주(정우)의 동력은 미련일까 희망일까? 둘을 분간할 수 있다면 인생이 한결 쉽겠지만 알 수 있는 건 그저 미련은 뒤를 향하고 희망은 앞을 향한다는 방향성뿐. 그 사이에서 지칠 대로 지친 동주는 읽고 쓰는 데 이골이 난 사람답게 온갖 인용을 동원한 자기방어로 간신히 버티던 중이고 어느 천둥, 번개 치던 밤, 차에 뛰어든 기묘한 소년 이강산(배현성)과 만나며 JTBC 드라마 <기적의 형제>는 시작한다.
실종된 형 하늘(오만석)을 찾던 1995년에서 2023년으로 타임슬립하며 기억을 잃은 강산의 임시 보호자가 된 동주는 강산이 메고 있던 하늘의 배낭에 들어 있던 소설 원고 ‘신이 죽었다’의 결말을 가필해 출판하고 단번에 스타 작가가 된다. 원고를 도둑질한 사실을 감추고 제법 강산을 염려하는 형 노릇을 하는 동주가 파렴치하다 싶지만 김지우 작가, 박찬홍 감독 콤비는 지난 작품에서 반복해 말해왔다. 사람은 실
[유선주의 드라마톡] ‘기적의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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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 페이스>
왓챠 ▶▶▶
찰리 케일(너태샤 리온)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가려낼 수 있다. 절친한 친구의 죽음에 묻힌 진실을 파헤치다 도망자 신세가 된 찰리는 가는 길마다 낯선 이에게 은혜를 입고 그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찰리는 수도 없이 악어의 입에 제 머리를 집어넣는 위험을 스스로 자초한다. 복잡한 심리전이나 두뇌 싸움 없이 자신의 ‘눈을 보고 말’하라는 찰리의 돌직구는 그간의 추리물에서 볼 수 없던 탐정 역할의 신선한 매력이다. <나이브스 아웃>의 감독 라이언 존슨이 세개의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다크>
넷플릭스 ▶▶▶▶▷
아이들의 실종 사건을 시작으로 네 가족이 돌이킬 수 없이 서로의 운명에 얽힌다. 가족 삼대에 걸친 비극은 에피소드를 지날수록 그 색이 짙어만 간다. 각자가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 그들은 살아가며 서로의 운명을 속인
[OTT 추천작] ‘포커 페이스’ ‘다크’ ‘마인드헌터’ ‘사랑의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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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감독 타가시라 시노부 / 원작 이토 준지 / 각본 사와다 카오루 / 출연 스기야마 리호, 키시오 다이스케, 스에가라 리에, 하나모리 유미리 / 플레이지수 ▶▶▶
불길한 저택에 남겨진 히키즈리 육 남매는 강령회를 연다. 터널에서 엄마를 잃은 고로는 아빠마저 잃고 하나뿐인 여동생은 뭔가에 홀린 듯이 계속 터널을 헤맨다. 하늘에는 사람들의 얼굴을 닮은 거대한 풍선이 떠다니며 바깥으로 나오라고 유혹하고, 친구의 초대를 받아 어떤 장소에 도착한 오누이는 그곳이 묘비로 가득 찬 마을임을 알게 된다. 아름다운 얼굴의 레이미(린)는 교통사고로 얼굴 절반을 잃고, 독특한 분위기의 전학생 토미에(스에가라 리에)는 사진부의 츠키코(하나모리 유미리)에게 유난히 심술궂다. 만화 <소용돌이>, <토미에> 시리즈로도 잘 알려진 이토 준지는 기담을 엮어내는 장인이다.
<이토 준지: 매니악>은 총 12화에 걸친 20개의 옴니버스 단편애니메이션으로 이토 준지의 만
[OTT 리뷰] ‘이토 준지: 매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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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찾아 지구 반 바퀴’인가. 승승장구 중인 변호사 오드리(애슐리 박)는 어느 날 소속 로펌으로부터 승진을 위해 어린 시절 헤어진 친모를 찾아오라는 특명을 받는다. 행방을 모르는 친모를 찾기 위해 우선 베이징으로 향하는 오드리의 출장길엔 성적으로 분방한 아티스트 롤로(셰리 콜라), 오드리의 단짝이자 사생활이 복잡한 배우 캣(스테파니 수), K팝 팬이자 롤로의 사촌인 데드아이(사브리나 우)가 합류한다. <조이 라이드>는 미국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코미디에서 쉽게 주동 인물로 등장하지 않았던 여성배우와 아시안 배우들이 전면에 나서 서사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미국 내 아시안 주연 영화 신기록을 세웠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각본가 아델 림이 연출과 각본을 맡고,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 출연한 한국계 배우 애슐리 박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전세계 관객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스테파
[Coming soon] ‘조이 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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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밀수 O.S.T
이전보다 음악을 더 자주 듣는다. 그날의 기분, 그날의 날씨, 그날의 희망사항에 따라 음악을 다양하게 들으려 한다. 70년대 음악부터 최신 음악까지 여러 음악이 내게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준다. 최근 플레이리스트에는 당연히 <밀수> O.S.T와 제이크(JVKE)의 <golden hour>에 푹 빠져 있다.
그림
최근 촬영 때문에 그림을 그릴 계기가 있었다. 팔레트에 올려진 여러 가지 색깔들과 붓의 움직임으로 새로운 영감을 받는 그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다양한 전시를 보고 여러 생각을 갖게 해주는 힘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워보려 한다.
수영
수영 역시 그림과 비슷하다. 촬영 때문에 배우게 됐지만 물을 무서워하던 내가 서서히 물과 친해지며 재미를 느끼고 있어 또 다른
[LIST] 고민시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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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저예산 독립영화가 올여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하나둘씩 제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사운드 오브 프리덤>으로, 알레한드로 몬테베르데 감독 연출에, 짐 커비즐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했으며, 연방수사요원이 인신매매된 어린이들을 구하기 위해 남미에서 위장수사를 벌이는 이야기다. 1450만달러가 소요된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4일 개봉한 뒤 8월6일 현재까지 미국에서만 1억6300만달러라는 놀라운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뒀다. <플래시>(미국 내 수익 1억700만달러)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미국 내 수익 1억5100만달러)을 가뿐히 넘어섰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흥행 성적 1억달러를 넘어선 첫 저예산 독립영화다.
이 작품은 본래 2018년에 제작됐으나 폭스 라틴아메리카가 배급을 맡은 후 2019년 폭스사가 디즈니로 합병되
[뉴욕] ‘사운드 오브 프리덤’의 이례적 흥행과 그 여파, 보수층 집결시킨 논란의 저예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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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의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 절차가 임박하자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이하 아친연대) 및 문화연대, 문화예술단체들이 목소리를 모아 문화재청에 아카데미극장의 등록문화재 직권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7월26일 아친연대와 문화연대가 해당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8월3일 전국 문화예술인 1300여명의 연명이 담긴 요청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문화유산 보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문화재청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극장 보존에 목소리를 보탰다. "원주 아카데미극장의 철거는 단순히 건물 한 채의 해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극장은 1990년대까지 원주시의 대중문화의 구심점이었던 곳이다. 이것은 시민들의 추억과 애환이 서린 한 시대를 해체하는 일과 같다"라며 문화재청의 직권지정을 요청했다.
원주 아카데미극장은 1963년에 개관한 원주 유일의 단관극장이다. 그러나 원주시가 지난 4월 극장 철거 계획을 발표하고 5월 시의회에서 철거예산안을
“등록문화재 지정을 원한다”,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 둘러싼 논란 계속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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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대작 시리즈 <무빙>이 8월9일 공개됐다. 시리즈를 미리 본 기자들은 하나같이 재미를 보장했다. 뒤늦게 강풀 작가의 원작 웹툰을 찾아봤다. 역시, 괜히 누적 조회수가 2억뷰에 이르는 메가 히트작이 아니었다. 초반부, 아기 봉석에게 공중부양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부모 미현과 두식(영화에선 한효주와 조인성이 연기하는 인물들)이 방에 그물을 쳐놓고 아기를 재우는 컷에서부터 마음을 빼앗기기 시작했다. 수면 중 아기가 천장에 부딪힐까 싶어 젊은 부모는 방 안에 그물을 쳤고, 그물에 걸린 아기는 곤히 잠든 엄마와 아빠를 공중에서 행복하게 내려다본다. 초능력 아기의 시선 아래, 비범한 사랑을 품은 보통의 존재들이 잠들어 있다. 아기의 공중 시점으로 색다른 앵글을 만들어낸 것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의 너르고 따스한 시선 덕에 마음이 덩달아 두둥실 떠오르는 듯했다. 특별한 신체능력을 지닌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히어로물이니 분명 폭력을 동반한 갈등의 서사가 이어지겠지만
[이주현 편집장] 스크롤 내리거나, 스크린 향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