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베이 시티의 거리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스타스키와 허치는 길거리에 심어놓은 정보통 ‘허기 베어’를 통해 사건의 단서를 잡는다. 모든 심증은 부유한 마약거래상인 리즈 펠드먼에게 가 있지만 물증이 없어서 이도저도 못하는 사이, 펠드먼은 미국 마약청을 뒤엎을 만큼 엄청난 규모의 마약 거래를 꾸민다.
TV로 방영됐을 당시엔 새로운 컬트붐을 일으켰다지만 사실 영화 <스타스키와 허치>는 어느 정도 우리에게 익숙한 형사버디물이다. 사소한 규칙 따윈 가뿐하게 무시하고 주로 형사답지 못한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하며 틈만 주면 파트너를 헐뜯으려고 들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기막히게 호흡을 맞춘다는 식의 설정은 <리쎌 웨폰> <나쁜 녀석들> 등에서도 익히 봐온 구도다. <스타스키와 허치>에서 특별히 눈길을 끄는 요소라면 주연배우 벤 스틸러와 오언 윌슨일 듯. 윌슨이 쓴 <로얄 테넌바움>과 스틸러가 연출한 <쥬랜더>에서 공연하며 두 배우가 드러내온 독특한 코미디 감각이 이 영화에서도 유효할지가 궁금한 대목이다. 연출은 <로드 트립>의 감독 토드 필립스. 미국에서 최고 래퍼로 대접받고 있는 스눕 독이 허기 베어 역을 맡았고, 허치 역이 될 뻔했던 빈스 본이 리즈 펠드먼을 연기한다. TV 방영 당시 드라마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스타스키의 눈부신 진분홍빛 ‘애마’ 포드 자동차는 이 영화의 추가 볼거리다. 박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