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로 가는 건 연극 배우들만이 아니다. 연극 연출가들도 영화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무대가 다 받아주지 않는 표현 욕구를 스크린 위에 풀어놓겠다는 꿈을 품은 연출가들이 감독으로 뛰어들 채비를 차렸다.극단 차/이/무를 이끌어온 이상우씨는 `슬픈 코미디`라 이름한 <바깥>으로 감독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박광수 감독의 <칠수와 만수>, 여균동 감독의 <죽이는 이야기>와 <미인>의 시나리오 작업으로 충무로에 이름이 알려진 이씨는 짧고 풍자적인 대사가 강점이다. 꽃피기 전에 촬영에 들어갈 <바깥>을 시작으로 앞으로 영화와 연극을 오갈 작정이다.밀양에 연극촌을 세우고 연희단거리패와 함께 활동중인 이윤택씨는 정동극장의 레퍼토리로 정착하며 인기를 모아온 자작극 <오구>를 영화로 만든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초상집 풍경을 질펀하게 풀어놓을 <오구>는 연극에서 주인공 역을 맡았던 강부자씨가 그대로 주연 배우로 나올 예정이다. 힘과 끼가 넘치는 무대 장악력을 자랑해온 이씨가 영화판에서는 어떻게 변신할지 주목거리다.코믹한 연기에 능한 배우로 더 낯익은 박광정씨는 지난해 자신이 연출했던 강신구씨의 모노드라마 <진술>로 메카폰을 잡는다. 하일지씨 원작의 <진술>은 살인범으로 몰린 한 철학교수에 관한 이야기. 현실과 몽환 속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박씨가 어떤 화면으로 펼쳐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영화 감독으로 몸바꾸기를 한 연출가는, 이들이 처음이 아니다.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로 그 솜씨를 인정받은 장진씨와, <조용한 가족> <반칙왕>으로 자기 색깔을 굳힌 김지운씨의 성공사례가 이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특히 연극연출가 출신 감독들은 시나리오까지 직접 소화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제작자들의 눈길을 끈다.외국에서도 감독과 연출가를 겸업하는 경우는 많다. 스웨덴이 낳은 거장 감독 잉마르 베르히만은 연극연출가로 출발해 말년까지 영화와 연극을 나란히 만들었다. <아메리칸 뷰티>의 샘 멘더스 감독은 최근 한국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캬바레>의 연출가로도 유명하다.정재숙 기자▶ 대학로, 영화배우 양성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