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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부산행> <범죄도시> 연작 등의 무술감독으로 유명한 허명행 감독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그의 첫 연출작은 1월2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영화 <황야>다. 폐허 속에서 삶을 꾸려가는 사냥꾼 남산(마동석)과 그의 파트너 지완(이준영)은 “세상의 추위를 피해 사람들이 모인 거처 공간”인 버스 차고지 ‘버스동’에 산다. 어느 날 버스동 주민 수나(노정의)가 양기수 박사(이희준)를 따라 사라지고, 남산과 지완은 수나를 구하는 여정에 오른다. 수많은 작품에서 배우 마동석과 호흡을 맞춘 허명행 감독은 마동석의 눈을 믿는다. 마동석은 <황야>의 크레딧에 각색가로도 이름을 올렸는데, 허명행 감독은 “마동석 배우는 자기만의 시각에서 시나리오를 재해석해 보내기도 한다. 스토리를 바라보는 눈이 워낙 좋은 배우라 연출에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다”라며 오랜 동료를 향해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한국영화의 수많은 액션 시퀀스를 직접 직조한
[인터뷰] 사냥꾼 된 마동석의 시원한 액션을, <황야> 허명행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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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하수영(전도연)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질주하는 이야기.” <리볼버>의 로그라인은 이렇게 시작한다. 욕망과 목표를 위해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의 얼굴은 이내 우리가 마음 한켠에 숨겨둔 은밀한 비밀처럼 나타난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섬세함을 각본으로 그려내고, 담담한 감정의 레이아웃을 <무뢰한>으로 층층이 겹쳐낸 오승욱 감독이 8년 만에 메가폰을 들었다. 밀도 높은 연기로 자신의 반경을 또다시 넓힌 전도연, 지창욱, 임지연 배우가 <리볼버>의 이야기를 현실로 구현한다.
- <리볼버>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조금 더 공개해줄 수 있나.
= 상관과 함께 비리를 저지른 경찰 하수영이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죄를 모두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간다. 그 대가로 많은 것을 약속받았지만 출소 이후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거의 투명인간이
[인터뷰] 단계를 거듭하며 강해지다, <리볼버> 오승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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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파일럿에서 한순간 실직자가 된 정우(조정석)가 뜻밖의 신분 세탁으로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현시점 공개된 한줄의 시놉시스만 읽더라도 <파일럿>은 주인공이 조정석일 때와 아닐 때 전혀 다른 영화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만큼 <파일럿>은 “조정석의, 조정석에 의한, 조정석을 위한” 영화다. 데뷔작 <가장 보통의 연애>로 개봉 당시 신인감독의 놀라운 흥행력을 보여주었던 김한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동시대 희극지왕 조정석을 만난다. 공개된 정보 외에는 작품의 많은 요소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 <파일럿>은 올해 가장 예측 불가능한 기대작이다.
- <D.P.>시리즈를 연출하고 <약한영웅> 시리즈를 제작한 한준희 감독이 연출을 제안했다. 어떻게 인연을 맺고 시작한 프로젝트인가?
= 2021년 충무로영화제에서 한준희 감독을 처음 만났다. 이전에 <차이나타운>이 ‘코인락커 걸’이라는 원제
[인터뷰] 조정석의, 조정석에 의한,조정석을 위한, <파일럿> 김한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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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희 감독이 박상영 작가의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중 <재희>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것은 “청춘 시절을 까먹기 전에 청춘의 혼란스러움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단 마음” 때문이었다. 첫 장편 <...ing>에선 고등학생 민아(임수정)의 사랑을, <어깨너머의 연인>에선 결혼 시기에 접어든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 후 <미씽: 사라진 여자> <탐정: 리턴즈>를 연출하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단 주위의 반응”을 느꼈던 이언희 감독에게 마침 “내가 정말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던 20대의 순간” <재희>가 찾아온 것이다.
<재희>는 20살에 만나 33살까지 우정을 이어가는 재희(김고은)와 흥수(노상현)의 이야기다. 남들 눈치 안 보고 자유로이 사랑하고 살아가는 재희, 본인의 태생적 비밀 탓에 세상을 다소 등진 흥수가 묘한 동거를 이어가고 진정한 친우의 관계를 쌓아가며 변화하는 과정을
[인터뷰] 어둡고 어지럽고 사랑스러운, <대도시의 사랑법> 이언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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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다 쭉쭉 치고 나가는 속도감, 매력을 넘어 마력을 보여주는 두 배우의 짐승 같은 연기, 결국 누구든 내 것이라고 느낄 만한 이야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박하경 여행기>를 연출한 이종필 감독이 강조한 바에 따르면 <탈주>는 “심플하게 재밌는 영화”다. 남한으로 탈주를 시도하는 북한군 중사 규남(이제훈)과 그를 쫓는 북한군 장교 현상(구교환)의 하루간의 집요한 추격을 담았으며 <수리남> <리바운드> 등을 쓴 권성휘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다. 이종필 감독은 “아프리카 청년 둘이 비행기 바퀴에 몸을 묶어 필사적으로 영국 밀입국을 시도했다는 해외 토픽을 읽고 그렇게까지 하는 젊은이들의 심정이 뭘지” 골몰하던 시기에 <탈주> 책을 받고 마음이 동했다. “친구가 미래 없는 회사를 이젠 그만둬야 할 것 같다며 우는 모습을 보던 중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 연출 의사에 확신이 섰다. “북한에서 벗어나 보편적으로, 도저히 여기
[인터뷰]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가 될 것”, <탈주> 이종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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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수학여행> <MJ>에서 소외된 이들의 내면에 일렁이는 섬세한 감정들을 포착했던 김희진 감독이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영상화한 작품으로 장편 데뷔에 나선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재학 시절 신인 창작자를 찾던 임승용 용필름 대표와 인연을 맺은 김희진 감독은 여성 기자의 시점으로 탈북민 로기완의 행적을 좇는 소설을 벨기에 브뤼셀에 새로 정착한 로기완 중심의 이야기로 각색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말하는 원작 소설의 메시지는 충실히 살리면서 멜로드라마적 분위기를 가미했다. 소설에는 없던 마리라는 여성 캐릭터도 생겨났다.” 김희진 감독은 유럽에서 난민 지위를 받고자 애쓰는 실제 탈북민들을 취재하고, 케이트 에번스의 그래픽 노블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구호 현장에서 쓴 생생한 기록>을 살피며 “낯선 언어, 추위,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놓인 사람들이 느낄 막막함과 쓸쓸함”을 피부에 새겨나갔다. 김희진 감독이 중시하는 것은
[인터뷰] 차갑게 만나 뜨겁게 끌어안는 관계, <로기완> 김희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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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와 <범죄도시3>로 2년 연속 천만 관객을 달성한 <범죄도시> 시리즈(이하 <범죄도시>)가 새로운 사령관과 함께 여름이 오기 전 극장가를 찾는다. <범죄도시4>의 메가폰은 <범죄도시>의 무술감독을 맡았던 허명행 감독이 잡는다. 오랫동안 <범죄도시>와 <범죄도시>의 본령인 배우 마동석과 안팎으로 함께했던 허명행 감독은 전작으로부터 마석도 형사(마동석)가 지닌 매력을 보존하고자 한다. “믿음직스럽고 강인한데 유머와 귀여움까지 갖춘” 마석도의 본질은 이번 작품에서도 변치 않는다. 제작자 겸 주연배우인 마동석은 “액션 시퀀스가 벌어지는 공간 배경 등의 설정을 포함해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액션에 관해 끝없이 고민하”며 허명행 감독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갔다. <범죄도시>는 늘 마석도의 심판을 받는 빌런 캐릭터가 화제를 모았다.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을 소재로 하는 <범죄도시
[인터뷰] 악당도 코미디도 다 잡는다,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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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한국 오컬트 영화의 신기원을 적립했던 장재현 감독이 풍수지리와 무속 신앙을 소재로 한 <파묘>로 돌아온다. 여러 종교적 색채를 뒤섞으며 미스터리 스릴러의 형식을 적용해온 장재현 감독 고유의 인장이 다시금 두드러진다.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무당인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이 기묘한 묘를 파헤치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늘 그래왔듯 장재현 감독은 1년 동안 실제 장의사와 함께 일하며 파묘와 이장에 몸담는 등 철저한 사전 조사와 고증을 거쳤다.
- <파묘>의 기획은 어디에서 시작됐나.
= 어렸을 때 살던 시골 동네에서 100년 넘은 무덤을 이장하는 걸 본 적 있다. 묘를 팔 때 나오는 흙의 색깔과 냄새, 작업하기 전에 제사를 지내던 사람들의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이장하는 이유도 몰랐지만,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무서우면서 궁금하고 심장이 콩닥거렸다. 그 이후부터 관에 대한
[인터뷰] 전작들의 장점만 가져왔다, <파묘> 장재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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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은 안중근 의사(현빈)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쏘기까지 독립투사들의 긴 분투를 그린 첩보 드라마다. 안중근 의사뿐만 아니라 그와 마음을 한데 모았던 독립군들의 사연이 펼쳐진다. 우민호 감독은 “이전까지 내 영화가 악인들을 주로 다뤘다면 처음으로 선의를 가진 인물들을 다루게 됐다”고 이 영화를 설명했다.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진 독립운동가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한 감정의 원천을 좇았던 여정에 대해 들었다.
- <하얼빈>은 최근 한국 근현대사를 영화로 다시 쓰고 있는 하이브미디어코프가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에 이어 선보이는 작품이다. 어떻게 연출을 제안받게 됐나.
= <내부자들>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 등 계속 작품을 함께해온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가 갖고 있던 시나리오였다. 사실 직접 연출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어머니 때문에 강남에 있는 병원에
[인터뷰] 10월26일, 안중근, <하얼빈> 우민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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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해 2024년을 책임질 9편의 기대작을 미리 살필 수 있는 지면을 마련했다. 9명의 감독들이 최초로 공개하는 관전 포인트를 담았다. 우민호 감독(<남산의 부장들>)은 역사극 <하얼빈>에서 1909년에 나라를 위해 몸바쳤던 독립투사들을, 장재현 감독(<사바하>)은 무속 신앙과 풍수지리를 결합한 오컬트 <파묘>에서 묘를 파헤치는 사람들을, 오승욱 감독(<무뢰한>)은 <리볼버>에서 배우 전도연을 내세워 출소한 전직 경찰의 누아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종필 감독(<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시상식에서의 러브콜로 맺어진 이제훈, 구교환 콤비가 군사경계선을 놓고 벌이는 모험극 <탈주>를, 이언희 감독(<미씽: 사라진 여자>)은 베스트셀러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도시 남녀의 로맨스 <대도시의 사랑법>을 내놓는다. 무술감독에서 연출자로 변신한 허명행 감독은 <범죄도시4>로
[특집] 2024 한국영화 신작 탐색, 새해 영화 기대작 9편의 감독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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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북적거리는 한 시장 거리를 천천히 가로지른다. 수레를 끄는 상인과 거리의 악사를 따라가다가, 불현듯 한 술집 앞에 멈춰 선 카메라는 한 여성에게 이끌리듯 다가간다. 자라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은 남편 밥티아르와 함께 튀르키예를 떠나 유럽으로 망명을 가려 한다. 그녀를 찾아온 밥티아르는 자라에게 프랑스 여자가 분실한 여권을 건넨다. 하지만 밥티아르 없이 홀로 국경을 건너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자라는 화를 내며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이윽고 카메라가 천천히 뒤로 빠져나오면 원격 촬영을 지시하고 있는 자파르 파나히의 노트북 화면이 나타난다. 화면은 순식간에 국경을 가로지르는 동시에 픽션의 밀실을 깨뜨리고 픽션과 자전적 다큐멘터리가 뒤섞인 낯선 시공간에 도착한다. 그와 동시에 인터넷 연결이 끊어진다. 화면에 남은 것은 촬영장 밖으로 튕겨나온 채 인터넷 신호를 잡기 위해 애쓰는 영화감독 파나히의 적적해 보이는 모습이다.
이란 정부로부터 출국 금지령을 받은 파나히는 튀르
[기획] 진실의 반동을 붙잡는다는 것, <노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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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퀄도 프리퀄도 아니다. 2022년 7월에 개봉했던 <외계+인> 1부의 다음 행보는 1월10일 개봉할 <외계+인> 2부다. 387일이란 한국영화 사상 최장 프로덕션을 거쳤다거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집합했다는 표면적 사실을 제외하고도 <외계+인> 시리즈의 몸집은 2부가 필요했을 만큼 거대하다. <타짜> <도둑들> <전우치>를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첫 연작으로서 리드미컬한 코미디, 자유분방한 캐릭터 서사, 능청맞은 액션 활극과 같은 그의 장기를 모조리 모아서 시간을 초월하는 동서양 혼합 판타지라는 외양에 집어넣었다. 내용, 형식, 시공간적 배경, 그리고 영화의 색다른 제작·공개 방식까지 <외계+인>의 새로운 시도는 한국영화계의 새로운 해석을 요구했다. 이에 김소희 영화평론가는 <외계+인> 1부와 2부를 본편과 속편이 아닌 “상호 보완의 관계”로 분석했다. 단지 1부에서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닌 1부와
[기획] 완성이 아닌 미완의 영속을 택하기, <외계+인> 2부작이 남긴 것, 어떤 비장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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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분 다 집에서 작업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이 공간에서 정말 많은 일이 이루어지겠네요.
이경미 맞아요. 그만큼 일과 생활이 분리가 안돼서 저희 둘 다 그게 문제라고 느끼고 있어요. 밥 먹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프로젝트나 아이디어 이야기를 하게 되니까요. 피어스가 도움을 많이 줘서 저는 좋은데 피어스는 계속 일하는 느낌이 들어서 힘들 거예요.
피어스 콘란 (고개를 저으며) 아니에요, 괜찮아요.
- 감독님은 얼마 전 <새색시>(가제)의 시나리오를 탈고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굉장히 후련하시겠어요.
이경미 네, 이 각본 작업만 거의 2년 반 정도 했는데 만족스럽게 나와서 후련해요. 기분 좋게 다음 작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태예요. 며칠 쉬고 바로 새 드라마 각본을 작업하려고요.
- <새색시> 시나리오의 첫 독자이실 텐데요. 어떻게 읽으셨나요?
피어스 콘란 경미의 머릿속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느낌이라 재밌어요. 여러모로 정말 흥미롭고 한편으론 놀라
[인터뷰] 에세이 <잘돼가? 무엇이든> 개정증보판, <필수는 곤란해> 펴낸 이경미 감독 × 피어스 콘란 평론가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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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돼가? 무엇이든’이라는 질문에 답하고, 반대로 ‘필수는 곤란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며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은 제목들이다. 이경미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단편에서 따온 <잘돼가? 무엇이든>은 첫 쇄를 찍은 2018년 이후 5년 만에 개정증보판을 펴내며 새 옷을 입었다. <필수는 곤란해>는 한국어로 펴낸 피어스 콘란 평론가의 첫 에세이집이다. 시나리오가 아님에도 여러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듯 느껴지고, 비평이 아님에도 담론을 이끌어내는 두 책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인터뷰를 위해 이경미 감독, 피어스 콘란 평론가의 집을 찾았다. 영화 DVD, 블루레이, 책이 한가득 꽂혀 있는 책장들. 누구나 한번쯤 꿈꿔온 창작자의 집이자 작업실이라고 생각할 찰나, 고양이 미슈까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옆에 둔 기자의 짐을 살피고 떠난다(미슈까는 영화 <유령>과 <외계+인> 1, 2부에 출연했다.–편집자). 영화감독과 영화평론가가 쓴 에세이에는 어떤 내용
[기획] 영화감독과 영화평론가가 쓴 에세이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가, ‘영화의 세계, 부부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