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에서 양장점 주인을 연기한 김미경 배우는 <82년생 김지영>에서 지영(정유미)의 시어머니로 등장한다. 이번호 특집 ‘<82년생 김지영>의 배우들’ 인터뷰에 따르면, ‘부산의 박정자’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부산의 유서 깊은 극단 가마골 출신인 김미경은, 이정은 배우가 김도영 감독에게 직접 추천해서 이뤄진 캐스팅이라고 한다. 돌이켜보면, 당시 <밀양>은 동네 사람들 캐스팅을 위해 무려 3천명 넘는 배우들의 오디션을 봤다. 종찬(송강호)에게 “니는 인상이 멜로가 아니고 코믹쪽이다”라고 얘기했던 영화 속 중국집 주방장 친구를 연기한 이성민 배우를 필두로,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배우들이 수도 없이 등장한다. 앞서 언급한 이정은 배우만큼이나 존재감이 달라진 <니나 내나> <기생충>의 장혜진 배우도 신애와 함께 공부하는 신도들 중 한명으로 출연했고, <증인> <걸캅스>의 염혜란 배우도 장례식장에서 만난 신애의 시댁 식구 중 한명으로 출연했다. 독립영화계의 든든한 친구들인 박명신, 김미향, 김종수 배우는 물론 최근 <극한직업> <마약왕>으로 주목받은 이중옥 배우도 호프집 아르바이트 단역으로 1초 등장한다. 그는 실제로 이창동 감독의 조카이기도 하다.
<82년생 김지영>을 계기로 평소 인사를 건네고 싶었던 배우들을 만났다고 하면 되겠다. 김도영 감독 또한 <살아남은 아이>(2017)의 ‘준영 엄마’ 등 수많은 영화에서 마주쳤던 배우 출신 감독이다. 시어머니를 연기한 김미경 배우 외에도 어머니를 연기한 동명이인 김미경 배우부터 지영의 아버지를 연기한 이얼, 지영의 언니 은영을 연기한 공민정, 김 팀장 역의 박성연, 지영의 직장 동료 혜수 역의 이봉련까지, 배우를 보는 김도영 감독의 밝은 눈이 영화를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더 많은 미지의 배우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다. 여기에 당신은 또 어떤 이름을 추가하고 싶을지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