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폐기 처리하게 되면 그날 나는 출근을 못할 것 같다. 마음이 아파서 못 본다." 김호길 대표는 “이곳만 한 공간을 다시 찾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많은 물건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큰 부지 면적과 높은 층고 덕분이고 기온도 서늘해서 보관에 적격이었다”고 말한다. 1963년 소품계에 입문해 남양주종합촬영소의 개관 멤버로 소품실을 지킨 김호길 대표가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 수는 200여편이 넘는다. 그는 연방영화사, 합동영화사, 태흥영화사 등과 협력하며 1960~90년대 활발히 활동했다. 영상지원관 소품실 입구에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2004)의 극장 앞에 걸렸던 그림 포스터를 세워둘 정도로 임권택 감독에 대한 애정이 깊다. “임권택 영화의 소품을 하고 나면 이후 몸값이 올랐다. 임 감독이 워낙 고증이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어 한번 하고 나면 제작사에서도 알아주더라.” 그는 옛날 현장에서 ‘소품!’이라는 외침에 달려가야 했던 시절을 기억하기도 했다. 자신을 이름으로 불러달라는 요구에 어느새 사람들이 ‘김 선생’이라 칭했던 기억은 각별하다. 남양주종합촬영소 소품실에서 김호길 대표에게 배운 장석훈 대표가 태릉소품실을 차려 한국영화 소품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김호길 대표와 장광수 소장의 공통된 의견은 남양주 소품실에 보관된 소품을 “보존해야 할 유산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박물관, 기념관 등에 주요 소품이 보관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남양주 소품창고의 소품에는 세월이 배어 있다. 돈 주고 구할 수 없는 영화의 좋은 밑천이 될 것이다. 부디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배창호 감독의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4)에 쓰인 은표주박, 이두용 감독의 <뽕>(1986)에서 사랑의 정표로 등장했던 은반지, 김유진 감독의 <금홍아, 금홍아>(1995)에 쓰인 담배 파이프 등김호길 대표가 아끼는 물품들. 이처럼 최소 30년 이상된 영화 소품들이 이곳에 다수 보관돼 있다.
김유진 감독의 <금홍아, 금홍아>(1995)에 쓰인 담배 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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