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많은 경우 검사까지 더해) 경찰과 조폭이 한몸처럼 움직이며, 최소한의 비리나 윤리 개념마저 망가져버린 조폭영화들에 관심이 많다. 그걸 즐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왜 유독 한국영화계에서 그런 현상이 과도하게 두드러지는지 의아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찰들은 하나같이 무능하고 조폭들은 기본적으로 희극 베이스다. 한국 사람으로서 그 이유를 알 것 같으면서도 흥미롭다는 것이며, 그런 불량식품 같은 요소들을 해외 관객이 한국영화만의 독특한 장르성으로 인식하고 반응하는 게 또한 신기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마약왕>의 만족스럽지 못한, 사실상의 흥행 실패로 인해 그 흐름이 한동안 단절되나 했더니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악인전>은 현재 335만 관객을 돌파했고, 이전 그 흐름의 중요한 변곡점이라 할 수 있었던 <범죄도시>(2017)의 강윤성 감독은 급기야 조폭이 국회의원까지 꿈꾸는 두 번째 장편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을 내놓았다. 따지고 보면 앞서 올해 한국영화 흥행 1위를 사실상 예약해둔 것 같은 <극한직업>의 이무배(신하균), 테드 창(오정세), 홍상필(양현민), 환동(이중옥) 캐릭터도 그로부터 멀지 않다.
이제 <악인전>에서 조폭들은 범죄자를 잡기 위해 급기야 직접 범인의 몽타주까지 작성하기에 이른다. 퀄리티 또한 뛰어나며 경찰보다 더 뛰어난 수사 실력을 보여줌은 물론이다. <넘버.3>(1997)에서 송강호를 ‘신스틸러’로 만들었던 우스꽝스런 ‘불사파’나 “독도는 우리 땅”이라며 일본 야쿠자들에게 재떨이를 날려 한국 조폭의 기개를 과시했던 재철(박상면), 그리고 <친구>(2001)에서 준석(유오성)이 신입 조폭들에게 ‘사시미’ 사용법을 가르치는 모습을 ‘신입 사원 오리엔테이션’이라 표현하던 그 순간부터, 조폭은 우리의 이웃이 되었다. 특히 <친구>에서 준석이 내린 벌, 그러니까 옛 친구 상택(서태화)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후배 조폭 2명을 승용차 트렁크에 귀엽게 앉혀 과속방지턱을 넘어갈 때, 한국 조폭영화는 그렇게 새로운 단계로 넘어갔다. 물론 그 한편으로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2013),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2016),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해영 감독의 <독전>(2018)처럼 전혀 새로운 팬덤을 형성한 영화들도 존재한다. 문득 이 장르의 영화들이 어디까지 흘러갈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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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하얀거탑에 나오는 나니와 대학은 실제로는 오사카 대학을 배경으로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