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애도를 표할 사람이 한명 더 있다. 바로 지난 11월3일,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홍콩 배우 남결영이다. 당대 홍콩 스타들의 등용문이었던 <TVB> 방송국 연기자 훈련반 출신으로 드라마 <대시대> <개세호협> 등을 통해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배우다. 영화배우로서의 활동은 그에 미치지 못했지만 유덕화의 <법외정>(1985), 주윤발의 <기연출사>(1986), 장국영의 <백발마녀전>(1993) 등에 출연하며 특유의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고, 지금 한국 관객에게 가장 익숙한 모습은 주성치의 <서유기 선리기연>(1995)과 <서유기 월광보합>(1995)에서 호시탐탐 지존보(주성치)의 목숨을 노리던 거미요괴 자매 중 백정정(막문위)의 언니 춘삼십낭 역일 것이다. 하지만 투병 생활 등 개인적으로 여러 일을 겪으면서 정신착란으로 인한 강제 입원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정신이상의 원인을 과거 두명의 배우에게 당한 성폭행 때문이라고 폭로한 적 있다. 당시 할리우드의 하비 웨인스타인 미투 사건에 이어 ‘홍콩판 미투’라는 이름으로 화제가 되면서, <첨밀밀>(1996)과 <무간도>(2002) 시리즈 등으로 홍콩영화계를 대표해온 배우 증지위와 2011년 사망한 배우이자 <아비정전>(1990)의 제작자이기도 한 등광영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등광영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고, 증지위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리고 남결영은 이후 모든 연예계 생활을 단절한 채 정부 보조금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겨우 생활해가다 안타깝게도 고독사로 숨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케이시 애플렉으로 인해 <맨체스터 바이 더 씨>(2016)를 보기 꺼려하는 것처럼, 이제 증지위가 ‘미키마우스 조폭’으로 등장했던 <첨밀밀>을 다시 보는 것조차 힘들 것 같다. 게다가 한국 관객에게는 <도둑들>(2012)에 출연해 널리 알려진, 증지위의 첫째아들이자 배우 겸 감독인 증국상이 남결영의 사망 소식 기사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지우는 일까지 있었다고 하니, 그가 연출한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6)까지 다시 보기 싫어진다. 물론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고 하나, 생의 낭떠러지 앞에서 마지막 힘을 내어 똑똑히 두 이름을 내뱉던 그녀의 진실을 더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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