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필’인 본인들은 진지한데 관객은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들던 영화 속 동아리는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다만 “연극 동아리 활동 당시 사람들이 예술에 몰입하는 모습을 조금 떨어져서 보면 웃겼다”는 심찬양 감독의 기억이 영화에 반영됐다. <회상, 어둔 밤>은 주인공들이 갑자기 군 입대를 해서 극중 영화가 완성되지 않은 채 끝났다. 조빙 역의 조병훈 촬영감독이 갑자기 미국영화연구소(AFI)에 합격하는 등 멤버들에게 변화가 생겼는데, “왜 주인공들이 군대 때문에 영화를 못 만들고 실패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1부 이후의 이야기를 준비하게 됐다고.
한동대학교 언론정보문화학부 출신으로 포항에 거주하던 심찬양 감독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일반 영화과 학생들과 조금 달랐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나 스탭들은 평범한 과 후배나 친구였고 지금은 로스쿨이나 일반 기업에 다닌다. 다만 그들이 ‘덕후’였다는 점은 작품에 많은 영감이 됐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좋아하는 한 친구는 <인터스텔라>(2014)가 개봉하기 1년 전부터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하고 싶다면서 물리학을 공부했고, 포항에서 울산까지 가서 아이맥스로 영화를 보기도 했다. 상미넴 역을 맡은 배우는 원래 뮤지컬 음향 스탭으로 일하던 후배였는데, 알고 보니 <배트맨> 코믹스를 너무 좋아해 조커의 대사를 6분 동안 쉬지 않고 뱉어내는 ‘덕후’였다고. “영화에서 ‘옥자’ 역을 맡은 친구에게 최근 돼지고기를 6만원어치 사먹인 후 봉준호 감독님의 <옥자>를 보러 갔다.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을 모두 촬영했다. (웃음)” 나중에 <어둔 밤> DVD가 나온다면 이 모습을 부가영상으로 싣고 싶다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난 심찬양 감독의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