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디까지 말해야 되는 거지? (웃음)” 제작사 현관문에 영화 <패션왕> 오디션 종료 공고문이 붙은 걸 봤다, 캐스팅이 거의 다 된 모양이다, 라는 기자의 질문에 오기환 감독이 난처하다는 듯 웃으며 그렇게 말한다. 일찍부터 주인공 우기명 역은 정해져 있었다. 뮤지컬에서 드라마로 그리고 영화까지 진출한 주원이다. 나머지 배역을 맡을 배우들도 몇몇은 정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만 전하는 게 좋겠다. <패션왕>은 “아시아 프로젝트를 지향한다”라고. 예쁘고 잘생긴 젊은이들이 등장한다는 뜻일 거다.
평범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자신이 좋아하는 여학생의 환심을 얻기 위해 모두가 좋아할 만한 패션왕이 된다는 이 영화의 이야기는 청소년층에 인기가 많았던 동명의 원작 웹툰 <패션왕>에서 가져왔다. 하지만 의외로 이 기획을 성사시킨 건 오래 묵은(?) 두 아저씨였다. “제작사 노마드 필름의 차승재 대표와 나는 서로의 캐릭터를 잘 아는 사이다. 그리고 우린 나이가 있지만 젊은 것도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웃음) 2012년 9월 정도였다. 차승재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혹시 웹툰 <패션왕>을 아느냐고 묻더라. 안다고 했다. 만나자고 해서 만났는데, <패션왕>을 영화로 만들면 어떻게 만들까하는 지점에서 서로 의견이 정확히 일치했다. 바로 <화산고>처럼 만들자는 것이었다.” <패션왕>을 <화산고>처럼 만든다? 2001년에 나왔던 <화산고>는 당대의 실험적인 대중영화였다. 강호를 고등학교로 바꾸고는 그 안에서 선생과 학생이 마치 강호의 문파들이 겨루는 것처럼 옥신각신했다. 그런데 그런 <화산고>처럼 만든다는 건 어떻게 만든다는 것일까. “<화산고>는 CG와 와이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됐던 한국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린 그 CG를 좀 독특하게 써서 새로운 룩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화산고>가 손에서 장풍을 쏘는 것이라면 <패션왕>은 패션으로 장풍을 쏘는 거다. 그런 점에서 <패션왕>의 핵심은 시각적 쾌감이 될 거다.”
하지만 오기환 감독은 시각적인 것 외에 이야기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오해가 있는데, TV드라마 <패션왕>과 웹툰 <패션왕>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우리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인 기명과 원호와 남정을 둘러싼 풋풋한 고딩 멜로, 그 삼각관계가 기본이 될 테고, 그중에서도 기명이 어떻게 혜진의 사랑을 차지할 것인가 하는 것이 큰 부분이다. 원작이 초/중등학생들에게 워낙 인기 있다 보니 영화도 거기에만 눈높이를 맞추려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그렇지 않을 거다. 안티팬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기명이 닭이나 늑대로 변하는 건 없을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며 웃는다(원작 웹툰 52화에서 주인공 우기명은 패션 대결 도중 진짜 늑대로 변한다).
그러데 패션이 소재인 영화인데 감독은 패션을 좀 아는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었더니, 오기환 감독의 사뭇 진지한 답변. “모델 선발 오디션 쇼 <프로젝트 런어웨이>같은 프로를 나름대로 즐겨봤다. 그리고 내가 영화를 그만두면 하고 싶은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한의학 공부이고, 나머지가 바로 패션 공부다.” 이번 영화에는 디자이너 오디션 프로그램 쇼 <패션왕 코리아>에 출연하는 이주영 디자이너까지 가세하여 전문성을 높일 예정이라고도 한다. <패션왕>은 올 연말까지 캐스팅을 완료하고 촬영은 2014년 1월 중순부터 4월까지 한다. 오기환 감독은 그 촬영 기간을 “암담한 겨울부터 피어나는 봄까지”라고 표현했다. 암담한 겨울에서 피어나는 봄까지, 그게 주인공 우기명의 변신에 대한 비유라는 걸 우리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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