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우드산 공포영화에는 다른 나라의 작품들과 차별되는 특징이 있다. 발리우드 액션, 로맨틱 코미디영화와 마찬가지로 화려한 캐스팅과 영화음악의 시너지 효과가 흥행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 최초의 공포영화인 <마할>(1949)부터 1962년의 빅 히트작 <비 살 바드>, 인도 공포영화 역사상 가장 화려한 캐스팅으로 손꼽히는 <자니 두쉬만>(1979)까지, 인도 관객에게 널리 사랑받았던 공포영화의 개성이 그랬다. 80년대 이후 람세이 브러더스의 작품을 필두로 저예산 공포영화들이 쏟아졌으나 이러한 양적 성장이 발리우드산 공포영화의 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올해의 개봉작 <호러 스토리>는 공포 자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90분이라는 절제된 시간(발리우드영화의 러닝타임은 3시간이 기본이다) 동안 이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과 음산한 사운드를 통해 관객을 사로잡는다. 춤과 노래, 화려한 캐스팅을 배제한 이 영화만을 통해 발리우드 공포영화의 정체성과 경쟁력에 대해 얘기할 순 없다. 하지만 변방의 장르로서 양적인 전성기를 지난 발리우드 공포영화가 형식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신들만의 호러 코드를 찾아가고 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델리] 발리우드에도 공포영화가?
글
정인채(델리 통신원)
2013-11-05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정형화된 틀을 깬 <호러 스토리>
인도의 여름은 길다. 이 나라의 혹독한 더위를 겪다보면 서늘한 극장 안에서 공포영화를 보고 싶다는 갈증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런데 발리우드에도 공포영화가 있었던가? 정답부터 말하자면, ‘있다’. 대부분의 관객이 액션과 로맨틱코미디에 열광하는 발리우드이나, 공포영화도 그 명맥을 차분히 이어가고 있다. 2013년 인도에서 극장 개봉한 공포영화는 모두 5편이다. 주요 작품을 살펴보면 루크 케니 제작/감독/주연으로 야생 사진작가가 괴물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다룬 <라이즈 오브 더 좀비>는 비록 제한적인 상영관을 확보하는 데 그쳤으나 발리우드 최초의 좀비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무쿨 샤르마의 단편소설 <뫼비우스 트립>이 원작인 <엑 티 다얀>은 마녀와 흑마술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그린 작품으로 엠란 하쉬미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비크람 바트 각본, 아유쉬 라이나 감독의 <호러 스토리>는 버려진 호텔을 찾은 일곱명의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참극으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는데 무엇보다 발리우드 공포영화의 정형화된 특징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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