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은 대조적이다. 한 최상류층 가정을 무대로 삼아 임상수 감독은 장중하면서도 유려한 희비극을 아로새긴다. <돈의 맛>은 ‘돈의 스펙터클’로 시작한다. 첫 장면에서 주영작(김강우)은 이 재벌집 금고에 처음 들어가는데 어찌나 돈다발이 높이 쌓여 있는지 아찔할 지경이다. 영화는 서서히 돈의 맛에 중독되는 영작과 그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윤 회장(백윤식)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여기에 돈이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백금옥(윤여정)과 엄마와는 다른 삶을 추구하는 나미(김효진)의 이야기를 얽어놓는다. 임상수 감독의 영화답게 표현에 거침이 없는 데다 힘있게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덕에 한쪽에서는 ‘임상수 감독 최고의 영화’라는 평가도 흘러나오는 모양이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모욕’이다. 결국 우리 모두 돈의 노예이자 하녀이지만 그에 대한 모욕감만큼은 가슴 깊이 품고 있어야 하지 않겠냐, 는 메시지랄까. 최근 읽은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과 연관지어도 흥미롭다. 샌델은 생명, 출산, 생식, 병역, 교육 같은 영역은 돈으로 살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래서도 안된다고 말하는데 <돈의 맛>은 진정한 사랑이나 행복, 순정한 영혼 또한 돈으로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두 화제작을 초청한 칸영화제가 개막했다. 두명의 ‘상수’가 과연 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행운이 그들과 함께하길 바란다. 운이 안 좋아 수상하지 못한들 어쩌랴.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도 돈으로 살 수 없는 대단한 영광이니 말이다. 여러분도 5월의 극장에서 두 영화와 행복하게 만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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