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려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에 <하녀>를!' 프랑스의 문화잡지 <테크니카르>는 14일(현지시간)까지 상영된 깐느영화제의 경쟁작을 대상으로 한 모의 수상에서 왕 샤오슈아이의 <충칭 블루스>와 마티유 아말릭의 <순회공연>을 제치고 <하녀>에게 세 개 부문의 수상 영광을 안겨줬다. <크로니카르>는 "이 영화를 두고 ‘끌로드 샤브롤의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초현대식 자동차 광고’ 같다는 비난이나,‘또 하나의 박찬욱식 영화만들기’라고 칭하는 것은 잘못 짚은 이야기다.”라며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매우 섬세한 영화”라고 호평했다.
이날 저녁 공식 갈라상영까지 마친 <하녀>에 대한 프랑스 현지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인 편이다. <바람난 가족>부터 이미 임상수 감독의 영화를 지지해 온 프랑스의 문화 주간지 <텔레라마>는 <하녀>를 ‘이번 깐느 영화에서 본 영화 중 최고작품’이라고 칭하며, “미쟝센과 스토리, 정치적 코멘트까지 함께 함의하는 <하녀>의 완성도는 단순히 이 작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한국의 감독들이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영 감독의 리메이크작에 대한 관심도 이어졌다. 문화웹진 <에벤느>는 "<하녀>는 김기영의 유산을 훌륭히 계승하고 있는, 보기 드물게 뛰어난 작품이자 동시에 놀라운 현대성과 예술적 자유를 가진 작품이다."라고 호평했다.
반면 지나치게 스타일을 지향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문화 주간지 <레 인록>은 “역설적 시각, 팬시한 세트, 시크한 의상, 끈적하고 병적인 분위기의 무거움은 70년대 샤브롤 작품들을 환기시키지만, 영화가 냉소적 살인 게임을 넘어서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라고 평했으며, 일간지 <르몽드>는 "<하녀>의 양식주의적인 연출이 오히려 작품에 해를 준다”며 “사회적 소외를 육체적 욕망이라는 쟁점으로 접근하는 것을 포기함으로써, 영화는 단지 멋드러진 스타일 실습에 머물렀다."라고 혹평했다. 일간지 리베라시옹 역시 "지나치게 스펙타클하고 센 이미지로 마무리하려는 욕망 때문에 오히려 결말에 가선 굴복하고 만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병적 사회에 대한 감독의 완벽한 통찰력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하녀>에 대한 평가가 단선적일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알렸다. 한편, 영화제 초반, <하녀>는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기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생의 아이러니 담긴 서스펜스 주고 싶었다"
임상수 감독 기자회견
-깐느에서 복원작으로 상영되기도 한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를 리메이크 했다. =리메이크라기 보단 재해석이다. 50년 전 작품을 똑같이 지금 만들 수는 없다. 김기영 감독의 작품이 당시 사회상을 깔고 있다면, 지금의 하녀는 2010년 지금의 한국 사회 전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프닝 장면과 엔딩 시퀀스가 굉장히 독특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선 어린이의 트라우마를 묘사하려 했다. =영화 첫 부분은 이후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과 매우 다르다. 그러나 지금 여기 공존하고 있는, 섞일 일은 없지만 두 모습은 한국 사회에서 함께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마지막 장면은 그 소녀가 받은 트라우마가 어떻게 될까? 그것이 과연 좋은 선물이 될까라는 무서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여성의 이야기를 이렇게 잘 표현하는 감독은 별로 없다. =아시아 감독 대다수가 남자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아시아 남자들의 편견이 담긴 여자를 그리고 있다. 반대로 난 좀 덜 그런 편이라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난 기본적으로 남자보다 여자를 좋아한다.(웃음)
-아무리 세월이 변했다지만, 원작을 만들던 당시와 지금의 사회가 이렇게까지 변했나? =전세계적으로 봐도 한국은 빠르게 변하게 나라로 유명하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경제적인 면은 변했으나 집안에서 변하는 일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적 관계, 임신, 그에 따른 반응이 얼마나 변했는지 생각 해 볼 일이다.
-서스펜스보다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영화에서 서스펜스적인 측면은 어떤 것인가. =내 작품에 대해 블랙 유머나 풍자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그런데 인생을, 세상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보다 보면 웃기다. 일부러 웃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블랙 유머가 절로 나온다. 서스펜스에 관해서는 이 영화야 말로 히치콕 서스펜스의 정석에 따라 연출했다. 거기서 더 비틀고 깊이 들어가서, 단순히 아슬아슬하다기 보다 인생의 아이러니가 담긴 서스펜스를 주려고 했다.
-미술 세트가 대단히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김기영 감독님은 그 당시 세트 촬영을 가장 잘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내가 그런 기술을 넘어설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세트에 대단히 공을 들였고 그 세트를 몸으로 느끼면서 표현하려고 애썼다.
-'이번 경쟁작 중 가장 지루하지 않을 영화’라고 단언했다. =항상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지, 깐느에 출품하던 하지 않던 중요한 건 아니다. 문제는 여러분이 어떤 영화를 지지할 지다. 가장 지루하지 않을 영화라는 건 페스티벌에 끝까지 참석하시면 알게 될 것이다. 한국영화가 두 편이나 깐느에 온 것을 주변에서 상당히 놀랍다고들 하는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늘 깐느에 가던 감독이 있었는데 내가 끼어든 게 고소하게 느껴졌다.(웃음)
칸=이화정, 김도훈, 취재지원 유동석(파리 한불영화제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