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점점 외로워진 것은 그 때문이었다. “이렇게 무겁고 비밀스런 인물은 처음이었다. GP장이라는 지위가 다들 어려워하는데다, 나는 역할 유지를 위해 신경을 쓰다보니 실제로 무뚝뚝해져서 말도 잘 안 하게 됐다. 촬영장에 나만 들어가면 분위기 싸해지는 것 같고. 감독님 역시 내가 말없이 있어도 좋게 생각해주시는 건 좋았지만, 오래 있으니까 좀 외롭기도 했다.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달까.” 농담이 아니다. 현장에서 만난 조현재는 실제로 까슬했다. 현재까지도 <GP506>에 관계된 이야기를 입에 담을 때, 그는 여전히 신중하다. 미소를 담은 눈빛이 엿보이는 건 영화를 먼저 본 기자에게 자신이 오히려 질문할 때 정도였다. “긴장보다는 설레는 기분이다. 예전에는 정말 결과를 걱정하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부질없는 생각 같더라. 이젠 그런 집착을 버렸다.” 뜨겁지만 불안한 20대를 마무리하면서, 어느덧 성큼 어른 남자의 눈빛을 가지게 된 그의 말이다. 게다가 4월 초, 우리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두 가지 전혀 다른 버전의 조현재를 만날 수 있다. 4월 초 시작될 드라마에서 그는 절친한 친구들과 함께, 자신이 정자를 기증하여 만들어진 아이와 그 엄마를 보살핀다. 일종의 코믹드라마로, <GP506>에서 아쉬웠던 그의 웃음을 잔뜩 기대할 수도 있다. 물론, 어느 것 하나 포기하긴 아깝다.
감독의 말: “내가 원래 현장에서 배우랑 말을 별로 안 하는 편이다. <알포인트> 때 감우성도 캐릭터를 유지하기 위해 혼자 시간을 많이 갖는 걸 봤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했지. 물론 처음엔 뭐가 마음에 안 드나 싶었지만 얘기를 해보니 그런 건 아니었거든. 애초 GP장 역할을 물색할 때, 알랭 들롱 같은 얼굴을 찾았다. <태양은 가득히>의 마지막 장면, 살인을 저지른 뒤 홀로 배를 몰던 그 표정을 닮은 배우였으면 했고, 그래서 현재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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