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8일자 일간지는 <Out: 이반검열 두 번째 이야기>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있었던 일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는 10대 레즈비언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였는데 출연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영화 주인공들과 객석의 관객 모두 가면을 쓴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단다. 기사는 관객과의 대화 말미에 있던 사건을 전하고 있다(16쪽 ‘이주의 한컷’ 참조) “사회자: 그럼 시간 관계상, 마지막 질문 받겠습니다/ (흐느끼며) 저는 천재(영화 속 주인공 중 한 명)의 엄마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울었어요... 다른 말은 잘 모르겠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어머니는 일어나 무대에 있던 딸을 향해 걸어갔고 딸은 가면을 벗고 어머니와 포옹을 했다. 관객의 박수와 눈물이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취재를 했던 최하나 기자도 예외는 아니었으나 눈물을 수습하고 돌아와 감동의 현장을 지면에 생생히 옮겨놓았다. 울 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최하나 기자는 해고당한 KTX 여승무원 이야기를 담은 <우리는 KTX 승무원입니다>의 세 감독을 만나서도 자판을 치다말고 눈물을 흘렸노라 고백했다. 부당한 해고에 항의하며 노조 사무실을 전전하는 딸은 부모님 때문에 많이 힘들다고 말한다. “제가 서울로 올라갈 때 버스 타는 데가 집에서 보여요. 제가 떠날 때마다 엄마가 거기서 손을 흔드세요.(눈물) 제가 버스를 탈 때까지 계속 흔드세요.” 4월10일자 일간지에 실린 기사의 한 대목이다.
기사를 보면서, 취재 후일담을 들으면서 이건 여성영화제가 아니라 인권영화제가 아닌가, 싶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아직 여성의 이야기가 곧 인권 이야기가 되는 세상인 것이다. 아마도 취재를 했던 기자들도 ‘영화로 세상과 만난다’는 말의 의미를 곱씹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영화란 무엇인가에 관한 수많은 대답 가운데 하나를 얻었을 거란 생각을 하니 일을 시킨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다. 그렇게 기자들이 자라는 걸 보는 게 편집장이란 일의 보람이다.
P.S. 지난 3월에 처음으로 독자편집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번에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첫 기사가 실렸는데 <씨네21>을 인정사정 안 봐주고 비판했다. 맘 놓고 까라고 멍석을 깔아놓긴 했지만 막상 결과물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든다. <씨네21>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니 더 잘하라는 얘기일 테니 정말 몸에 좋은 약이 되도록 귀담아 듣겠다. 다음주 <씨네21> 600호는 창간 12주년 기념호다. 12주년에 걸맞은 개편을 할 예정인데 독자편집위원회를 비롯해 독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의 단소리 쓴소리 많이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