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성 감독과 항상 윤수에 대한 생각이 같았던 것은 아니다. 유정에게 “나 좀 그냥 죽게 놔두란 말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나는 윤수의 감정이 폭발적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감독님은 좀더 자제하라고 했다. 물론 감독님의 버전이 쓰였다. (웃음) 윤수를 경상도 남자로 설정한 것도 송해성 감독님이다. 나는 안 하겠다고 했다. 나를 편하게 해주려는 의도라면 싫다고 말했다. 그런데 감독님은 경상도 사투리가 캐릭터에 잘 맞을 것 같다고 하셨고, 일주일 정도 준비해서 리딩을 했더니 캐릭터가 살아나는 것 같다며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근데 경상도 분들은 잘 아실 테지만, 서울 사람들은 이상한 사투리에 익숙해져서 나처럼 진짜 사투리를 하면 더 어색하게 받아들인다.
나라는 배우가 가장 행복한 시간은 역시 현장에 있을 때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면 불안하다. 하지만 현장에 있으면 정말로 마음이 편하다. 나라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게다가 이제는 현장에서 제대로 ‘노는’ 법을 안다. <형사 Duelist>를 찍으면서 현장에서 제대로 노는 법을 배웠고, 이번 작품은 현장에서 제대로 노는 것을 실천한 단계였다고 해야 할까. 관객이 꼭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많이 봐줘야만 성공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품 하나를 잘 끝낸 것 자체가 성공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런 고집도 있다. 작품이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한다면 같은 감독님과 다시 작업해서 우리가 옳았다는 걸 보여주자. 그런 심정. 확실한 경상도 사나이? 내가 원래 그런 오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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