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티보’(TiVo)와 ‘아이팟’의 성공에 비견되는 넷플릭스의 인기에는 남다른 부분이 있다. 넷플릭스 팬사이트(NetFlix, hacking NetFlix 등)나 넷플릭스 사용을 편하게 하는 소프트웨어의 등장은 이미 넷플릭스가 대중문화의 한 부분으로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LA타임스>는 ‘넷플릭스식 영화 보기’가 미국인들의 영상문화에 가져온 변화를 진단하는 흥미로운 분석 기사를 실었다. <LA타임스>는 오픈된 네트워크를 지닌 리스트와 순위 매김 시스템이 취향에 따라 흩어져 있던 영화팬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구실을 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싸이폐인만큼 넷플릭스 사이트에 개인별로 주어진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와 순위’ 작성에 심혈을 기울인다. 누구라도 쉽게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추천하는 영화 리스트를 검색할 수 있고, 언제 개봉될지 모를 희귀영화를 미리 예약 신청할 수 있다면? 집 근처 극장에서 쉽게 보기 힘든 B급영화, 고전영화, 예술영화, 외국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망라하는 다양한 영화가 문 앞까지 배달된다면? 블록버스터 홈비디오가 평준화시킨 영화 관객의 취향이 자기만의 색깔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작은 영화의 대안적인 배급 창구로서의 넷플릭스의 진가는 이미 영화업계에서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소니는 <쿵푸 허슬>의 마케팅에 넷플릭스를 사용해 DVD 대여부문에서 톡톡한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한국영화 <올드보이>도 DVD 대여의 50%가 넷플릭스를 통한 것이었다.
감히 넷플릭스를 이 시대의 시네마테크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실제로 넷플릭스 팬사이트의 착실한 영화팬들은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 100개’ 리스트를 연도별로 따라가며 70% 커버했노라는 식의 평을 남기기도 한다. 기사가 인용하는 대로, “내가 영화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넷플릭스에서 배웠다”라는 말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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