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타 존스는 남부 웨일스의 작은 마을 스완시(swansea)에서 태어났다. 밥 딜런이 존경했던 시인 딜런 토마스도 이곳 출신이다. 그녀의 아들 이름도 딜런이다. 그녀는 밀크우드 프로덕션을 소유하고 있다. 이는 딜런 토마스의 라디오 드라마 <언더 밀크우드>에서 따온 것이다. <언더 밀크우드>의 에필로그에서 한 여자는 “휘파람 불려는 길가의 남자들에게 보여줄 표정을 연습하는 거야. 거울 앞에서 ‘할 수 있으면 날 잡아봐’ 같은 도도한 표정을 짓는 거지”라고 속삭인다. 스크린 속의 캐서린 제타 존스는 그렇게 도도한 얼굴로 남자관객을 휘어잡는다.
사탕공장에서 일하던 아일랜드계 어머니와 웨일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제타 존스는 가수와 댄서를 꿈꾸는 소녀였다. 어린 시절 춤과 노래로 지역에서 유명했던 그녀는 <애니> <벅시 멜론>의 아역으로 활약했다. 10대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레퍼토리의 영국 공연에 주로 참여했다. 이후 브라운관에 진출한 제타 존스는 1991년 <요크셔TV>에서 방영된 <달링 버즈 오브 메이>를 통해 영국 전역의 TV스타로 발돋움한다. 마틴 캠벨이 감독한 <마스크 오브 조로>는 그녀를 전세계의 연인으로 만들었다. 날렵한 몸놀림과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조로에게 달려드는 제타 존스는 다른 블록버스터의 수동적인 여주인공들과 엘레나를 구별하게 했다. “사람들은 어디서나 나에게 스페인어로 이야기했다”고 그녀는 말한다. 외모 때문에 관객은 웨일스 출신의 제타 존스를 스페인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라틴을 배경으로 한 <마스크 오브 조로>의 흥행 성공으로 연결됐다.
21세기는 그녀에게 ‘미녀’ 대신‘배우’의 칭호를 가져다줬다. <트래픽>에서 임신한 몸으로 마약을 나르는 그녀의 억센 기질은 남의 말에 좀처럼 주눅들지 않는 원래 성격을 옮겨놓은 듯하다. 아이리쉬와 웰시가 조합된 혈통만으로도 그녀의 고집은 짐작 가능하다. 르네 젤위거와 맞대결한 뮤지컬 <시카고>에서 제타 존스의 재능은 폭발한다. 그녀는 <시카고>를 통해 오랫동안 뮤지컬 무대에서 단련한 춤과 노래를 마음껏 선보였다. 사람을 죽이고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저널의 관심을 당당히 즐기는 벨마 켈리. 그런 벨마 켈리를 임신한 몸으로 소화하며 무대 위에서 포효하는 그녀의 카리스마는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대가는 오스카였다.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그녀에게 건넨 사람은 <엔트랩먼트>의 상대역이던 숀 코너리였다. 딸을 낳기 4주 전인 만삭의 몸으로 수상대에 오른 제타 존스는 “지금 여기 이 웨일스 여자에게 오스카를 건네주러 나온 나의 스코틀랜드 신사분, 고마워요!”라고 쾌활하게 답했다.
이제 제타 존스는 자신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레전드 오브 조로>로 귀환했다. 촬영 초기 그녀는 안토니오 반데라스에게 “이 상황이 믿어지나요?”라고 물으며 감격해서 울었다고 한다. 결혼한 제타 존스의 현실을 반영한 듯 후속편 <레전드 오브 조로>는 로맨스물보다는 가족물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검은 머리와 몸매의 아름다움도 그대로지만, 남편이 된 조로를 구하기 위해 삽을 휘두르거나 기관차 밖으로 발을 내딛는 그녀의 직선적인 성격도 변함이 없다.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노려보다가 미친 듯이 키스하는 열정도 여전하다. 거침없이 달려나가는 제타 존스의 다음 여정은 미미 레더의 신작 <스모크 앤드 미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