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교육>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자전적인 영화다. 그 역시 소년 시절에 가톨릭 기숙학교를 다녔고 “기숙학교에 다닐 무렵 이미 종교나 신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다”며 종교와 신에 대한 반골정신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알모도바르는 자전적 이야기를 아련한 노스탤지어로 치환해내지는 않는다. 전반부까지 <나쁜 교육>은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나 <그녀에게>처럼 감동적인 멜로드라마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반이 지나면서 알모도바르는 도발적인 정서적 반전을 관객에게 갑자기 던져준다. 그와 함께 영화는 그의 초기작인 <마타도르>를 연상시키는, 급작스럽게 어둡고 기괴한 필름누아르의 세계로 극적인 전환을 이루는데, 60년대와 80년대라는 시간이 교차하는 동시에 ‘영화 속 영화’와 ‘현실’이 혼란스럽게 뒤섞인다. 색채는 알모도바르의 초기작들처럼 강렬하고 캐릭터들에서 선의와 악의를 구분하는 것도 모호하다.
<나쁜 교육>이 개막작으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때 서구 언론들은 일제히 “알모도바르가 초기작들의 어두운 세계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칸영화제 기간 동안 발행되는 <필름 프랑세(Film francais) 데일리>에 실린 별점 평가에서는 참여한 12개 프랑스 매체가 모두 별 4개의 만점을 주기도 했다. 프랑스, 스페인,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서는 알모도바르의 영화 중 가장 뛰어난 개봉 성적을 올리기도 했는데, 이는 가톨릭 사제의 성추행 사건들과 맞물려 커다란 사회적 이슈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9월17일이면 그 모든 센세이션의 중심에 서 있었던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누아르-치정극이 우리에게도 강렬한 여진을 던져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