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에 태어났으니 여신의 연세도 어느덧 58살이 되었다. 그러나 누가 그녀를 그 나이로 보겠는가? 그런 젊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혹시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400m 계주 우승자로 영국의 깃발을 날린 아버지의 그 건강미를 이어받았던 건 아닐까? 어쨌거나 1965년 리처드 레스터의 영화로 데뷔한 이후 샬롯 램플링의 연기생활은 40년 가까이 지난 셈이다. 그동안 그녀는 영화사상 가장 매혹적인 화가 루치노 비스콘티의 <망령들>(1969)에 출연했고, 릴리아나 카바니의 두렵고, 음울한 영화 <비엔나의 야간 우편 배달부>(1974)에서 수용소의 생존자 역할도 했다. <안녕 내사랑>에서 할리우드 최고의 악한 로버트 미첨의 패악함에 맞설 수 있는 팜므파탈이 바로 그녀였고, 우디 앨런이 <스타더스트 메모리>(1980)에서 그 혼란스러운 정신상태를 믿고 요구한 것도 그녀였다. 일본의 정치 악동 오시마 나기사가 <막스, 내사랑>(1986)에서 침팬지와 사랑에 빠지는 연인으로 그녀를 선택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엔젤하트>(1987)에서 미치광이 미키 루크를 상대하는 주술전문가 역시 그녀의 몫이었다. 하나같이 순진하고 맹한 소녀들의 나체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녀의 매력은 삐딱하기로 소문난 영화쟁이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그들에 의해 여신으로 추앙받았다.
점점 더 나이를 먹어 이제는 곧 할머니 소리를 듣게 될 처지인데도 샬롯 램플링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되는 수사들은 “도착적인”, “피골이 상접한 사도마조히즘의”, “불온한” 등등 극단의 표현들이다.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줄줄이 그녀의 차기작들은 공포와 호러영화, 그리고 어딘가 이상할 것 같은 드라마로 즐비하다. “할리우드의 베벌리힐스 생활이 싫어 그곳을 떠났고, 림보를 하는 기분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영화의 삐딱이들은 여전히 구애를 해올 것이다.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때때로 한 문장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여신들이 영화 속에는 존재해왔는데, 그레타 가르보의 얼굴이 그랬고, 마를렌 디트리히의 다리가 그랬다. 그녀들이 없는 세상에서 신경질 가득한 미소를 던지며 무언가 또 꿍꿍이를 꾸미고 있을 샬롯 램플링의 마수에 또 한번 어김없이 걸려드는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