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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옴므 차이 대만콘텐츠진흥원(TAICCA) 회장, 한국-대만 콘텐츠 비즈니스 매칭 플랫폼의 역할 하겠다
남선우 2025-05-19

2019년 대만 문화부가 설립한 대만콘텐츠진흥원(Taiwan Creative Content Agency, TAICCA)은 영화, 드라마, 음악, 만화, 공연 등 자국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대만 작품이 다른 나라에서 환영받을 수 있도록 등을 밀어주는 것 또한 TAICCA의 역할이다. 그래서 지금 TAICCA는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낸 한국 콘텐츠들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한국 제작사들과 손잡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싶기 때문이다.

TAICCA가 앞장서 한국과 대만 영상 업계인들의 만남을 주선한 덕분에 여기저기서 협업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TAICCA가 CJ ENM 홍콩과 양해각서 (MOU)를 체결한 데 이어 미스터로맨스, 무빙픽쳐스컴퍼니, 이매지너스, 섬씽스페셜, 블린튼, 센트럴투자파트너스 등의 한국 기업과 대거 파트너십을 맺은 덕이다. <무빙> 제작사 미스터로맨스와 협력하기로 했다는 캘린더스튜디오의 프로듀서 진 파이룬은 “현재 양사가 잠재적인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활발히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신시아 허 문샤인스튜디오 책임 프로듀서는 “이러한 교류를 통해 대만의 기술력을 알릴 수 있었 고, 양국 기업간의 협업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TAICCA의 도움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티파니 유치아 첸 이치아 더필름 공동대표도 덧붙였다. “TAICCA의 전략적 지원을 통해 해외 제작 경험을 한국 파트너들과의 협업에 접목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어떤 컬래버레이션이 대만과 한국, 나아가 세계 관객을 놀라게 할까. 기대를 불러일으킨 TAICC의 옴므 차이 회장에게 그 뒷이야기를 들었다.

- 지난해 TAICCA와 <씨네21>이 서울에서 공동주최한 ‘대만영화주간’이 성공적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 한국 관객에게 우리 영화를 선보일 수 있어 기쁜 행사였다. 앞으로도 해마다 이런 기회를 갖고 싶다. 다음에는 규모를 조금 더 확대해서 진행했으면 한다.

- 올해는 미스터로맨스, 무빙픽쳐스컴퍼니, 이매지 너스 등의 한국 제작사들과 파트너십을 대거 맺었다. 한국 기업들에 주목한 까닭이 있나.

= 나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게임 업계에서 일했다. 한동안 한국 게임을 대만에 서비스하는 업무를 맡으면서 엔씨소프트, 넥슨 등한국의 유명 게임 제작사들과 교류했다. 그러 면서 한국 콘텐츠 산업이 활발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게 되었다. 2년 전 TAICCA 회장으로 부임할 때부터 한국 콘텐츠 기업들의 운영 방식을 배우고, 대만에도 도입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대만과 한국에 비슷한 어려움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두나라 모두 미국, 일본, 유럽 국가들과 비교했을때 내수시장이 크지 않고 인구도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문화콘텐츠의 소프트파워를 등에 업고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K팝이나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협력해 해외시장으로 나아가고 싶다.

- 한국 기업들과 협력을 약속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 2년 전 한국에 출장을 갔을 때는 TAICCA를 아는 분이 많지 않았다. 우리의 제안에 관심을 보이는 곳도 적었다. 그래서 한국 회사들과 적극 적으로 미팅을 추진했고, 함께하고 싶다는 진심을 전하며 소통해왔다. 일례로 미스터로맨스와는 지난 연말 싱가포르의 한 콘텐츠 관련 행사에서 연을 맺었다. 미스터로맨스가 제작한 <무빙>이 나의 최애 시리즈라서 그들과 우연히 만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런데 미스터로맨스측이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보여주면서 실질적인 대화을 지속할 수 있었다. 올해 2, 3월 한국과 대만을 오가며 만남을 이어간 것이다. 결국 얼마 전 MOU를 체결했고, 미스터로맨스와 대만 제작사들이 향후 5년간 10여편을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다.

- 그전에 CJ ENM 홍콩과 손을 잡았다. 펀드 운용 계획이 궁금하다.

= 과거 CJ가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에 투자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않았나. 이런 행보를 배우고자 CJ ENM 홍콩과 펀드를 조성했고, 이는 중국어 영화와 드라마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 펀드는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운용한다. 대만은 중화권에서 창작의 자유가 잘 보장되는 국가이자 정부의 지원이 가장 많은 곳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CJ와의 협력이 추후 대만에서 마마 어워드 (MAMA AWARD)를 개최하는 것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 제작 지원과 펀드 조성 외에는 어떤 교류를 주도 하고 있나.

= TAICCA 스쿨을 언급하고 싶다. 대만 콘텐츠 산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6개월에서 1년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카데미다. 지난해에는 <극한직업> 배세영 작가가 강사로 참여했고, 다가오는 6월에는 <킹덤> 시리즈를 쓴 김은희 작가가 대만에서 강의한다. 이렇게 다양한 자리를 마련해 양국 업계 인사들간의 꾸준한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 5회까지 치러진 대만 문화콘텐츠 페스티벌 (Taiwan Creative Content Fest, TCCF)이 그러한 만남의 장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래 업계의 불황이 가시지 않고 있음에도 행사를 꾸준히 치러왔다.

= 한국 박스오피스 사정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지금 세계 영화시장은 같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아무리 회복되어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국가간의 공동 제작은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TCCF에는 피칭 섹션이 있는데, 지난해에만 50개국에서 600편 이상이 참여했다. 좋은 인재, 좋은 투자 자를 찾아 리스크를 줄이고,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전략을 도모하려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TCCF가 콘텐츠 비즈니스 매칭 플랫폼으로서 그 기회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 대만 진출을 원하는 한국 영화인들에게 귀띔하고 싶은 대만 문화 혹은 대만 관객의 특징이 있나.

= 대만 국민들은 이미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을 무척 즐기고 있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신 TAICCA를 잘 활용하라고 전하고 싶다. TAICCA는 대만 문화부의 행정 법인이다. 대만의 국가 발전 기금으로 여러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투자 지원 정책에 따른 규정들도 있지만 복잡하지 않다.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 도와드릴 수 있으니 TAICCA를 찾아달라.

-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은 대만영화 <왼손잡이 소녀>도 하루빨리 한국에서 보고 싶다. 대만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는 한국 관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대만 콘텐츠 한편을 소개한다면 어떤 작품일까.

=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전세계 240여국 에서 볼 수 있는 시리즈 <아문여악적거리>(The World Between Us)를 추천한다. TAICCA도 투자한 작품으로, 아마존이 글로벌 판권을 사들였다. 살인사건 이후 남겨진 사람들을 다룬 이야기다. 2019년 공개된 시즌1이 큰 인기를 끌었고, 올해 6월 드디어 시즌2가 방영된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허광한 배우도 언급하고 싶다. 그가 올여름 군 복무를 마치고 배우로 복귀할 텐데, TAICCA가 투자하는 회사와 작품을 함께할 예정이다. 허광한 배우의 신작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한국 제작사와 합작하는 찰스 리 TWR엔터테인먼트 대표

“오랜 시간 해외 콘텐츠 업계에서 기술 관련 연구를 하고 경력을 쌓은 뒤 대만에 돌아와 TWR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TWR엔터테인먼트는 CGI, VFX 등 후반작업에 특화된 업체로 지난 13년간 100편 이상의 작품에 참여했다. 3년 전부터는 한국의 덱스터스튜디오를 벤치마킹해 자체 제작에 임하고 있다. 그 예로 TAICCA를 통해 연결된 한국 제작사 미스터로맨스, 무빙픽쳐스컴퍼니와 각각 작품을 준비 중이다. 미스터로맨스와 합작하는 영화 <마라>(가제)는 한국 무당이 죽은 대만 무당을 소환해 함께 악령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무빙픽쳐스컴퍼니와는 시리즈를 만든다. 한국과 대만의 전통악기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호러 장르의 시리즈가 될 것이다. 전통음악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차용한 데다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다 보니 특수효과가 많이 필요한데, TWR엔터테인먼트가 해당 분야의 경험이 많아 협업을 결정할 수 있었다. TAICCA의 국제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이러한 협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한국과 대만 문화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많아 서로 교류하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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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대만콘텐츠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