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SOLD OUT>의 7화의 엔딩과 8화의 오프닝에 담긴 강재와 지우의 키스 세리머니를 위해 현장의 모든 스태프 숨을 죽였다. 두 남자가 서로를 좋아한다는 화색이 오래 돌게끔. 포옹과 입맞춤의 각도를 고려하고 속도를 늦춰 달라는 연출의 디렉션. 수차례 촬영 끝에 우발적인 감정이 충돌한 돌진 이후 당황한 두 남자의 표정이 생생히 담긴 숏이 오케이컷이 됐다.
5화에 등장한 지우의 FC 티에이 시절의 뉴스 인터뷰 시퀀스. 원래 무선마이크가 준비돼 있었지만 장면의 리얼리티를 위해 촬영 중간 유선마이크가 급히 공수됐다. 박종훈 배우가 새 마이크를 쥐자 너스레를 떨며 추운 촬영 현장을 녹인다. “노래 시작하겠습니다. 한 곡 부를까요?”
자연광이 수시로 입사각의 크기를 바꾸다 보니 태양이 중천에 제대로 떴을 때 서둘러 낮 신을 촬영해야 했다.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는 현장의 관건은 땀 분장. 땀이 흐르자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장면간 연결을 위해 배우들은 컷이 끝날 때마다 분장실로 뛰어가 땀 분장을 정비했다.
촬영 중간 쉬는 시간에도 축구공을 가지고 트래핑과 패스 연습에 여념이 없던 배우들의 모습은 남고 내지는 내무반에 다름없었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배우들이 축구 유니폼 반바지 위에 방한복을 덧입고 대기하다가도 “너희가 필요해”라는 박용진 연출의 말에 부리나케 방한복을 벗어던지고 달려왔다.
다른 배우들과 달리 강재 역의 고덕원은 축구선수로 활약한 경력이 있다. 문제는 그가 연기하는 강재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축구에 처음 도전하는 신출내기라는 것. <FC SOLD OUT> 현장의 비공식 훈련 코치도 겸했던 배우 고덕원은, 매번 ‘축구를 못하는 연기’를 해야 했다. 의도적으로 헛발질을 하는 등 매 신 신경 썼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그가 공을 향해 달리자 카메라 뒤에서 감독이 소리친다. “강재야, 멋있는 건 좋은데 지금 필요 이상으로 잘해. 너 너무 빨라!”
“잘 지내셨어요?” <씨네21>에 이미 두 차례 등장한 배우 이지한이 현장에서 반갑게 취재진을 맞이했다. 골키퍼 민수를 연기하는 이지한이 가장 중점을 둔 요소는 골문 앞을 지키는 카리스마다. 헤널티킥 장면 이후 민수가 던진 공을 속전속결로 패스해 연결을 맞추는 건 역시 배우 고덕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