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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클로징] 프랑스 위기가 연금 때문이라니

재정위기는 프랑스에서 났는데 신이 난 것은 한국의 ‘경제’ 유튜버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프랑스 위기의 원인은 과도한 연금을 위시한 방만한 복지 지출과 느슨한 노동기율에 있다고 떠들어댄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공중파방송에서 레거시 매체 일간지에서 경제학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저마다 이런저런 숫자를 늘어놓으며 프랑스의 ‘복지병’을 질타하면서 그것을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 숫자들이 거짓인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연금 지출의 비중이 높고 노동 일수가 적은 것도 사실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를 들어 지금 위기의 원인으로 연결하는 것은 한마디로 황당한 일이다. 이는 프랑스라는 나라가 거의 반세기 동안 작동해온 기본적이고 구조적인 조건일 뿐, 지금 화급하게 터지고 있는 재정위기의 원인으로 갖다 붙이는 것은 인과 귀속이라는 과학적 설명의 기본조차 무시한 억설이다. 프랑스의 연금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몫이 10%를 넘었던 것은 1980년대의 일이며, 지금의 14% 근처에서 고정된 것또한 무려 대략 15년 전 일이다. 남북 분단의 원인을 고종 황제의 무능에서 찾는 것이나 비슷하다. 이번 산불의 원인을 지난 몇십년간 낙엽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비슷하다.

2010년대 올랑드 정권과 마크롱 정권 초기의 기간 동안 어쨌든 재정적자는 GDP의 3% 근처까지 줄어들었다. 그 ‘후한 연금과 과도한 복지’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2008년 세계 경제 위기의 충격을 감당했던 셈이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으로 이어지는 지난 3년 동안에 터졌다고 보아야 한다. 감세로 세입 기반이 낮아진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생활고가 가중되었고 연금 지출은 늘어났지만 세수가 기대만큼 늘지 않으면서 적자 확대가 시작되었다. 여기에 프랑스 고유의 정치적 불안이 가세한다. 의회가 3대 세력으로 갈라지면서 국채 시장에서는 프랑스에 별도의 위험 프리미엄을 붙이기 시작했으며, 불어난 이자 부담이 본격적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올해 이란 전쟁이 터지고서 유가 충격까지 덮친 것이 대략의 인과관계 설명이다.

지금 프랑스의 재정이 위기 상태에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전체가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우파든 좌파든 부인하지 않는다. 관건은 거기에 따르는 구조 전환의 방향과 내용이 무엇이며 그 비용을 어떻게 분담해야 하는가이다. 마크롱 정권은 경제를 살리고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과감한 감세정책을 취했지만 이에 상응하는 경제의 부흥과 세수 확대가 일어난 것은 아니었고, 불평등이 심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수 감소로 재정 또한 악화되었다. 그 와중에 연금 개시 연령이나 노동 일수 등 국민 전체가 떠안아야 할 의제들에서 고통 분담이 따르는 ‘개혁’을 밀어붙였고, 이에 불만을 품은 대중의 움직임으로 정치·사회적 불안만 커지게 되었다. 지금은 경제적 차원과 정치적 차원의 위기가 재정 문제를 매개로 하나로 엉켜버린 복잡한 상황이다.

프랑스라는 나라를 과도하게 이상화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들을 기본적인 장부 계산조차 외면하는 무지하고 게으른 족속으로 보는 것도 황당한 일이다. 좌파, 우파 어느 쪽이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이런 복잡한 프랑스의 상황을 주시하며 따라갈 일이다. 알량하게 숫자 몇개를 휘두르면서 이 복잡한 상황을 간단히 정리하여 단죄의 수사를 남발하는 목소리는 가볍게 패스하는 것이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