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2018), <해피 투게더><2018>,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와 <빙의>(2019), 그리고 <진범>까지 최근 계속 쉬지 않고 작업 중이다. 거처가 제주도인데 집에도 잘 못 가는 것 아닌가.
=<빙의>를 할 땐, 스케줄 때문에 계속 서울에 있으면서 집에 못 갔다. (웃음) <진범>은 한달 조금 넘게 숙소에서 살면서 감독님과 거의 동고동락했다.
-드라마 <빙의>에 이어 <진범>에서도 사건을 추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하. 그런가? <특송>이 지난 5월 말부터 크랭크인해서 촬영 중인데 그 작품에서도 형사를 연기한다. 같은 형사지만 <빙의>와는 캐릭터의 결이 많이 다를 것이다.
-최근엔 이전보다 더 예리한 이미지가 돋보인다. 이번에 <진범> 앞두고 7kg을 감량한 데다 안경을 끼고 나온다.
=옛날에 비해 살이 점점 빠지는 것 같다. 특히 스릴러 장르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사람이 좀더 예민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사실 고정욱 감독님은 내게 살을 꼭 뺐으면 좋겠다고 딱히 말씀하진 않으셨다. 아내를 살인사건으로 잃은 인물이잖나. 수척한 모습이 필요할 것 같아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 촬영이 끝난 직후 살을 조금 뺐다.
-영훈은 아내를 살해한 인물을 찾기 위해서 사설 탐정을 자처하는 인물인데, 관객 입장에서는 영훈도 용의 선상에 올리게 된다. 여러 모습이 혼재된 상태라 연기에 있어 테크니컬한 접근도 필요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인물이 범인일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봤을 때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연기를 하려고 보니까 이것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턱 하고 찾아오는 거다. 특히 <진범>은 영훈 캐릭터가 거의 등퇴장이 없다시피해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사건 발생 직후를 기점으로 범인을 찾는 과정에만 타이트하게 집중하는 이야기다. 배우가 해석한 과거의 영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준비를 하면 할수록 과거의 라이프 스토리가 중요한 인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인물. 그거면 충분했다. 주변 어디에서나 볼 법한 인물이 크나큰 비극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움직일까 하는 궁금증이, 보는 분들이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했다.
-조건은 평범하지만 영훈의 행동에는 확실히 비범한 측면도 있다. 집에서 혼자 사건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지 않나. 삶이 완전히 부서진 상황인데도 행동력이나 결단력이 뛰어나다.
=살해 현장을 재현하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막상 나라도 이렇게 하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형사와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 스스로 수사를 시작하는데, 그런 힘든 상황에 놓이면 누구에게나 그 정도의 비범함은 나올 수 있겠다 싶더라. 뇌가 바뀐다고 해야 하나? 어떤 고비에서 갑자기 확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터닝 포인트를 맞을 수도 있다고 봤다. <진범>의 이야기에서 굉장히 좋았던 부분 중 하나다.
-<도희야>(2014) 촬영 당시 폭력적인 장면을 연기할 때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한 적 있다. <진범> 이후엔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했나.
=배우마다 다를 텐데 난 오래가진 않는 것 같다. 시간이 약이다. 끝나면 ‘아이고 죽겠다~!’ 하고 맛있는 거 먹고 잠도 푹 자면 금세 좋아진다. 내가 워낙 촌놈이다 보니 도시생활보다는 지금처럼 산속에서 사는 게 잘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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