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로서는 영화 속 파워를 하지원과 안성기 두 사람에게 모두 양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어떤 배우보다 몸도 좋고 액션 연기에도 자신이 있지만 그걸 참고 억제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감추고 해준을 감싸면서 영화에 녹아든다. “<7광구> 같은 영화에서 ‘괴물과의 사투’라는 컨셉에 혹하지 않을 남자배우들이 한둘이 아닐 테지만, 영화를 위해서는 철저히 캡틴과 해준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쯤에서 괴물하고 한번 붙어봐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내가 왜 안 해봤겠나. (웃음) 하지만 그렇게 에너지를 죽이고 있는 것도 앞으로 연기를 해나가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게 그의 얘기다. 게다가 그의 얘기를 빌리자면 해준은 ‘남자가 보기에 좋아할 만한 부분이 거의 없는 여자’다. 그러기에 ‘이런 여자를 위해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난 이 여자를 옛날부터 좋아해왔어’라고 마음먹고 연기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연기훈련이었다.
그럼에도 하지원과 안성기는 그의 놀라는 연기에 혀를 내두른다. 안성기는 “지금껏 내가 본 배우 중 가장 잘 놀라는 ‘놀라는 연기의 대가’가 바로 오지호”라며 웃는다. 하지원도 “정말 놀라는 연기만큼은 1등”이라며 거든다. “두 사람이 석유 시추를 하며 시꺼멓게 석유를 뒤집어쓰고 괴물과 사투를 벌일 때도 함께하지 못했다. 남들이 고생할 때 늘 조용히 실내에 있었기 때문에 놀라는 거라도 잘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게 그의 얘기다. 몸 쓰는 연기를 하지 못한 ‘한’이 그 표정에 담겼다고나 할까.
어쨌건 그런 한과 갈증의 중심에는 대중에게 영화로 사랑받고 싶다는 애타는 마음이 있다. <신입사원> <환상의 커플> <칼잡이 오수정> <내조의 여왕> <추노> 등 TV드라마를 통해 각광받은 그의 존재에 비해 영화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는 한없이 약하다. “예전에 <조폭마누라3>를 찍으면서 제대로 좀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세상일이라는 게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며 “굳이 영화와 드라마를 구분해서 생각한다기보다, 연기자로서 그 어떤 모습과 장르로 출연하더라도 늘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무려 5년 만의 영화 출연작인 <7광구>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물론 TV드라마에서 남다른 매력을 뽐낸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욕심도 감추지 않는다. 장철수와 온달수의 로맨틱코미디를 기획하고 있는 제작자들이라면 어서 그에게 연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