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스크린쿼터 축소안을 들고 나와 충무로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베를린영화제 기간중에 문화부의 한 관계자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과 동석해서 “쿼터일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게 불씨였다. 얼마 전까지 문화부는 경제부처 등에서 “한-미투자협정 체결의 걸림돌”이라며 쿼터제를 공격할 때마다 “쿼터는 경제협상의 흥정물이 될 수 없다”는 영화인들의 뜻을 옹호해왔다. 그렇다면 문화부의 갑작스런 `U턴` 배경은 무엇일까.문화부의 고위관계자는 이날 발언에 대해 “공식입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최소 106일 의무상영 원칙에는 아직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일부 관계자의 돌출발언 해프닝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해명과 달리, 문화부가 빠른 시일 내에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과 자리를 갖고 쿼터일수 축소에 대한 영화인들의 의견을 타진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쿼터일수 축소쪽으로 이미 내부 방침을 정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흘러나온다. 문화부의 또다른 관계자는 “현 정부가 투자협정 체결을 우선 목표로 두는 한 쿼터일수를 축소하라는 일부 부처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며 “문화부로선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더이상 정부부처 사이에서 `왕따`당할 수 없다는 처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부는 이쯤에서 스스로 내걸었던 쿼터제 지지의 이유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또 시민단체와 영화인들이 한목소리로 투자협정의 실효성을 의문시하고 있는 상황도 되돌아볼 여유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는다면 “문화부, 너마저도”라는 여론의 격렬한 비난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