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60년대 <철완 아톰> 등의 텔레비전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제작비를 줄이고자 1초당 24프레임을 다 쓰지 않았다. 대신 동작이 거칠어지는 걸 가리기 위해 앵글을 바꾸거나 장면을 전환하는 등 저패니메이션 특유의 기법을 개발해왔다. <철완 아톰>부터 <하록선장> 등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을 수도 없이 만들어온 린타로는 이걸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이라 불렀고, 그 상대어로 작화수를 충분히 늘려 완벽한 동작을 연출하는 걸 `풀 애니메이션'이라고 불렀다. “미야자키 하야오 같으면 계속해서 풀 애니메이션을 추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나 오토모 가츠히로, 오시이 마모루는 그렇지 못했다. 이번 만큼은 작화 수를 아끼지 않고 만들었다. 그 결과 총 작화수가 15만매로 저패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많다.”
<메트로폴리스>는 바벨탑의 전설처럼 과학의 힘을 과신하고서 지구를 인위적으로 개조하려다가 파멸되는 미래의 묵시록이다. 음울한 이야기지만 시종 경쾌한 재즈음악을 내보내 화면과 절묘한 조화를 시도하고, 레이 찰스의 <아이 캔트 스탑 러빙 유>가 완주되는 가운데 이 거대도시가 무너져내리는 종반부는 실사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장관을 연출한다. “내가 태어난 41년은 뉴올리안즈에서 재즈가 부흥할 때다. 메트로폴리스의 이미지를 당시의 맨해튼에서 찾았고 거기에 재즈를 썼다. 레이 찰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이고 처음부터 <아이 캔트…>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무너짐, 망가지는 것의 아름다움을 이 노래를 통해 드러내고 싶었다.”
린타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마음에 드는 건 <피노키오> 정도 뿐”이라며 “테크닉은 있지만 감동이 없다”며 디즈니에 대한 염증을 감추지 않았다. 그에게 40년 애니메이션 인생의 소회를 물었다. “먹고 산다는 생각으로 일해왔다. 그게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좀 낫다고 생각했고. 오랫동안 작가라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 스타일은 일상적인 것 보다는 판타지나 에스에프처럼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선에 서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원래는 영화감독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애니메이션에서 그걸 추구하고 있으니 상관없다.”
글 임범 기자isman@hani.co.kr 사진 서경신 기자rao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