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원작은 <뉴욕타임스> 경제담당 기자인 실비아 네이사(55)가 쓴 같은 제목의 인물평전이다. 국내에도 이미 번역 출간돼 있다(신현용 등 옮김, 승산 펴냄). 각본을 맡은 아키바 골드먼은 원작의 `각색`에 그치지 않고 거기에 치밀한 심리묘사와 미스터리 기법을 더했다.네이사의 전기에 따르면, 내시는 젊은 시절 이성 대신 의자를 껴안고 춤추는 데 더 익숙한 수줍은 청년이었다. 그러나 프린스턴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엠아이티 교수가 된 뒤에는 자신의 출신가문과 비범함을 내세우는 속물근성을 얻었다. 그가 25살 때 만난 간호사 엘리너 스티어와는 존 데이비드 스티어란 아들도 낳았다. 그러나 내시는 출산비용도 양육비용도 부담하지 않았다. 존은 임시 양육가정을 전전하다 `어린 방랑자들을 위한 뉴잉글랜드 가정`이란 이름의 고아원으로 보내졌다.그가 정부의 기밀작업 요원으로 일하다 그만둔 과정도 영화와 다른 대목이다. 전기에 따르면 내시는 54년 경찰의 동성애자 함정수사에 걸려들어 `공개적 외설죄`로 체포당했고, 이 때문에 기밀작업을 그만두었다. 당시 미국 정부의 보안지침은 동성애자들이 “협박에 약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들의 기밀취급을 금했다. 영화에서 이런 부분을 덜어낸 건 이야기를 말끔하게 하기 위한 작업이지만, 내시가 실존인물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내시 주변 인물은 물론 수학자·경제학자와 정신과 의사들까지 인터뷰해 기록한 네이사의 전기는 영화의 매끈한 내러티브 너머에 숨어 있는 내시의 인간적인 면모를 충실히 전해준다. 무엇보다 내시가 씨름했던 수학이론을 통해 현대수학의 단면을 엿볼 수 있도록 한 건, 학술적으로도 허술하지 않은 이 방대한 평전의 또 다른 미덕이다.이상수 기자
▶ <뷰티풀 마인드> 천재와 시대 비극적 불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