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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마인드> 천재와 시대 비극적 불화
2002-02-19

천재에 관한 숱한 보고들을 보면, 천재로 살아간다는 게 늘 행복하진 않은 모양이다. 오히려 걸출한 재능이야말로 천형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의 위대한 직관을 받아들이기엔 세상이 너무도 속물적이고, 세속의 가치를 받아들이기엔 그가 치명적으로 예민하기 때문이다. 론 하워드 감독의 <뷰티풀 마인드>(2001)는 지난 세기 수학과 경제학 분야에 커다란 자취를 남긴 천재 수학자 존 내시(74)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그의 삶은 천재와 시대의 비극적 불화를 보여주는 한 전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내시(러셀 크로)는 2차대전 직후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들던 프린스턴 대학원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괴짜였다. 연구·사랑·승부 등 모든 분야에 패기만만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내시는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독창적인 발상`에만 집착한다. 가령 그는 모이를 쪼아먹는 비둘기들의 움직임조차 수학 공식으로 치환하려드는 치밀함의 소유자이지만, 여성과 사귈 때는 “`빨리 타액을 교환하자`고 말하는 게 솔직하지 않겠느냐”는 식의 발언으로 산통을 깨기 일쑤였다. 군더더기를 희생한 결과, 내시는 촉망받는 수학자로서 엠아이티 수학과 교수에 취임한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내시는 다른 많은 비범한 수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미 국방성의 소련 암호해독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그러나 암호해독을 주관하던 비밀부서가 소련의 공작원들에게 노출되면서 내시는 위험한 처지에 놓인다. 더 이상 암호해독 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음에도, 그를 담당하던 정부 요원 윌리엄 파처(에드 해리슨)는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러나 주변의 누구도 그가 겪은 일들을 믿어주지 않는다. 대신 그는 정신병동에 갇힌다. 내시는 현실을 인정하려 하지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환영인지 분간할 수 없다.천재 이야기엔 흔히 자기중심적이고 어린애 같은 남성과 자기희생적이고 어머니 같은 여성이 함께 등장한다. 내시 이야기엔 앨리샤(제니퍼 코넬리)라는 헌신적인 여성이 등장한다. 30여년 동안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던 그가 젊은 시절의 업적을 인정받아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타기까지 그를 지탱해준 건 앨리샤였다. 모든 사태를 수학 공식으로만 읽으려 했던 그는 노벨상 시상식장에서 “어떤 `한 사람`으로 인해, 삶에는 논리와 이성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영화는 냉전이라는 차가운 광기가 예민한 영혼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보여주는 섬뜩한 임상보고로도 읽힌다. `구조`의 무게에 짓눌린 인간이 내딛은 작고 힘겨운 발걸음의 위대함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올해 골든글로브 작품·남우주연·여우조연·각본상 수상. 22일 개봉.이상수 기자leess@hani.co.kr▶ 원작 내용과 많이 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