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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CANNES 레터 - 2025 경쟁부문] <시크릿 에이전트 > 최초 리뷰
김혜리 2025-05-23

<아쿠아리우스> <바쿠라우>의 클레버 멘돈사 필호 감독이 부패와 독점이 횡행한 브라질의 1970년대를 소환했다. 스필버그의 <조스>가 극장가를 휩쓸던 1977년, 브라질에서는 상어 뱃속에서 잘린 사람 다리가 발견된다. 바야흐로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다. 비밀경찰은 아르바이트로 암살자 노릇을 하고 자본가들은 독점이익을 위해 정치인과 결탁한다. 공대교수 아르만도 (와그너 모우라)는 기업에 불리한 친환경 기술을 연구하던 학과를 폐쇄당하고 사랑하는 사람들마저 잃는다. 탄압을 피해 어린 아들과 함께 망명을 꾀하는 그가 잠시 의탁한 아파트는 국가로부터 탄압당하는 소수자들의 임시 아지트로서 전작들에 나오는 코뮌적 공동체와 닮았다.

중반 이후 영화는 이야기의 시야를 줌아웃해 주인공들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50년 후 청취하는 2020년대의 대학생을 등장시킨다. 카세트테이프, 전보, 편지, 스마트폰이 모두 등장하는 이 영화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이다. 나아가 형식적으로도 <시크릿 에이전트>는 70년대의 장르영화와 대화한다. (영화 속 한 인물의 영사기사라 주요공간으로 영화관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야기의 동력은 묵직한 분노지만 그 여정은 에로틱하고 코믹하고 마술적인 카니발이다. 타란티노의 <재키 브라운>과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를 한 품에 안는 영화랄까. 브라질 시민을 향한 사랑과 영화광다운 필치가 매순간 생동한다. 2025년 오스카에서 국제장편작품상을 수상한 월터 살레스의 <계엄령의 기억>과 멋진 동시상영 프로그램을 이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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