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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 독자라면 ‘쇼러너’(Showrunner)라는 단어를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드라마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작가 방’(writer’s room)에 소속된 모든 작가들을 총괄하고, 매 에피소드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쇼러너는 그야말로 시리즈의 얼굴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다. ‘떡밥의 제왕’이라 불리는 J. J. 에이브럼스처럼 국내에서 막강한 팬덤을 형성한 쇼러너도 있으나, 메이킹 필름이나 블루레이 코멘터리를 통해 종종 관객을 만나고 목소리를 들려주는 할리우드 감독들에 비해 미국 드라마 쇼러너들의 제작기를 직접 들어볼 기회는 드물었다.
그러던 차에 김성훈 취재팀장이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미드 <굿 닥터> 제작자로 잘 알려진 엔터미디어콘텐츠 이동훈 대표를 취재하던 중 할리우드에서 재능을 인정받아 쇼러너로 활약 중인 한국계 시나리오작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거다. 멀게만 느껴지던 미국 드라마 업계에 코리안-아메리칸으로서의
[장영엽 편집장] 할리우드 ‘작가 방’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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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25번째 영화 <인트로덕션>은 담담한 마음으로 관람하다가 어퍼컷을 세게 얻어맞은 기분으로 극장을 나서게 되는 작품이다. 송경원 기자는 이번호 기획 기사에서 “시작의 지점 바로 앞, 문 앞에 선 존재들의 시간을 그러모은 영화”라는 감상을 덧붙였는데, 그의 표현처럼 무언가 시작되기 직전의 전조감으로 가득했던 영화는 마지막 장에 이르러 다가오는 것들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주인공 영호(신석호)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만나려던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고, 선택하고 싶었던 직업을 택하지 못하고, 지키려던 사랑을 지키지 못한 그는 겨울 바다에 몸을 담근다. 감기 걸리겠다며 걱정하는 친구를 뒤로하고 조금만 바닷속에서 버텨보겠다던 청년은 파도에 휩쓸리고 물을 먹고 추위를 이기지 못해 다시 뭍으로 나온다. 이 단순하면서도 힘 있는 움직임이 <인트로덕션>의 마법 같은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낸다.
시린 겨울 바다의 촉감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짐작하는 것은 결코 같
[장영엽 편집장] 인트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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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업에서 나는 쪽글이라는 이름으로 짧은 글을 쓰게 한다. 그 대신 중간고사와 학기말고사를 따로 보지는 않는다. 주로 다음 수업에 다룰 내용들을 미리 생각해보게 하거나, 그날 수업에서 다룬 얘기를 좀더 새겨보는 얘기들을 주제로 낸다. 최근에 ‘54세의 어느 황사 가득한 봄날’을 주제로 냈다. 수업의 주제는 자연현상 중에서 ‘늙어가는 것’이었다. 20대 초반인 학생들이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스스로도 그런 먼 미래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20대 초반인 학생들이 지금 내 나이가 되면 어떻게 될까? 아니 세상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그렇게 질문을 해놓고 나니, 나도 안 해본 생각들을 좀 하게 됐다. 과연 나는 그 시절까지 살아 있기나 할까? 30여년 후,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건강한 스타일이 아니라서, 장담할 수가 없다.
지금 20대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10대 연구를 몇년간 좀 해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54세의 어느 황사 가득한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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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동료 제작자들이 저에게 이렇게 물어보더군요. 씨네2000은 씨네21 자회사냐고요. 아마 두 회사가 같은 해(1995년)에 생긴 데다 이름도 비슷해서 그런 질문을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좋으나 싫으나 함께 가야 할 운명인가 봅니다. 앞으로도 잘해봅시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씨네21>의 창간 15주년을 기념하는 사진전에 참석한 영화 제작사 씨네2000 이춘연 대표의 말이다. <여고괴담> 시리즈를 기획한 눈 밝은 제작자이자, 한국영화계의 큰 어른으로서 수많은 영화계 행사의 연사를 맡았던 그는 언제 어디에서든 좌중을 웃음 짓게 하고 귀 기울이게 하는 진귀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씨네21>과 오래오래 함께하자던 이춘연 대표가 지난 5월 11일, 71살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심장마비. 얼마 전 막을 내린 전주국제영화제부터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의 시사회, 지난 3월 후원이 중단됐음을 알린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의 앞날을 모색
[장영엽 편집장] 함께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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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검색해보지는 않지만 소셜 미디어에서 ‘책의 말들’과 ‘겨울서점’ 키워드를 팔로하는 정도의 성의는 보이고 있다. 어쨌든 책을 쓴 사람으로서 책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읽는 것이 즐겁기도 하고 저자로서 느끼는 바도 많기 때문이다. 같은 책을 읽고 떠올리는 생각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니. 내가 드러내지 않은 감정까지도 읽어내는 독자들을 보면서 독자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좋은 말만 있는 건 아니라서 흠칫 놀랄 때도 있다. 그 내용이 이해할 수 있는 근거에 기반한 비판이거나 책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일 때는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읽는다. 나를 당황시키는 건 그렇지 않을 때다. 매주 얼굴과 목소리를 드러내고 생각을 이야기하는 직업을 가졌으니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젊은’, ‘여성’이라는 것을 안다.
유튜브 채널을 보지 않고 책부터 읽었거나 책만 읽은 독자들과는 달리 유튜브를 한번이라도 본 독자들은 나의 상을 머릿속에 그린 상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젊은’ ‘여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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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의자 좀 옆으로 갖다붙여 앉아야~.” 이번호에 소개한 최성열 사진기자의 아카이브 기사는 11년 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열린 독립영화 막걸리 파티의 한순간을 조명한다. 예상보다도 훨씬 많은 인원이 몰려드는 바람에 종업원들이 이동할 자리도 없어 주인아주머니의 구수한 타박을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옆 사람의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촘촘히 끼어 앉아 다 함께 ‘건배’를 외치던 사진을 보며 인산인해였던 영화제의 밤 풍경은 이제 정말로 아득한 과거가 되어버렸구나 싶다.
해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공식 데일리를 발행해온 <씨네21>의 마감 풍경 역시 코로나19와 함께 바뀌었다. 정상 개최를 선언한 올해의 전주국제영화제는 팬데믹 이후 기자들이 가장 오랫동안 현장에 머문 영화 축제이기도 했는데, 온라인 데일리팀으로 참여한 김성훈·조현나·남선우 기자, 최성열 사진기자를 대면한 횟수가 손에 꼽는다.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낮에는 각자의 공간에서 취재와 마감을 하고 저녁 식사
[장영엽 편집장] 소셜 디스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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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유튜브 속 나의 눈길을 끈 영상은 “카메라 잡아먹었다는 김선호의 추억여행씬”이었다. 2009년 연극으로 데뷔해서 2017년 TV드라마에 출연하기까지 장장 8년 넘게 현장의 무대를 지키며 커리어를 쌓아온 배우 김선호는 더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지금도 꾸준히 연극무대를 지키고 있다. 헤어진 연인을 그리며 해변으로 추억여행을 가서 동영상을 찍는 모습에 엉뚱하게도 연기 감독을 자처하는 행인과 어촌의 촌부들이 참견을 하고 카더가든의 발라드가 오버랩되는 엄청난 혼종의 7분여는 도무지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없도록 긴장시킨다.
마지막 대사에 이르면 본인도 이것이 무엇인지 헛갈려하는 이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영상은 다름 아닌 캐논의 카메라 광고였다. 정신없이 몰아쳐도 제품 기능 소개와 효용까지 빠뜨리지 않아 정체 모를 동영상을 광고라고 분류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렇지만 드라마와 코미디, 뮤직비디오와 광고가 포함된 이 영상을 그저 광고라고만 치부하기가 미안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닐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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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지난 1년 새 한국인의 영화 축제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봉준호 감독이 샤론 최 통역사와 함께 감독상의 시상자로 나서고,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2021년 오스카는 한국영화계의 저력을 다시 한번 글로벌 무대에 선보이는 자리였다. 새로운 역사가 쓰여진 만큼 지난해부터 SNS로 실시간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를 시작한 <씨네21> 취재팀의 하루도 덩달아 숨가쁘게 흘러갔다.
특히 올해는 김성훈, 송경원, 임수연, 김소미, 남선우 기자가 트위터의 새로운 음성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인 ‘트위터 스페이스’(#TwitterSpaces)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을 해설했다. <씨네21>을 통해 스페이스 기능을 처음 접한다는 소감부터 세 시간 반 동안 단 한 차례의 휴식도 없이 매끄러운 진행을 선보인 기자들이 놀랍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 주간지의 긴 호흡에서 벗어나 실시간으로 청취자들과 교
[장영엽 편집장] 오스카의 밤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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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점이 ‘페미니스트가 아니한 자’를 찾는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이 공고는 삭제되었지만, 이와 같은 차별은 끝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애써 분노하고, 잘못을 지적하고, 민원을 넣고,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다”는 뒤끝 나쁜 결과를 본다. 차별은 잘못이 아니라 ‘논란’으로 남고, 이 일을 잊기도 전에 다음 차별 사건이 또 발생한다. 또 분노하고 잘못을 지적하고, 이도 저도 아닌 결과를 본다.
이래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펼치고 찬바람을 맞다 몸싸움에 밀려났던 게 2017년이었던가? 2016년이었던가? 2007년이었을지도 모른다. 인권조례에서 성소수자 인권이라는 말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깔고, 콘센트가 있는 기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던 것은 2018년이었나? 2019년이었나? 소위 보수개신교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유엔의 권고사항이라는 토론회를 열었던 건 언제였더라? ‘차별금지법 반대세력’에 막혀 건물에서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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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 윤.”(Yuh-Jung Youn) 지난 1년간 우리는 글로벌 무대에서 익숙한 한국 배우의 이름이 낯설게 호명되는 모습을 수도 없이 지켜봐왔다.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단숨에 2020, 2021 시상식 시즌의 가장 찬란히 빛나는 스타가 된 윤여정의 행보는 그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유니크한 매력이 한국을 넘어 세계의 영화산업 관계자들과 관객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이틀 뒤로 다가온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한국 시각으로 4월 26일 오전 9시)에서 다시 한번 ‘여정 윤’이 호명되는 순간을 기다리며, <씨네21>은 창간 26주년을 기념하는 마지막 특집호를 배우 윤여정 스페셜 에디션으로 구성했다.
두달 전 설 합본호를 통해 소개한 봉준호 감독과의 대담 기사가 배우 윤여정의 생각과 목소리를 오롯이 담은 특집이었다면, 이번 스페셜 에디션에서는 기자, 평론가, 감독, 배우, 작가, 제작자, 촬영감독, 매니지먼트 대표, PD, 스타일리스트 등 국내외
[장영엽 편집장] 윤여정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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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팬데믹과 관련된 책 한권을 마무리하고, 관련된 논문도 하나 썼다. 어쩔 수 없이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여러 분야를 살펴보고, 이런저런 예상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역시 언제쯤 코로나19가 끝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코로나19 백신을 청년 등 활동력이 높은 사람부터 맞게 할 것인가, 아니면 노년층부터 먼저 맞게 할 것인가? 활동력에 따른 전파를 생각하면 청년부터 맞는 게 더 효과적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젊은 노동자부터 먼저 맞는 전략을 선택했다. 청년층 확산도 막고, 젊은 노동자들이 경제에 먼저 투입될 수 있게 하자는 선택이다. 그렇지만 선진국 대다수는 노년층부터 맞는 것을 선택했고, 우리도 그렇게 했다. 바이러스를 조금 천천히 잡더라도 사망률부터 줄이는 선택이다. 백신에 의한 집단 방역에 가는 시간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같겠지만, 노년층부터 맞는 경우가 중간에 확진자가 급증할 위험이 조금 더 높다.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코로나19, 언제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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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창간 26주년 세 번째 특집의 주인공은 감독 이정재, 정우성이다. 2021년은 지난 27년간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얼굴로 자리매김해온 두 배우가 장편영화의 감독이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관객을 만나는 의미 있는 해다. 1995년 <SBS 스타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며 처음 인연을 맺은 이래 스크린 안팎에서 좋은 친구, 의지가 되는 영화계 동료, 회사 아티스트컴퍼니를 함께 운영하는 동업자로 지내오다 이제는 카메라 뒤편의 일들을 함께 고민하는 사이가 된 이정재, 정우성은 첫 장편영화 연출작 <헌트>(가제), <보호자>에 대한 소회부터 서로에 대한 생각, 영화인으로, 한 사람의 개인으로 경험하고 느끼는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해주었다. “<씨네21>과는 연년생”(두 사람은 1994년 스크린 데뷔했다)이라고 말하는 두 감독은 신작을 공개할 때마다 어김없이 표지를 장식하는, <씨네21>의 좋은 친구들이기도 하다. 창간 26주
[장영엽 편집장] ‘영화인’이라는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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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빠지셨네요!”
너무 놀라서 대답을 못했다. 저 말을 듣고 멍한 얼굴로 약 1초 동안 내 주변의 인간관계와 내가 사람을 만나는 횟수와 용건을 돌아보며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페미니즘 친화적인 출판계 인사를 주로 만나며 그 밖의 경우에도 저런 말을 할 일이 없는 공적인 자리에 주로 나가는지를 주마등처럼 떠올렸고, 저 말을 첫인사로 건넨 상대방은 내가 대답을 못하자 호탕하게 웃었다. 물론 상대방이 무슨 나쁜 의도가 있어서 그랬던 것은 전혀 아니다. 나와 나이가 같은 여성이며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나의 친구는 기분 좋은 첫인사를 했을 뿐이고, 나는 그런 ‘평범한 감성’으로부터 내가 얼마나 많이 도망쳐왔는지를 실감했다.
최근 몇년간 내 몸을 외양이 아닌 기능을 중심으로 보는 법을 배웠다. 가느다란 다리와 납작한 배와 큰 눈이 아니라 튼튼한 다리와 단단한 코어와 앞을 잘 보는 눈이 삶에서 더 소중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단박에 후자를 가지게 된 것은 아니고 여전히 일하느라 골골대는 프리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서로가 환경이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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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발행하는 네권의 <씨네21> 표지에는 창간기념 로고가 붙는다. 매년 봄마다 돌아오는 씨네리의 생일을 한달간 축하하기 위함이지만,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로고를 볼 때마다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이 어마어마하다. 평소에 만드는 잡지에서 만나볼 수 없는, 또는 오직 <씨네21>에서만 만나볼 수 있을, 특별하고 깊이 있고 오랫동안 기억될… 기사들로 가득한 책을 만들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런 압박감이 주는 건강한 긴장감도 분명 있다. 여느 때였다면 엄두도 못 낼 대규모 특집을, 지금이 아니라면 또 언제 기획하고 추진해보겠는가, 라는 생각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러니 다음주도, 그다음주도 기대해주시길 바란다. 영화만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씨네21>의 스페셜 기사도 계속된다.
이번호에 소개하는 ‘2010-2020 영화 베스트10’은 이 책을 만드는 모든 구성원들이 그야말로 전력을 다한 특집 기사다. 21세기의 두 번째 1
[장영엽 편집장] 우리가 기억해야 할 영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