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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의 세계관은 아라키스 행성의 끝없는 사막을 닮아 방대하다. 황량하면서도 황홀한 풍경 묘사에 <듄> 파트1의 대부분을 할애했음에도 이 아름다운 행성에는 여전히 못다 한 말이 많다. 원작에 묘사된 아라키스 행성 북부의 지도와 핵심 지형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보았다. 상상을 이미지로 창조해낸 <듄>에 좀더 가깝게 다가가는 직관적인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아라킨과 카르타그는 행성 외부의 세력이 스파이스 채취를 위해 아라키스에 정착하며 설립한 도시들이다. 카르타그는 아라키스 내 최대 규모의 도시로 하코넨 가문 점령 시기 행성의 수도였다. 레토 공작은 더 작지만 방어가 용이한 도시 아라킨을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본거지로 삼는다.
시에치는 사막 전역에 퍼져 있는 프레멘들의 주둔지다. 아라키스의 원주민인 프레멘은 하코넨 가문의 박해와 사막의 모래 폭풍을 피해 동굴 구조의 지하 도시들을 건설하고 각 시에치를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를 구축했다. 폴과 제시카가
[기획] 지도로 보는 아름다운 행성, 아라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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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작 소설을 아직 접하지 못했지만 가볍게나마 체험하고 싶은 초심자들, <듄> 파트1의 내용을 빠르게 복습하고 싶은 팬들, 무한한 사막의 모래 폭풍 같은 서사 속에서 길을 잃은 관객들을 위해 <듄>의 세계관 속 이모저모를 수집해보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설정상의 의문에 대한 원작의 답변과, 원작 소설 1권의 내용을 기준으로 정리한 <듄>의 타임라인도 포함했다. <듄: 파트2>가 각색한 부분과 원작의 차이점을 비교하며 소설과 영화, 두 세계가 각각 그려내는 무앗딥의 신화를 상상해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Q. 베네 게세리트는 어떤 단체인가.
<듄>의 세계를 움직이는 숨은 힘인 베네 게세리트는 여성만으로 구성된 종교적 학파이다. 학파의 교육을 받은 일원은 분자 단위의 신진대사 조절, 상대의 행동을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는 화술인 ‘목소리’ 등의 초능력을 구사한다. 자매
[기획] <듄: 파트2> 연대기와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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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가 낯설어서 그렇지 사실 영화 <듄>의 전체 스토리라인은 은근히 쉽다. 그리스신화, 삼국지, 셰익스피어극을 통해 익히 접해왔던 영웅 서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듄>은 상징과 무드로 조형된 드니 빌뇌브 영화 중 가장 친절한 편이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드니 빌뇌브의 <듄>은 복수극이자 성장담이다. 주인공이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전과 메시아임을 각성하기 전까지가 파트1, 그가 복수를 시작하고 메시아로 부상하는 과정에 약간의 러브 스토리를 더한 게 파트2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듄>(2021)으로 잠시 돌아가보자. <듄>에선 먼 미래인 10191년, 바다가 있는 칼라단 행성에서 살던 귀족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듄’이라 불리는 사막 행성 아라키스로 이주했다. 코리노 가문의 황제 샤담 4세(크리스토퍼 워컨)로부터 아라키스에서만 생산되는 스파이스를 관리하라는 명을 받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명령은 평민들의 존경을 받는 아트레이데스
[기획] <듄>의 레거시는 어떻게 굳건해지는가, <듄>이 가물가물하고 <듄: 파트2>가 어려운 관객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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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SF소설을 펴낸 적 있는 미국의 프랭크 허버트는 신문사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에서 밤에는 야간 사진 편집자로 근무하고 낮에는 글을 썼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 그는 가족에게 새로 쓴 소설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등 떠밀려 고통의 시험을 치르게 된 한 청년의 이야기가 될 거야.” 1963년 12월부터 매거진 <아날로그>에 연재된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은 1965년에 이르러 단행본으로 출간됐고, 그 책이 바로 <듄>이다. 차츰 명성을 얻어 1980년대 캐나다 퀘벡의 어느 작은 서점에도 입고된 <듄>은 호기심 많던 10대 캐나다 소년 드니 빌뇌브의 눈에 띄었다. “책을 손에 쥐고 펼치자마자 그 안으로 빨려들어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엠파이어>) 이날의 ‘사건’ 이후 드니 빌뇌브는 영화감독이 된 뒤로도 <듄>이라는 “불변의 꿈”을 품어왔다. 그의 오랜 꿈은 2021년, 자신의 10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
[기획] <듄: 파트2>의 모든 것, <듄: 파트2> 리뷰에서부터 오스틴 버틀러 내한 인터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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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은 지금 시대에 나왔다면 꽤 시끄러운 영화가 됐을 것이다. 실제 물소를 도축하는 신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후 할리우드에서 동물 연기 촬영 여건도 여러 변화를 거쳤다. 영화 엔딩크레딧에 등장하는 “No Animals Were Harmed®”는 해당 작품이 제작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제작되었음을 인증하는 문구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미국 인도주의 협회’에서 84년간 동물 배우 보호를 의무화한 이 프로그램은 연간 1천여편의 작품에 출연하는 동물 10만 마리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작동하고 있다. 양서류, 조류, 야생생물, 파충류, 영장류 등 동물별로 세세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며 현장은 이를 준수해야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워 호스>는 영화가 취한 고전영화적인 촬영 방식상 CG 작업이 최소한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 조이를 연기한 대역마는 무려 14마리. 말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기획] 모두의 안전을 위해 <워 호스>, 해외영화계의 동물 촬영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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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호 대표가 이끄는 퍼펙트독 반려견 교육센터는 보호자 교육 및 반려견 훈련, 관련 세미나 등을 진행한다. 2011년부터 부업으로 시작한 동물 촬영은 <멍뭉이>를 시점으로 퍼펙트독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 됐다. 퍼펙트독이 운영하는 동물 에이전시는 <마스크걸> <오늘도 사랑스럽개>에 출연한 동물 배우 섭외와 훈련, 연기 지도를 담당했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처럼 모션 캡처 기술이 활용된 영화에도 일부 참여했다. 최근 개봉한 <도그데이즈>는 엔딩크레딧에서 출연 동물과 인간의 지분을 똑같이 할애하는 등 배우로서 그들의 역할을 존중하고 주목하는 영화다. 영화, 드라마 업계가 동물 촬영을 대하는 인식이 바뀌어가는 기로에 서 있는 권순호 퍼펙트독 대표를 만났다.
- <도그데이즈>의 프리프로덕션 과정부터 참여한 것으로 안다. 어떻게 제안받게 된 작품인가.
= <멍뭉이>를 끝내고 ‘두번 다시 내 인생에 이렇게
[인터뷰] “동물 배우에게도 사회성이 중요하다”, 권순호 퍼펙트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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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원장님한테는 있는데 고민상(유해진)씨한테는 없는 게 뭘까요?” <도그데이즈>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민서(윤여정)가 민상에게 건넨 말이다. 개의 복지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민상은 질문을 곱씹으며 인간과 반려견이 같이 묵을 수 있는 리조트를 기획한다. 질문을 조금 바꿔 동물이 함께한 촬영장에 대입해보자. 동물 배우가 안전하게 촬영 가능한 현장엔 있고 그렇지 않은 현장엔 없는 것이 무엇일까? 2020년 동물권행동 카라(이하 카라)에서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지 햇수로 4년이 지났다. 2022년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장면을 위한 동물 학대로 말 ‘까미’가 사망한 뒤 KBS는 카라의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내부 가이드라인을 세웠고 정부는 2022년 상반기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동물 촬영 현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현장의 감독들과 동물 배우 섭외 및 훈련 전문가, 카라 활동가, 수의사에게 동물 촬영 현장의
[기획] 리얼리티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동물 촬영 현장의 현재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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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물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영화 오프닝이나 엔딩 크레딧에 등장하는 이 문구는 보여주기식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과거 할리우드에서는 <벤허> <역마차> 등 현장에서 너무 많은 동물이 다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불상사가 있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1970년대부터 미국 동물보호단체 ‘미국 인도주의 협회’ (American Humane Association)는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이를 통과한 작품에 동물 배우의 안전을 보장하는 인증마크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동물 배우들의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기 시작한 것은 드라마 <태종 이방원>부터였다. 원하는 신을 위해 말 발목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넘어뜨리고 심지어 그 말이 나중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이의 공분을 샀다. 이에 따라 2020년 동물권행동 카라가 발표한 동물 촬영 미디어 가이드라인 역시 재조명됐다. 최근 개봉한 <도그데이즈>는 현
[기획] 동물 배우들, 안전하게 촬영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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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튼 아카데미>가 보여주는 청춘의 이미지에 관심이 생겼다면 참고할 만한 또 다른 영화들이 있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바튼 아카데미>의 영감으로 꼽은 <졸업>을 필두로 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졸업> 1967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미국 과의 인터뷰에서 <바튼 아카데미>의 영감으로 꼽은 영화. <바튼 아카데미>가 학교 안에 (자의적 타의적으로) 갇힌 교사, 학생, 요리사의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풀어낸다면 <졸업>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은 청년 벤자민(더스틴 호프먼)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바튼 아카데미>의 70년대 분위기를 섬세하게 구현하고 싶었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미술팀, 음악팀, 촬영팀에 <졸업>을 비롯하여 <해롤드와 모드>(1971), <마지막 지령>(1973), <페이퍼 문>(1973) 등을 보여줬다.
[특집] <졸업>부터 <굿 윌 헌팅>까지, <바튼 아카데미>와 연결된 영화 네편, 청춘의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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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닌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 이름은 빠올로였다. 학년 초 이탈리아 유학 시절 이름으로 자신을 불러달라는 자기소개를 한 뒤 학생들은 그의 실명을 잊은 채 지냈다. 빠올로는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우리 딸은 꼭 실업계 고등학교를 보낼 거야. 이런 일반고 절대 안 보내.” ‘이런 일반고’는 무엇일까. 우리 학교는 지역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했다. 어른들이 만든 규제를 의심 없이 순응했고 청소 시간에 꾸역꾸역 흘러나오는 영어 방송을 무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베토벤 가곡 (그대를 사랑해) 원곡을 암송하는 음악 수행평가를 치렀다. 이히 리베 디히 조 비 두미 암 아벤트 움트 안 모르겐. 40명이 조금 안되는 아이들이 한명씩 차례로 나와 노래를 불렀고 한명의 낙오 없이 외계어 같은 가사를 악착같이 외워왔다. 칭찬을 기다리던 착한 아이들을 바라보며 빠올로가 물었다. “여기 이 노랫말 뜻 아는 사람 있어? 가사는 죄다 완벽하게 외워왔는데 왜 이게
[에세이] 순종 너머의 청춘과 성장, <바튼 아카데미>가 학교에 ‘갇힌’ 아이를 일으켜세우는 방식이 촉발한 기억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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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는 자신이 처한 상실의 비탄을 외면하거나 숨기지 않고 드러내되 매일의 삶을 성실히 산다. 특히 메리의 슬픔은 클로즈업숏에서 대사 없이도 도드라진다. 배우로서 메리의 슬픔에 어떻게 접근해갔나.
= 살면서 메리와 같은 상실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메리가 자신의 방에서 대사 없이 퍼즐을 맞추는 장면을 찍을 땐 머릿속으로 메리의 독백 대사를 상상하며 연기했다. 내 생각과 감정이 그대로 카메라에 외현될 거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메리의 비탄은 ‘슬픔의 단계 이론’을 안내 삼아 구성해갔다. 나의 대사에서, 상대의 대사를 듣는 나의 리액션에서 슬픔의 다양한 층위가 드러나길 바랐다. 하지만 메리의 슬픔이 너무 극적이어선 안됐다. 그래서 감정의 다이얼을 끊임없이 조정하며 연기해갔다.
- 촬영 전 알렉산더 페인이 당신에게 시나리오 속 메리의 궤적이 여성으로서, 비백인으로서 납득이 가는지 수차례 질문했다고 들었다. 감독과의 대화가 메리의 캐릭터 조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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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국의 자매들에게 경의의 마음을, 배우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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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작품에 두 번째 출연한다. 공교롭게도 페인과 협업한 전작 <사이드웨이>의 마일스와 <바튼 아카데미>의 폴은 특정 분야에 해박한 싱글 교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혹시 페인 감독이 배우로서 당신의 어떤 매력에 주목하는지 물어본 적 있나.
= 감독들은 늘 내게 쉽게 좋아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한다. 아마 내가 곧잘 연기해냈기 때문에(웃음) 거듭해 까다로운 캐릭터를 계속 맡아달라는 섭외가 오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폴은 마일스에 비하면 괜찮은 남자 아닌가? 폴은 자기 연민도 덜하고 보통의 사람만큼 우울감을 느낀다.
- 페인 감독의 촬영 현장은 19년 전과 얼마나 달라졌나.
= 큰 틀에선 달라지지 않았다. <사이드웨이> 이후 우린 친구가 되었기 때문에 그와의 촬영이 한결 수월해졌다. 형식적인 면에서 <바튼 아카데미>의 현장이 <사이드웨이>의 현장과 달라진 측면은 있다. 이번 영화의 촬영장엔 늘
[인터뷰] 진실한 태도가 전달되기를, 배우 폴 지어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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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전반의 톤이나 숏의 구성이 아메리칸 뉴웨이브 시절의 할 애슈비나 피터 보그다노비치의 휴먼드라마들을 떠오르게 한다. 1970년대 미국영화들이 당신의 영화 인생과 <바튼 아카데미>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 영화광 틴에이저로 1970년대를 살다가 1979년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땐 공기 중에 모든 명작들이 떠다니던 할리우드영화의 마지막 황금기였다. 그 영화들이 장편 극영화의 원형이라고 머릿속에 저절로 각인됐다. 70년대에 접했던 모든 영화들이 나를 감독으로 만들었고, 나는 당시 보았던 휴먼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지금껏 만들어왔다. <바튼 아카데미>는 구체적 과거가 배경인 나의 첫 시대극이다. 그래서 영화의 질감과 음향뿐 아니라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조형 그리고 영화의 제작 방식까지 70년대풍으로 만들어보려는 실험을 감행했다.
- 영화 후반에 등장하는 보스턴의 풍경도 70년대의 분위기를 재현하고자 노력했을 듯한데.
= 미술감독과 로케이션 매니저 그
[인터뷰] 유머와 부조리 그리고 냉소주의가 담겨 있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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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타티나 빅토르 에리세만큼은 아니지만 알렉산더 페인 또한 과작(寡作)의 감독이다. 단적인 예로 그는 <사이드웨이>(2004)로 오스카 각색상을 수상한 이후 차기작 <디센던트>(2011)로 또 한번 오스카 각색상을 받았는데 두 영화는 7년의 간격을 두고 탄생했다. 지금 전세계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바튼 아카데미>와 페인의 역대 연출작 중 가장 모호한 평을 들은 전작 <다운사이징>(2017) 사이에도 6년의 시차가 존재한다. 드문드문 영화를 만드는 페인이지만, 그의 영화는 언제 스크린을 찾아도 유사하게 반복되는 화소로 가득하다.
중년 백인 남성들의 수호자
로라 던이 루스로 분한 <시티즌 루스>(1996)를 제외하면, 알렉산더 페인은 한결같이 중장년 백인 남성이 주연인 영화를 만들어왔다. 평단과 관객 모두가 트레이시(리즈 위더스푼)의 맹활약을 이야기한 <일렉션>(1999)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특집] 위기, 걱정, 불안으로부터 길어올리는 아름다움의 순간들, 알렉산더 페인 감독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