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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시르와 왈츠를> Waltz with Bashir
이스라엘, 프랑스, 독일/2007년/85분/아리 폴만/개막작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20년째 전쟁의 악몽을 앓고 있는 친구를 만난 아리는 그와 함께 참전했던 레바논전에 대한 기억이 송두리째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대체 무엇을, 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스라엘의 감독 아리 폴만의 <바시르와 왈츠를>은 감독이 1982년 당시 같은 부대에 있었던 이들의 증언을 수집하며 증발해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좇는다. 그가 추적하는 사건의 핵심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의 친이스라엘 민병대를 앞세워 팔레스타인 민간인 수천명을 도살한 ‘사브라-샤틸라 학살’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미 알려진 참사를 객관적으로 재구성하기보다 전쟁이 할퀴고 간 인간의 내면 깊숙이 렌즈를 들이댄다. 다큐멘터리적인 질료를 애니메이션의 그릇에 담은 폴만은 죄의식과 두려움으로 굴절된 기억과 무의식, 환상을 숨막힐 정도로 아
부천에 가면 등골이 서늘해질지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 2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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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사진을 주무르는 매그넘의 이번 한국의 기록은 새로운 눈으로 본 매그넘 작가들의 시선을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의 눈에 보여진 매그넘의 사진들은 생기있고 때론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것들과 분단의 시선을 재해석한 것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전통의 시간을 따라가며 한국의 사회상을 객관적 입장에서 바라본 매그넘 사진가들은 사진의 힘을 잘 이용해 좀더 간접화법의 시선으로 관객의 감탄을 자아낼 것이다.
게오르기 핀카소프의 사진. 이 사진에서 강한 자극을 받았다. 쉬운 시선에서 나올 수 없는 사진으로 평가된다. 꽃의 이미지 속에 보여진 사람의 실루엣은 하나의 톡득한 이미지로 탄생되며 사진의 힘을 잘 느낄 수 사진이다.
스티브 매커리의 이 사진은 한국의 관념과 유교적 시점을 잘 이해하고 서정적인 시선에서 접근한 고요하고 잔잔한 느낌을 연출했다. 승려의 뒷모습의 모티브를 염두에 둔 평온한 사진이다.
알렉스 마욜리의 사진. 하회 부녀탈을
<씨네21> 서지형 기자가 뽑은 <매그넘 코리아展>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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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사진을 보며 얼핏얼핏 영화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르네 뷔리의 사진을 보면서는 <밀양>이, 아바스의 작품에서는 얼마 전에 본 <해프닝>이 연상되었다. 내가 스릴러나 공포영화를 좋아해서인지 <매그넘 코리아展>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은 사진은 사실적이기보다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것들이다. 특히나 알렉스 마욜리의 사진은 거의 다 맘에 들었다. 독특한 피사체의 선택, 암부가 많은 강한 콘트라스트, 콜라주의 형식을 도입한 신선한 표현 방법 등이 시각적으로나 내용적으로도 임팩트가 있는 사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총 434장의 작품 중에 당신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사진은 과연 어떤 것일지….
이탈리아 사진가인 알렉스 마욜리의 콜라주 사진으로 강한 플래시 광을 중심부에만 발광시키고 의도적으로 주변은 어둡게 만든 사진을 두장 병렬 배치시킨 작품이다. 작가의 주관적인 메시지가 표현 형식의 변화와 맞물려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프랑스 사진가 게
<씨네21> 오계옥 기자가 뽑은 <매그넘 코리아展>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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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본다’라는 말은 분야에 따라 여러 의미로 사용된다. 그중에서도 카메라로 세상을 ‘본다’라는 말은 유무형의 모든 것을 사진이라는 방식 혹은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본질의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최고의 사진가그룹 ‘Magnum Photos’의 절반 가까운 이들이 참여하여 한국을 봤다. 그들이 ‘본’ 한국의 모습은 우리가 ‘보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얼마나 다를까. 서늘함까지 느껴지는 그들의 이미지를 본다.
유머와 위트의 익살스런 사진작가 엘리엇 어윗은 “사진은 유머를 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행형의 상황. 극적인 대비. 어둠에서 빠져나와 도약하는 발걸음이 우리의 젊음이지만 아직은 불안해 보이는 것도 현실이다.
2007년 1월11일, 우리의 한으로 남을 숭례문을 미리 예견했을까. 우리의 모습은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다. 화려해야 할 꽃마저 숭례문의 소멸을 미리 알리려는 듯 우울하다. 지금의 우리처럼.
색의 마법사 게오르기 핀카소프는 서울
<씨네21> 손홍주 기자가 뽑은 <매그넘 코리아展>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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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한국의 모습은 어떠한가? 한국인이라, 한국에 살고 있어 그 객관적인 모습을 떠올릴 수 없다면 이방인의 낯선 눈동자에 담긴 모습이 오히려 현실에 밀접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세계적인 사진작가그룹 매그넘의 예리하고 담백한 시선에 담긴 사진이라면 말이다. 7월4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매그넘 코리아展-매그넘이 본 한국> 전시는 매그넘의 전설을 확인하는 동시에 ‘오늘의 대한민국’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씨네21>의 사진기자들이 400점이 넘는 사진 중에서 그 정수만을 뽑았다.
매그넘이 응시한 오늘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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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번이 완성되기까지
<몬스터 주식회사>의 주인공 설리번이 최종 완성되기까지 아티스트들이 시도했던 다양한 디자인안들. 하나의 캐릭터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컨셉 드로잉 -> 마켓 제작 -> 3D CG애니메이션화 작업’이 무한 반복된다. 다시 말해 최종 확정된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선택 가능성이 있다면 실물화하는 작업이 뒷받침되는 것. 1~3번의 마켓들이 바로 캐릭터 디자인 과정에서 무수히 만들고 버려진 여러 버전의 설리번 중 일부다. 4번 이미지는 최종 확정된 캐릭터의 외양 위에 여러 종류의 털을 입혀본 아트워크. 5번은 <몬스터 주식회사>의 감독 피트 닥터가 아티스트들에게 던져준 최초의 캐릭터 컨셉 아트다. 킴 도노반의 설명에 따르면 이 단순한 펜 그림을 기초로 무수한 설리번이 시도되었는데 모두가 “바로 이것이야!”라고 합의한 디자인이 결국은 이 컨셉 아트와 가장 닮은 것이었다고.
<인크레더블> 콜라주 아트
컨셉 아트워크는 모든 애니메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픽사 애니메이션 20주년 기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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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주식회사>의 괴물 설리반을 탄생시킨 최초의 스케치가 보고 싶은가? 그 위에, 야근으로 인한 아티스트의 커피 얼룩까지 덩그러니 남아 있다면 어떨까. <픽사 애니메이션 20주년 기념전>(PIXAR展 IN SEOUL: 20 Years of Animation)은 <토이 스토리>(1995)에서 <라따뚜이>(2007)까지, 미국 픽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들의 바로 그런 흥미로운 탄생 과정을 공개하는 전시회다. 오는 7월2일부터 9월7일까지 약 두달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게 될 이 전시회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드로잉을 비롯한 각종 컨셉·스크립트 아트워크, 마켓(marquette: 3D애니메이션 데이터 작업에 필요한 캐릭터 조형물), 미공개 단편 등 총 650여점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2005년 겨울 뉴욕을 시작으로 런던, 도쿄, 에든버러, 멜버른, 헬싱키를 거쳐 도착한 전세계 7번째 행사로, 전시 규모가 가장 크
공개합니다! 픽사 애니메이션 탄생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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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혈속집>(1992) 이후 거의 15년 만에 홍콩영화계로 복귀한 것은 물론,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하 <적벽대전>)은 당신의 첫 번째 베이징어 영화다.
=홍콩 시절 나의 모든 영화는 광둥어 영화였다. 70년대 이전에는 대륙 영화인들이 홍콩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베이징 표준어 영화가 대부분이었지만, 내가 활동을 시작했던 70년대 이후부터는 다시 광둥어가 주도권을 쥐었다. 그래서 <적벽대전>도 광둥어로 만들면 내가 직접 시나리오를 쓸 생각도 있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말하자면 할리우드에서 영어와 부딪혔던 것과 마찬가지로 세월이 지나 고향에 돌아와서도 다시 언어문제에 부딪힌 것이다. (웃음) 그래도 별 문제는 없었다. 아시아영화는 아시아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이 더 중요하다.
-앞서 만들어진 <삼국지: 용의 부활>에서 당신과 당신의 스승 장철 감독이 아꼈던 적룡이 관우로 출연했다. 섭섭하지 않았나.
=사실 &l
[오우삼] “주유와 제갈량은 끝까지 마음이 통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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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은 서기 208년, 위·촉·오 3국이 대립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위의 조조(장풍의)는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대륙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유비 진영은 조자룡(후준)이 유비의 하나뿐인 아들을 구해오는 대활약 속에서도 퇴각에 퇴각을 거듭한다. 이에 유비의 책사 제갈량(금성무)은 강남 지역의 최고 실력자 손권(장첸)과의 동맹을 제안한다. 제갈량은 손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손권 휘하 제일명장 주유(양조위)의 마음을 먼저 얻는 데 주력한다. 한편, 강남을 공격하는 조조의 마음속에는 주유의 아내인 소교(린즈링)를 차지하겠다는 욕망도 있다. 그렇게 조조 군대와 유비, 손권의 연합군대는 적벽에서 대치하게 된다.
조자룡 대신 관우가 마무리하는 장판교 전투
오우삼 감독은 <삼국지: 용의 부활>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선수를 친’ 작품이기도 하지만 유덕화를 조자룡으로 캐스팅했다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
오우삼의 스펙터클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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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클라이맥스를 영화화한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하 <적벽대전>)이 드디어 그 뚜껑을 열었다. 아시아 영화사상 최고 제작비로 얘기되는 800억원(8천만달러)의 이 영화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의 자본이 결합된 범아시아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장대한 스케일의 적벽을 재현하기 위해 서안 지역에 실제 40피트(?미터) 가까운 어마어마한 높이의 언덕을 재건했고, 조조의 100만 대군을 보여주기 위해 2천척의 배를 띄우는가 하면 36m 높이의 실제 배를 직접 제작해 촬영했다. 그리고 오우삼식 무협영화를 보좌하기 위해 뛰어든 무술감독은 바로 할리우드에서 직접 <D. O. A>를 연출하기도 했던 원규다. 그야말로 올해 ‘최대’의 아시아영화라 해도 틀리지 않다. 게다가 이례적으로 7월10일 개봉하는 전편에 이어 올 겨울 2편을 개봉할 예정이다. 할리우드에서나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사전 동시 제작 시리즈물’인 셈이다. <적벽
아시아 블록버스터: 거대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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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장님인지도 모른다>
2002년 │ 5분 │ 베타 │ 컬러
날개 잃은 천사가 떨어진 곳은 죽음의 낯빛을 한 인간들의 도시. 거리를 서성이는 남자를 만나 천사는 축제가 벌어지는 곳으로 도피하지만, 잠시 뒤 떠나온 그곳 또한 디스토피아의 손바닥 안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본주의의 첨탑이 끊임없이 건설되는 동안 인간들의 본성 또한 쉬지 않고 파괴된다는 줄거리를 생기 잃은 푸른빛의 화면에 담았다. 공급과 수요 그래프에 허덕이던 암울한 자신의 미래를 당시 즐겨 보던 <안개 속의 풍경> 등과 같은 유럽 예술영화의 어두운 분위기로 그려보고 싶었다고.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했던 시절에 시작한 작품이라 짧은 단편이지만 완성하기까지는 무려 2년이 걸렸다.
<티타임>
2002년 │ 4분 │ 35mm │ 컬러
영화아카데미 재학 중 실습작품으로 만든 단편. 머리가 두 동강난 남자 곁에 스패너를 든 천사가 나타난다. 비를 피하기 위해 만난 천사와 남
편지 먹는 공룡부터 늑대 아빠까지, 발칙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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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형윤
스무살 언저리까지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해 부를 축적하는 삶을 꿈꿨다. 수능점수 가라사대 경영학과 대신 정치외교학과를 택한 뒤 6개월 만에 그의 바람은 휴짓조각이 됐다. 토익 공부를 하다 갑자기 구토 증세를 경험했고 반미 감정까지 솟았다. 초일류기업에서 부속품처럼 살아가기에는 부적절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사랑처럼 존재를 불태울 수 있는 작업이 뭘까 고민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과 글과 음악을 한데 버무릴 수 있는 애니메이션에 입문키로 마음먹는다. 그림 실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그는 ‘고수입 보장’ ‘미래유망직종’이라는 간판을 내건 노량진의 한 애니메이션 학원에 등록했으나 강사들이 입시를 코앞에 둔 고딩들에게만 관심을 쏟는 바람에 화실에서 나 홀로 벽돌만 그리다가 한달도 채우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이 무렵 애니메이션 회사에 무작정 찾아가 결의를 밝히기도 했지만 캠퍼스에서 젖 더 먹고 오라는 핀잔만 들었다. 군에서 제대하고 1999년 ‘미
애니메이션 아니면 안 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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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오후 2시. 약속시간이 다 됐다. 장형윤 감독의 스튜디오 ‘지금이 아니면 안 돼’가 자리한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장 감독은 아직 도착 전이란다. <무림일검의 사생활> 포스터가 붙어 있는 A동 203호에 먼저 들어섰더니 사무실 짬밥으론 막내인 홍덕표 프로듀서가 미안한지 연신 음료수를 내온다. 옥수수차와 오렌지주스만으로도 모자라 귀한 커피까지. 오랫동안 장형윤 감독과 일해온 박지연 작화감독(캐릭터에 움직임을 불어넣는 스탭. 장형윤 감독은 촬영감독에, 박지연 작화감독은 배우에 더 가깝다고 소개했다)도 객들이 무료할까봐 과거사를 꺼낸다. “첫날 저보고 오전 9시까지 오라고 해서 갔어요. 약속 시간에 맞춰서 나왔기에 ‘참 성실한 사람이구나’ 했죠. 말도 진중하게 하고.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서는 오후가 돼야 겨우 나오는 거예요. 실상은 그랬던 거죠.”
장 감독은 채찍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박지연 작화감독의 흉을 듣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No
애니메이션 감독 장형윤과 스튜디오 ‘지금이 아니면 안 돼’ 스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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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장형윤이닷!” 거리에서 알아보고 환호작약하는 관객은 없다. 하지만 ‘장형윤표’ 애니메이션에 ‘끼약’ 하는 관객은 많다. <어쩌면 나는 장님인지도 모른다>부터 <무림일검의 사생활>까지 장형윤은 적지 않은 팬을 거느린 스타 감독이다. 올해 3월에는 그의 단편모음 DVD가 일본의 코믹스웨이브 필름에서 발매되면서 그의 작품들은 ‘한류 아니메’라는 수식까지 얻었다. <인디애니박스: 셀마의 단백질 커피>라는 묶음 형식으로 김운기, 연상호 감독의 작품과 함께 6월20일 개봉하는 장형윤 감독의 중편 <무림일검의 사생활>(2007)에 대한 환대도 전작들에 쏟아진 관심 못지않다. 인디애니페스트 개막작이었고, 지난해 연말에 개최된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KT&G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올해 개최된 2008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에서도 우수상까지 먹었으니 더 물어 뭣하랴. 에두르지 말고 캐보자. ‘장형윤표’ 애니메이션의 매력이
[애니메이션 감독 장형윤] 귀여워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