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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다 보니 너무 많았다. 참으로 치열한 경쟁이었다. 막장드라마 속 최악의 순간들을 뽑았다. 가볍게는(?) 막말부터 불륜, 패륜, 납치, 심지어 살인까지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아내의 유혹> <에덴의 동쪽> <흔들리지마> 등 각종 드라마에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던 막장의 명장면들을 공개한다. 독기가 보통이 아니니 심장 약한 분들은 건너뛰시길.
1. 이수현이 쓰러진 시아버지를 두고 거짓말하는 장면 <흔들리지마>
‘재혼가정 세 자녀들의 사랑을 통해 소중하지만 지긋지긋한, 하지만 우리가 사랑해야만 하는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기획의도 한번 거창하나 이 드라마대로 사랑하자니 목숨이 열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약혼남을 붙잡기 위해 거짓 임신을 고하는 것도 모자라 멋대로 혼인신고를 올린 이수현(홍은희). 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좋아하는 것도 억울한데 그 상대가 새어머니가 데려온 의붓남매 중 한명인 민정이니 환장할 노릇이다. 약이 제대로
[막장드라마의 모든 것] 싸대기는 기본, 시신 유기는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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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들만 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젊은 언니, 오빠들도 본단다. 도대체 이들에게 막장드라마는 어떤 즐거움을 주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많은 막장드라마 중에서도 특히 <아내의 유혹>에 빠져 있다는 한 20대 여성시청자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막장드라마는 어떤 맛인지, 그리고 그 맛에 어떻게 중독되고 있는지.
막장드라마를 싸잡아 욕하는 데 불만있다. 통속극더러 갈등과 결말이 뻔하다고 욕하는 것은 장르가 쌓아온 규칙과 클리셰를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주어진 재료를 어떻게 요리하는가, 한 토막의 멜로디를 어떻게 변주하는지를 살피듯 통속극도 장르 안에서의 만듦새로 평가해야 한다. 궤변과 기행을 일삼는 상식 밖의 캐릭터나 우연에 기댄 전개만을 비난하자면 홍상수도 막장이게?
여기저기 넘치는 원고지 매당 만원짜리 계몽들에 휘둘려 소소한 즐거움 대신 죄책감을 떠안느니 나는 막장드라마를 좋아한다고 고백하련다. 더 정확하게는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을 좋아한다. 사실
[막장드라마의 모든 것] 울화를 삭여라, 다 복수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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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다. 막장드라마, 왜 보는 건지. 저런 악랄한 설정이 정말 통하긴 하는 건지. 보면서 화는 안 나는지. 그래서 물었다. 흔히들 막장드라마의 주시청자라고 생각하는 아줌마들에게. 직업은 모두 주부이나 40대 중반, 50대 중반, 60대 초반으로 나이대는 제각각인 아줌마 셋을 붙잡고 직접 질문을 던졌다. 흥미로운 답변도 있었고 애청자임을 애써 감추려는 기색도 엿보였지만 남김없이 정리해 재구성했다.
난 삼류라고들 하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주부야. 요즘 인기라는 <너는 내 운명>은 매일 봤어. 그전에 같은 시간 같은 채널에서 했던 드라마도 계속 봤거든. <조강지처클럽>은 중간부터 봤지. 그건 이름이 재밌어. 캐릭터에 맞는 이름을 갖다가 붙여놓으니까 처음 보는 사람도 이해하기 쉽더라고. 원수는 정말 원수 같은 짓만 하고 이기적은 이기적이고 복수는 남편한테 복수하려고 딴 남자랑 재혼하고. 한창 방영 중인 <아내의 유혹>도 얘기 듣고 보기 시작했어. 왜 문소
[막장드라마의 모든 것] 찝찝하지만 어차피 다 엉터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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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다간 연속극만 보게 될지 모른다.’ 드라마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2006년 한류 붐을 타고 드라마들이 대형화됐지만, 정작 시청률과 해외수출은 준 상태다. 경기침체로 광고 단가가 동결되면서 참신한 기획의 미니시리즈는 제작에서 1순위로 제외되고 있다. 시청률을 담보하는 독한 일일드라마, 이른바 막장드라마의 범람은 지금 드라마 제작 환경의 결과물이다.
1. 눈먼 돈들의 도시
일조를 한 건 역시 한류라는 ‘거품’이다. <겨울연가>와 <대장금>의 성공사례는 방송가에 장밋빛 미래라는 신기루를 낳았고 일종의 투기성 자금을 유입시켰다. 한류 부가가치를 노린 각계의 ‘눈먼 돈들’이 유입되면서 드라마의 덩치가 점점 커졌다. 대표적인 경우가 ‘욘사마 열풍’을 등에 업고 제작된 <태왕사신기>다. 그러나 40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이 대형프로젝트는 그저 상징적인 존재에 그쳤다. 제아무리 욘사마가 나온다 해도 ‘남의 나라의 고대사’까지 신경
[막장드라마의 모든 것] 쪽대본 모르면 말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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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준비는 됐나.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은 지난 2008년 11월3일 방영된 첫회에서 이렇게 묻는다. 드라마의 시작과 함께 주인공 은재(장서희)가 바닷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그녀는 “제발 아기만 살려달라”고 절규한다. 곧바로 회상이다. 은재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낸 친구 애리(김서형)가 있다. 재벌집 장남인 교빈(변우민)은 은재를 좋아한다. 교빈을 좋아하는 애리는 은재를 질투한다. 그러던 어느 날, 교빈은 은재가 취해 쓰러질 때까지 술을 먹인다. 바로 여관장면. 교빈이 침대에 누운 은재의 옷을 벗기며 말한다. “은재야, 죽을 때까지 너만 사랑할게.” 은재는 임신하고 애리는 분노한다. 교빈은 은재의 오빠에게 얻어맞고, 은재는 교빈의 엄마에게 ‘싸대기’를 맞는다. 교빈이 자살을 시도한다. 결국 은재와 교빈의 결혼. 그런데 갑자기 신부가 애리로 바뀐다. 그리고는 은재의 장례식이다. 교빈과 애리는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그들의 뒤로 나타나는 한 여자. 선
[막장드라마의 모든 것] 해도해도 너무하네, 차마 끊을 수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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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저녁 8시20분. 시청자는 갑자기 없던 딸이 생긴다. KBS2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의 고아 새벽, 가진 거 하나 없는 그녀가 겪는 모든 고행 앞에 시청자는 기꺼이 새벽의 편이 됐다. 발로 해도 그보다 더 연기를 잘하겠다는 의미로 ‘발호세’라고 명명되는 연기자가 주연을 맡아도, 시어머니와 생모가 똑같이 백혈병에 걸리고 새벽과 골수가 일치한다는 사실과 동떨어진 설정에도, 시청자는 방송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브라운관으로 모여든다. 시청률 40%대로 부동의 1위를 지키는 <너는 내 운명>의 신화는 이제 독한 설정과 캐릭터로 중무장한 괴물드라마 SBS <아내의 유혹>까지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퀄리티가 낮아질수록 시청률은 올라가는 이상함수. 저렴한 제작비, 익숙한 기획으로 구색 맞추기처럼 제작되던 일일드라마는 이제 드라마 시장을 잠식하는 절대강자로 군림하게 됐다. 한국 드라마의 구조적 후퇴가 낳은 변종 드라마, 이른바 막장드라마로 명명되는 이들
[막장드라마의 모든 것] 막장드라마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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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질링>은 우리 시대의 작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다. 싱글맘 크리스틴 콜린스는 아들을 잃어버린다. LA 경찰은 엉뚱한 아이를 찾아온다. 크리스틴은 부르짖는다. “이 아이는 내 아들이 아니에요!” 그러나 부패한 경찰은 실책이 탄로날까 두려워 엉뚱한 아이를 아들로 삼으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는 크리스틴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가둔다. 크리스틴의 목숨을 건 투쟁은 그렇게 시작된다. <체인질링>은 압도적인 우아함으로 재현된 웰메이드 역사 드라마다. 동시에 <미스틱 리버>나 이오지마 연작과는 조금 다른 이스트우드의 세계이기도 하다. 혹시, 이스트우드는 또다시 매그넘을 들었는가.
LA가 천사의 도시라고? 농담은. 대공황기를 무대로 한 필름누아르의 세계에서 LA는 술취한 조커와 부패한 다크 나이트가 활개치는 고담이다. 로만 폴란스키의 <차이나타운>과 커티스 핸슨의 <LA 컨피덴셜>, 그리고 브라이언 드 팔마의 <블랙달리아>
[must see] <체인질링> 이스트우드는 다시 매그넘을 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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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누벨 이마주의 신성이었던 뤽 베송은 어느덧 세계 상업영화계의 촉망받는 제작자가 됐다. 나라의 경계를 넘고, 각국 배우들을 뒤섞으며, 홍콩 액션스타일과 익스트림 스포츠 파쿠르를 결합하더니 온전히 그만의 영화제국을 만들었다. 이제 그에게 할리우드와 유럽의 경계란 없다. 더불어 루이 레테리에, 피에르 모렐, 크리스 나흔 등 그가 양성한 후배들은 어느덧 속속 할리우드 메인스트림으로 진입하는 중이다. 저 멀리 <택시> 시리즈부터 이연걸과 제이슨 스타뎀을 경유해 <트랜스포터>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뤽 베송 사단의 화려한 면모를 살펴본다.
<트랜스포터: 라스트미션>에서 프랭크(제이슨 스타뎀)와 발렌티나(나탈리아 루다코바)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헝가리로 향한다. 여권도 필요없다. 그냥 수백 킬로미터를 마치 서울에서 부산 가듯 일단 떠난다. 흔히 미국 로드무비에서 볼 수 있는 한밤의 모텔도 없다. 그냥 일일생활권처럼 느껴진다. 그 사이 뮌헨까지 100km가
‘뤽 베송 제국’의 태양은 지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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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발키리>가 지난해 12월25일 크리스마스에 전미 개봉했다. 첫주 흥행성적은 2952만달러다.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톰 크루즈와 브라이언 싱어의 귀환으로는 조금 겸손한 수치다. 모든 비평가들의 환대가 좋은 것도 아니다. 확실히 <작전명 발키리>는 모두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영화다. 감정의 진앙을 뒤흔드는 오스카용 서사극도 아니고 톰 크루즈의 영웅적인 카리스마를 등에 업고 달려가는 스펙터클도 아니다. 하지만 <작전명 발키리>는 <유주얼 서스펙트>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날씬한 스릴러인 동시에 <엑스맨>과 <수퍼맨 리턴즈>를 잇는 또 하나의 브라이언 싱어표 히어로 영화다. 1월22일 개봉을 앞둔 <작전명 발키리>를 사전 시사를 통해 미리 관람했다.
히틀러를 암살하려던 사람들은 많았다. 이를테면 평범한 독일 목수 게오르그 엘저의 케이스. 그는 1939년 수제 시한폭탄을 히틀러가 연설할 예정이었던 연단에 몰
[must see] <작전명 발키리> 히틀러 암살 모의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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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칸 속 그림들이 답답한 틀을 벗어버리고 넓은 스크린 위에서 살아 움직인다면? 만화책을 읽으면서 누구나 한번쯤 품어봤을 상상이다.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를 토대로 한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 이어 만화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들이 계속 탄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화전문지 <팝툰> 기자들이 영화화할 만한 만화들을 추천했다.
한국 히어로만화의 선구자
<트레이스> 고영훈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웹툰 <트레이스>의 캐치프레이즈는 ‘한국형 히어로만화’다. 30여년 전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트러블과 트레이스가 나타났다. 때로는 괴물의 모습으로 때로는 인간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트러블은 인간을 무차별 공격하고, ‘트러블의 흔적’이라 불리는 초능력자 트레이스가 유일하게 그들에게 맞설 수 있다. 인간이면서 특수한 능력을 지닌 트레이스는 일종의 돌연변이다. 미국 드라마 <히어로즈> 혹은 영화 <엑스맨&g
[영화화 추천 만화] 네모칸 뚫고 스크린에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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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 사람들에게서 종종 질문을 받는다. “괜찮은 이야기 없어요? 읽어볼 만한 책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사람마다 보는 눈은 다르겠지만(보고 싶은 것도 다르겠지만), “영화화를 염두에 둔다면 이 이야기 어떨까” 하는 소설들을 모아보았다.
탐정, 도시의 어둠을 살다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
조지 펠레카노스 지음/ 황금가지 펴냄/ 장르 스릴러, 액션
요즘엔 탐정보다 경찰이 주인공인 액션영화가 인기다. 첨단 장비를 활용한 전문적인 수사 기법이 범죄물의 대세가 되면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탐정에게 끌린다. 경찰이 아니면서도 나름의 정의를 위해 악과 싸우는 탐정은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는 야수 같은 존재다. 위법과 폭력의 경계선을 넘나들어야 하는 기구한 운명의 탐정은 하드보일드의 주인공으로 적격일 수밖에 없다.
조지 펠레카노스가 창조한 워싱턴의 사립탐정 데릭 스트레인지는 중년에다 흑인이니 주류 어디에도 낄 수 없는, 존재 자체가 아웃사이더인 캐릭터다.
[영화화 추천 소설] 제2의 <아내가 결혼했다>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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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숨가쁠 것 같다. 관객 500만명을 동원한 <추격자>의 감독이 만드는 차기작은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내리 40시간 좁은 골목길을 내달리는 엄중호의 심경만큼이나 절박할 것 같다. 그러나 한창 시나리오 작업에 매진중인 나홍진 감독의 템포는 조금 다르다. ‘천천히, 아직도 구체적인 구상을 모두 마친 상태는 아니’라는 말로 한 발짝 물러선 채, 그는 자신의 차기작 <살인자>(가제)에 대해 조곤조곤 말문을 연다.
<살인자>는 옌볜에 사는 한 조선족의 이야기다. 한국에 밀입국한 부인의 실종 이후, 옌볜에 남아 있던 남자가 밀항을 하고, 굶주림에 지쳐갈 즈음 ‘어떤 사건’(이 사건이 영화를 끌어가는 동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비밀에 붙여둔다)을 맞닥뜨리면서 이내 살인까지 저지른다는 내용.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을 모델로 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는 특정 참고 모델이 없이 온전히 취재에 기인한 창작물이다. 사실 그가 자신의 사정거리에서 한참
[이 감독의 신작이 궁금하다] 나홍진 감독의 <살인자>(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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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감독이 다시 주유소를 털러 나섰다. 첫 번째 습격 이후로 딱 10년 만이다. 강산도 변할 세월이 지난 작품을 다시 들고 나왔지만, 이만큼 ‘김상진답다’고 할 작품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현실에서는 어울리지 않을 사람들이 함께 난장을 벌이고, 그 속에서 권력관계가 역전되는 상황을 드러내는 김상진 식의 코미디는 <주유소 습격사건>을 통해 첫 시작을 알리지 않았던가. 감독도 <주유소 습격사건>이 유독 예쁜 자식이라는 걸 숨기지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아홉 번째 작품이 됐지만, 원래는 열 번째 작품으로 <주유소 습격사건2>를 만들려했던” 계획도 마찬가지 이유였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 한 가지. 10년 전, 주유소를 습격했던 이들과 10년 뒤인 지금 습격을 감행할 이들의 세대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처럼 <주유소 습격사건2>는 김상진 감독이 자신의 영화적 스타일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지난 10년간 바라본 젊음의 변화를
[이 감독의 신작이 궁금하다] 김상진 감독의 <주유소 습격사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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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사랑해, 말순씨>의 박흥식 감독이 ‘무협영화’를 찍는다. 칼을 든 무사들이 등장하는 진짜 무협영화다. 감독 본인은 이제 “의외라는 시선들에 신경 쓸 시기가 지났다”고 하지만, 그래도 전작 3편에 이어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까지를 봤을 때 박흥식 감독과 ‘무협’의 관계는 의외의 만남이다. 하지만 이 무사들이 여성이라면 어떨까? 이 경우에는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전작들에서 화장품 가방을 든 여자(<사랑해, 말순씨>)와 때밀이 수건을 든 여자(<인어공주>)를 그렸던 박흥식 감독이 이번에는 ‘칼을 든 여자’를 탐구하는 것이다. 제목하여 <협녀>다.
영화의 배경은 중기에서 말기로 접어드는 고려다. 무신정변이 일어나면서 남자라면 누구나 권력의 아귀다툼에 칼을 들이밀던 이때, 변방에 위치한 어느 항구마을에 세 가족이 나타나 찻집을 차린다. 어미로 보이는 50대의 눈먼 여자는 차를 팔고, 누이로 보이는 20대
[이 감독의 신작이 궁금하다] 박흥식 감독의 <협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