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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일부터 폐막일까지 날짜별로 엄선한 스무편
8일(목): <굿모닝 프레지던트> Good Morning President /개막작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대통령 중에서도 역사적으로 유명하거나 커다란 사건과 스캔들을 일으켰던 인물을 중심으로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 있다. 다른 하나는 역사적 인물과는 상관없이 상상적인 대통령을 그려내는 경우다.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후자에 가깝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상상적 대통령 속에 현실적인 모습을 기입하면서 한국의 역사를 돌아보게 만든다.
장진의 영화는, 그가 구사하는 유머처럼, 반대가 되는 지점에서, 청개구리처럼 출발하기를 좋아한다. 그의 가장 매력적인 작품 중 하나인 <아는 여자>가 사소한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공통으로 지닌 집단화된 추억을 끄집어내는 방식(그것은 야구 자체일 수도 있다)이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공적인 대통령 속에 담긴 사적인
[PIFF2009] 뭘 봐야할지 모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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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기봉은 국제적으로 이미 이름을 알린 다른 홍콩감독들이 수시로 영화제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달리 자신이 뿌리를 내린 홍콩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대부분 홍콩을 중심으로 제작하여 (그 뒤 중국 관객을 염두에 두기도 했지만) 소재의 토속성이 아주 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살아 숨쉬는 홍콩의 느낌과 사회 분위기에 대한 감상을 그려내고 어떤 경우에는 정치에 관한 비유도 묻어난다. 그의 이러한 홍콩에 대한 자각은 그를 앞 세대의 상업영화 감독 중에서도 특별히 뛰어난 실력의 감독으로 홍콩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두기봉의 영화는 다루는 소재와 촬영 스타일은 다양하지만 정작 본질이나 목적은 변함이 없었다. 그의 독특한 영화사상에는 항시 무협영화사상이 뿌리 깊이 내리고 있었으며 캐릭터마다 협객의 기개를 지녔다. 그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근 10년 내 비관적인 전망의 홍콩영화산업에서 영웅과 영웅의 기개를 표현해낼 수 있었던 많지 않은 감독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무협영
[PIFF2009] 강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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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영화제가 엊그제 같더니 어느덧 14회까지 왔다. 하긴 횟수를 세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미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성장했다. 이에 <씨네21>의 추천작들을 엄선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상용 프로그래머의 리뷰부터 올해 한국영화의 주목할 만한 경향을 짚어보고, 올해 부산을 찾는 홍콩영화계 최후 거장 두기봉에 대한 홍콩 영화평론가 사이먼 신의 시선을 엿보며, 끝으로 영화제 기간동안의 날짜별 스무편의 추천작을 골랐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8일 개막하며 예매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부산에서 만나자!
단순한 낭만성을 벗어 던지고
상영작을 통해 본 한국영화의 새로운 혹은 진행 중인 물결에 관하여
<씨네21> 독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친숙한 두명의 평론가가 만든 영화가 올해의 한국영화 중 가장 중요한 목록일지도 모른다. 정성일의 <카페 느와르>와 김소영(‘김정’ 감독으로 소개된다)의 &l
[PIFF2009] 해운대에 ‘영화 쓰나미’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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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메이드 드라마’, ‘명품 드라마’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인터넷 팬카페라든지 웹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탐나는도다> 갤러리’(이하 탐도갤)에서 터져나오는 반응은 상상을 초월하게 뜨겁다. 매회 방영될 때마다 새로운 글이 수백건씩 올라오고 주연배우를 향한 애정 공세는 지금까지 ‘마니아 드라마’라고 일컬어지는 그것들에 비해 단연 압도적이다. 그 폭발적 반응의 이유는 무엇일까.
“나, 일리암만 찾으면 떠날 거우다.” “어느 암자인지 내 알바 아니나, 비구니가 되겠다는 결심을 미리 하지는 말아라.” 지난 주말 <탐나는도다>를 보다가 이 부분에서 빵 터졌다. ‘윌리엄’이라는 이름을 ‘일리암’이라 발음하는 것을 두고 진지하게 암자 운운하는 대사를 알아들으려면 사실 이 드라마를 처음부터 봤어야만 가능했다. 1회부터의 진정한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은밀한 유머 코드. 결론부터 말하자면 MBC 여름 특선 주말드라마 <탐나는도다>는 한
탐스러운 이 드라마 쭈욱 ‘닥본사’ 하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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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꽤 걸렸다. 후련하지 않은가.
= 글쎄, 막상 끝내려고 하니까 좀 섭섭하다. 너무 오래해서 그럴까? 나도 모르게 정이 많이 든 것 같다. (웃음)
- 예전 인터뷰를 보면 항상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영화를 고민하는 게 보였다. 상업영화감독으로서는 당연한 거지만, 그런 기대가 <불꽃나비>에서는 더 크지 않을까 싶다.
= 앞으로는 아예 그런 거 안 하려고 한다. (웃음) 두 작품 다 상업적으로는 성과를 못 내지 않았나. 나는 항상 관객과 만나려고 했다. 그러면서 흥행성 면에서 모자란 부분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감동 코드나 드라마트루기에서 관객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와니와 준하>는 성의있게 만든 작품이지만 친절하지 않았다. 당시 내가 가진 실력의 한계였다. 하지만 <불꽃나비>도 두렵고 걱정스럽다. 나는 한다고 했는데, 만약 또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때는 내 한계를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 <불꽃나비
[김용균] 멜로, 하면 할수록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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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이기에 앞서 국모였던 명성황후의 죽음은 언제나 슬픔보다 분노가 먼저였다. 명성황후를 그렸던 수많은 사극 드라마들, 소설들, 그외 또 다른 이야기들은 그녀의 죽음을 역사적 맥락에서 묘사했다. 시아버지인 흥선대원군과의 정치적 갈등, 한반도를 점령한 뒤 대륙으로 전진하려던 일본의 압력, 그 속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황후. “내가 조선의 국모다”란 한마디를 남기고 의연한 태도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일화도 분노의 신화에 일조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정말 두렵지 않았을까? 이 질문은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출발점이다. 여성으로서의 명성황후, 그리고 그녀를 지킨 일개 무사의 충정어린 사랑이 영화의 요체다.
이야기는 한 여자의 운명적인 외출로 시작한다. 고종과의 혼례를 앞둔 어느 날, 자영(수애)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바닷가를 찾는다. 밤에는 자객으로 낮에는 뱃사공으로 살던 무명(조승우)은 우연히 그녀를 배에 태운다. 자영은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불안감을 털어놓고,
<불꽃처럼 나비처럼> 그녀는 정말 두렵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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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내 운명>에 이어 다시 사랑 이야기를 꺼냈다.
= 뭐 크게 벗어나겠나. 사랑 이야기라 해도 이번에는 사랑의 감정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이 삶인 사람들, 삶이 곧 사랑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일반적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들여다보면 설렘, 열정, 욕심, 욕망 뭐 그런 것들인데, 이번에는 조금은 포괄적인 사랑을 보여주려 했다. 그게 가족의 사랑이든 부부간의 사랑이든 조금 더 넓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배경이 6인용 병실이 되는데 그것도 비슷한 차원에서였나.
= 좀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그리고 <그놈 목소리> 이후 내가 관객을 부담스럽게 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사회적인 목적이든 뭐든 뭔가 분명한 목적과 의도를 가진 영화를 만들어왔는데 그러다 보니 때로 선동도 해야 했다. 관객이 이런 데 부담을 갖는 게 아닌지 고민이 됐고 나 스스로도 부담이
[박진표] 실화에 대한 강박관념은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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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표 감독의 네 번째 장편 <내 사랑 내 곁에>는 외견상 그의 전작들과 달라 보인다. 실제 노인 커플을 출연시킨 <죽어도 좋아!>, 에이즈 걸린 여성과 농촌 총각의 이야기를 다룬 <너는 내 운명>,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극화한 <그놈 목소리>까지 그는 실화를 소재로 삼아왔다. 방송사 시사교양 프로듀서 출신답게 그는 실화를 매개 삼아 사회적 반향이 강한 메시지를 던져왔던 것이다.
<내 사랑 내 곁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을 뿐 아니라 특별한 메시지 또한 담지 않은 영화다. 그렇다고 그가 과거와 완전히 결별했냐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세련미있게 가공되지 않은 감정의 직접적인 분출, 세상의 순정함에 대한 믿음, 영화적 스타일보다는 배우 연기의 극대화 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중심에는 종우(김명민)와 지수(하지원)가 있다. 감각과 의식은 멀쩡한데 육신이 마비되는 루게릭병에 걸린 종우는 이제 막 마지막 혈육인 어머
<내 사랑 내 곁에> 죽음과 정면대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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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은 유난히 연휴 기간이 짧다. 그렇다고 이 특수를 겨냥한 영화들의 관객 쟁탈전이 미지근한 건 아니다. 올해 추석 시즌을 겨냥해 개봉하는 영화는 9월24일과 10월1일 개봉작을 모두 합쳐 12편이다. <페임>이나 <게이머> <써로게이트> 같은 외화들의 위력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올해 또한 추석 시즌의 한국영화 강세라는 전통은 이어지는 듯하다. 이중에는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졌지만 톡 쏘는 개성을 자랑하는 <나는 갈매기> <날아라 펭귄> <지구에서 사는 법>도 있지만, 아무래도 규모나 대중성을 고려한다면 박진표 감독의 <내 사랑 내 곁에>와 김용균 감독의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대결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나란히 시사회를 통해 알맹이를 공개한 두 영화를 감독의 입을 통해 살펴본다.
보름달이 뜨면 전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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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와 류승범의 <추격자>
대한민국 최고의 부검의 vs 시체를 여섯 토막내 버린 희대의 살인마. <용서는 없다>는 정체불명의 범죄자와 그를 쫓는 이의 대결을 그린 스릴러, 이를테면 <추격자> 등과 비슷한 유의 영화다.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고자 혹은 다음 희생자를 구출하려는 의도로 형사 또는 수사관 역할을 떠맡은 누군가는 범인의 주변을 맴돌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이들은 마침내 격돌한다. <용서는 없다>가 여기에 덧붙인 독특한 무언가는 첫 번째 일찍이 살인자가 공개됨은 물론 체포된다는 점, 두 번째 그를 압박하는 주인공이, 다소 독특하게도, 부검의라는 점이다. 밀실에 갇힌 범죄자와 수사관 사이의 두뇌게임을 강조함은 물론, 한국영화에서 전문적으로 다룬 바 없는 부검이라는 영역을 중심축으로 색다른 과학수사를 선보이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한창인 금강 하구둑. 여섯 조각으로 절단된데다 한쪽 팔마저 사라진 여성의 시체가
[하반기 기대작] 12. 용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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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남편을 사랑하다
갑작스런 언니의 미스터리한 죽음. 남은 건 그녀와 살을 맞대고 살았던 언니의 남편뿐이다. <파주>는 살아남은 자들이 겪는 고통이다. 아니, 고통이라고 생각했던 실체가 알고 보니 사랑이었다는 제법 독한 맛의 멜로드라마다. 스스로 차마 인정하기 힘든, 누구에게도 인정받기 힘든 금기의 사랑. 안개 자욱한 파주의 풍광과 함께 펼쳐지는 <파주>는 바로 이 헤어나올 수 없는 희뿌연 사랑을 기술한다.
운동권 대학생 중식. 짝사랑이라는 ‘과거’를 품고 도피하듯 온 파주에서 한 여자를 만나 결혼한다. 불만족스럽던 결혼의 끝은 갑작스런 아내의 사고사였다. 아내에겐 돌아가신 부모를 대신해 돌보던 어린 여동생 은모가 있다. 혈연은 아니지만 가족의 인연으로 맺어진 형부는 죽은 언니를 대신해 그녀의 보호자를 자청한다. 사고 뒤 장장 7년, 이상하게 얽힌 두 남녀의 줄다리기는 모양도 실체도 없다. 사랑보다 미움이, 미움보다 의구심이 앞서는 미스터리한 사랑. 과
[하반기 기대작] 11.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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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의 합격점 받은 시나리오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이하 <백야행>)는 일본의 인기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용의자 X의 헌신>(2008) 등의 원작자로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한 작가다. <백야행>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제목 자체가 익숙한 것처럼 2000년 일본에서 출간돼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올라섰으며, 2006년에는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 출연한 아야세 하루카가 자신의 출연작 중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꼽기도 했던 작품이다.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남자가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피해자가 15년 전 벌어진 살인사건에 관련된 인물임을 알게 된 수사팀은 그 사건의 담당 형사였던 동수(한석규)를 찾아간다. 과거를 회상하던 동수는 피해자의 아들이었던 요한(고수)을 떠올리게 되는데, 당시 14살 소년의 완벽한 알리바이와 유력 용의자의 자살로 수사를 종결했었다. 한편, 재벌
[하반기 기대작] 10.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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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대 초대형 도술이 펼쳐진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했다. 나는 놈이 있으면 기는 놈도 있다 했다. <전우치>는 뛰고 날고 기고 그렇게 다 한다. 지난 <박쥐> VIP 시사회에 참석해 뒤풀이를 하던 <전우치>의 김윤석은 “와이어 연기가 힘들었다”는 송강호의 얘기를 듣고 헛웃음을 켰다. <전우치>는 와이어 연기가 기본이라 힘들다, 아프다 구시렁댈 처지가 못 됐기 때문이다. 와이어와 한몸이 되는 건 당연한 일. <홍길동전>과 함께 대표적인 고전 영웅소설로 꼽히는 <전우치전>에서 캐릭터 모티브를 따와 현대를 배경으로 재창조한 <전우치>는 누명을 쓰고 그림족자에 갇힌 조선시대 도사 전우치(강동원)가 500년 뒤인 현대에 봉인에서 풀려나 세상을 어지럽히는 요괴들에 맞서 싸우는 활약상을 그린다.
전우치는 도술 실력은 뛰어나지만 사실 풍류와 여자에도 제법 관심 많은 젊은 도사다. 봉인에서 풀려나는 조건으
[하반기 기대작] 9. 전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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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는 이별을 통보하고…
나는 그가 90년 만에 맞닥뜨린 첫사랑이다. 그는 나를 죽일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나를 너무나 사랑한다. 그는 나를 사랑하지만, 내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섹스를 할 수는 없다…. ‘금지된 사랑’이라는 닳고닳은 주제를 인간 소녀와 뱀파이어 청년의 하이틴 로맨스 스타일로 풀어낸다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 신참내기 작가 스테프니 메이어는 햇볕 좋은 날 연필 물고 빠져들 법한 백일몽을, 예측 가능한 클리셰를 전부 끌어들이면서도 간질간질한 궁금증을 놓치지 않은 채 소박하게 끌고 갔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대성공이었다.
주인공 벨라와 에드워드의 이어질 듯 말 듯한 안타까운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1편 <트와일라잇>과 달리 2편 <뉴문>은 녹록지 않은 작업일 것임이 분명했다. 일단 줄거리상 남주인공 에드워드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다. 뱀파이어 근처에 머무는 한 벨라가 큰 위험에 처할 것임을 인정하게 된 에드워드는 벨라에게 이별
[하반기 기대작] 8. 뉴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