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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해설가에게 “선수로 뛸 거냐?”라고 묻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정치평론가는 “정치 안 하냐?”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지방의원 출신 정치평론가로서 나는 “뭐 하러 그 짓을 또 합니까?”라고 답한다. 물론 평론가로 사는 게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올해도 그렇다. 비민주적인 진행자 교체에 항의해 한 프로그램을 떠나기도 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 몇몇은 나를 모략하며 특정 정당 출신이라는 허위 사실을 씌웠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봤자 정치하는 것보다는 편하다.
의원은 신기한 직업이었다. 의회에서 관료나 다른 정치인과 치열하게 다투는 일, 길거리나 행사장에서 행인들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일을 모두 한다. ‘싸우는 감정노동자’랄까. 평론가는 (조회수나 후원에 신경을 끈다면) 화면과 지면에서 할 말 하고 내려오면 그만이다. 정치인은 늘 표와 역학을 의식해야 한다. 당선하는 정치인은 소수고, 임기 끝나면 또 선거다. 돈은 돈대로 깨진다. 공공선에 복무하는 이타심으로 이 모든 것
[김수민의 클로징] 극한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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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이훤 앓이의 시작을 알리는 <해를 품은 달> 속 이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여진구 배우를 만났다.
16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서늘하면서도 깊고 큰 눈망울에 낮은 목소리.
잊으려 해도 잊지 못할 소년 같은 배우가 <하이재킹>에서 첫 악역으로 변신한 모습을 보니 그의 30대, 40대가 더 기대된다.
[archive] 어린 시절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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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 서울 메트로폴리탄의 한 아파트. 이곳엔 인간을 돕기 위해 제작됐지만 지금은 주인에게 유기된 로봇 헬퍼봇들이 모여 거주한다. 헬퍼봇 올리버는 자기를 다시 찾으러 오겠다는 옛 주인 제임스의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일상을 산다. 어느 날 배터리 충전기가 고장난 또 다른 헬퍼봇 입주민 클레어가 올리버의 방문을 두드린다. 기종이 다른 두 로봇은 아옹다옹 다투지만 금세 서로를 궁금해하는 이웃이 된다. 제주도에서 반딧불이를 보는 것이 꿈인 클레어는 올리버 또한 제주도에 사는 제임스를 만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윽고 올리버와 클레어는 함께 제주도로 떠난다.
인간을 찾아 나선 두 로봇이 인간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는 감정을 알아간다. 인공지능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 숱하게 마주한 로그라인이지만 <어쩌면 해피엔딩>은 특유의 ‘오래된 것들’로 작품을 채우며 극의 분위기와 내러티브를 따스하게 감싼다. 무성영화 상영 극장처럼 무대 위에서 재즈풍 넘버의 라이브 연
[CULTURE 스테이지] 어쩌면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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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커플이 함께 출연하는 <환승연애> 시리즈 이후 연애 프로그램엔 고유의 컨셉이 중요해졌다. 남매의 연애를 응원하는 <연애남매>, 퀴어 리얼리티를 담은 <남의연애>, 동명의 원작 웹툰을 기반한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까지 화제에 오른 프로그램들은 모두 독특한 기획의 힘을 받았다. 이번엔 무속신앙이다. <신들린 연애>는 신점, 타로, 사주 등 다양한 영역의 점술가가 모여 짝을 찾는다. 본래 연애라는 게 불안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래를 예견하는 점술가들은 한치 앞을 내다보고 각자의 문제에 대비할 수 있을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실제로 신점, 타로 등을 운영하는 곳들이 2030세대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운세 애플, 사주 상담 AI 챗봇 등이 각광받는 현대사회에서 <신들린 연애>는 젊은 세대가 막연한 불안을 해소하는 방식을 정통으로 차용했다. 무당 출연자들이 신내림을 받게 된 과정과 그 과정을
[이자연의 TVIEW] 신들린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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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넷플릭스 | 12부작 / 연출 김용완 / 출연 설경구, 김희애, 이해영, 김미숙 / 공개 6월28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괴물에 맞서기 위해 기꺼이 괴물이 되겠다
<돌풍>은 권한대행직에 오르기 위해 현직 대통령을 시해하는 동호(설경구)의 모습으로 막을 올린다. 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넣고자 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부패 기득권 청산이다. 수진(김희애)을 비롯한 정경유착의 주범들은 살아남기 위해 여론과 법의 빈틈을 교묘히 공략한다. 궁지에 몰린 동호에게 남은 것은 대의를 부르짖는 올곧은 신념뿐이다.
<더 글로리> <소년심판> <비질란테>. 대한민국에는 지금 뜨거운 사적제재 열풍이 불고 있다. ‘정의로운’ 구원자는 법과 원칙을 대신해 악인을 심판하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넷플릭스 <돌풍>의 동호도 마찬가지다. 정의를 위해 제 한몸 불사르겠다는 그는 정치 혐오에 빠진 국민이 그토
[OTT 리뷰] ‘돌풍’ ‘가족이라서 문제입니다’ ‘팬시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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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트루먼 쇼
오랜만에 다시 꺼내 본 영화인데 처음 봤을 때의 충격 그대로였다. <트루먼 쇼>를 처음 봤을 때도 충격과 후유증이 상당했었는데, 시간이 흘러 다시 봐도 그 충격은 여전했다. 오히려 전엔 몰랐던 디테일들이 보여 더 박진감 넘치게 봤다. 핸드폰 배경화면도 <트루먼 쇼>의 명장면으로 해뒀다.
조PD <친구여>(Feat. 인순이)
어릴 때 정말 인기가 많은 가요였고 그땐 그저 신나는 곡으로 즐겼었다. 예전 노래를 좋아하는데, 최근에 다시 들으니 이렇게 가사가 와닿고 가슴 찡하게 만드는 곡인 줄 몰랐다. 원래 하나에 꽂히면 반복해서 듣는 편인데 최근 가장 많이 듣는 곡이고 거의 반복하듯 듣는 것 같다. 가사가 정말 좋다.
배움
연기 그리고 무술과 승마 등을 배우고 있다. 새롭게 접하
[LIST] 박서함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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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나 단체 따위의 주의·정책·의견 따위에 찬동하여 이를 위하여 힘을 쓰는 사람. 지지자(supporter)의 국어사전 정의다. <수카바티: 극락축구단> 속 서포터스 RED는 지지자의 사전 정의에 정확히 부합하는 행보를 보인다. 2000년대 초반 서포터스 RED는 K리그의 강팀 안양LG치타스의 팬덤이‘었’다. 하지만 2003년 안양LG치타스는 시즌 종료 후 돌연 연고지를 서울로 이전하고, 이 과정에서 RED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응원 팀을 잃은 RED는 대기업과의 대치도 불사하며 시민구단을 세우기 위해 9년여간 험난한 싸움을 이어나간다.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은 RED의 투쟁기를 취재한 다큐멘터리다. 이들의 절실한 몸부림이 가져올 극기정신이 관객에게 어떤 열정을 고무할지 기대를 모은다. 실제 안양시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나바루 감독과 다큐멘터리 <B급 며느리>를 연출한 선호빈 감독의 공동 연출작이다. 제15회 DMZ국
[Coming Soon] ‘수카바티: 극락축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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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영화협회(BFI)의 2024 여름 시즌 프로젝트인 ‘스톱모션: 대형 스크린에서 만나는 수작업 애니메이션’의 티켓 판매가 시작됐다. 8월1일부터 9일까지 BFI 사우스뱅크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엔 1933년 제작된 <킹콩>을 포함해 <아르고 황금 대탐험> <치킨 런> <유령신부> <코렐라인: 비밀의 문> <판타스틱 Mr. 폭스> <아노말리사> 등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중요한 작품을 모두 모아 상영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코렐라인: 비밀의 문>의 헨리 셀릭, <치킨 런>의 피터 로드, <월레스와 그로밋>의 닉 파크,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의 기예르모 델 토로 등의 감독들이 행사의 특별 게스트로 참석한다.
이번 행사의 주요 후원사인 라이카 스튜디오는 8월12일부터 10월1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무료 전시회 <라이카: 프레임 x 프레임>도 연다
[런던] 수작업 애니메이션의 맛, 8월부터 10월까지 런던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스톱모션애니메이션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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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4일 한국영화산업위기극복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 소속 16개 단체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과 함께 멀티플렉스 영화관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6월26일 소비자·시민사회단체가 티켓값 담합과 폭리 혐의로 멀티플렉스 3사를 공정위에 신고한 지 8일 만이다. 이하영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세로 접어들던 2022년 한국영화계는 멀티플렉스 3사의 세 차례 티켓 가격 인상으로 회복세가 가로막히고 있다”며 “2020년에서 2022년 사이 멀티플렉스 3사가 영화 티켓값을 인상했지만, 수익배분을 위한 객단가는 2022년을 기점으로 떨어지고 있어 영화 투자와 제작을 멈추는 실정”이고 “극장측은 회사 기밀을 이유로 통신사 할인을 포함한 상세 부금 내역을 밝히지 않고 있어 불공정 정산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화인연대는 멀티플렉스 3사가 “정산에 관한
[포커스] 급격한 티켓값 담합부터 ‘깜깜이’ 정산까지, 극장 불공정 정산 문제 공정위 신고 관련 영화인연대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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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에서 들려온 소식 중 특히 기억에 남은 건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은 조지 루카스의 한마디였다. 프랑스 매체와의 인터뷰 중 영화에서 AI 사용에 대한 질문은 받은 조지 루카스는 이렇게 답한다. “중요한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겁니다. 이건 마치 ‘나는 자동차가 잘될 거라 믿을 수 없으니 그냥 말 타는 일에 집중하겠다’라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의견 표명을 할 순 있지만 세상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아요.” <스타워즈>의 창조주는 ILM을 설립해 디지털 기술 전파의 제일 앞자리에 섰던 것처럼 AI도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의 예견처럼 AI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우리는 이미 예정된 미래 속에 들어와 있는지도 모른다.
다른 목소리도 있다. SF 소설가 테드 창은 “인공지능은 의도와 지능이 없다”고 일축한다. 데이터의 축적으로 결과물을 유사하게 모방할 수 있을지 몰라도 창작에 관한 한 인간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예술은 선택의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AI는 과정 없는 영화의 꿈을 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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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단이 주최한 ‘제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지난 6월 30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Ready, Climate, Action 2024!’ 슬로건에 114만6612명이 호응했다. 이 같은 역대 최대 참가자는 기후재난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특히 극장 상영을 비롯해 온라인 상영, TV 편성, 부대행사 및 지자체 특별상영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열렸다. 온라인 참여자 40만 명, 방송 및 IPTV 참여자 70만 명, 오프라인 참여자 5만 명 등과 함께 남녀노소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한 ‘시네마그린틴’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다채로운 영화를 보고 토론하며 기후환경문제를 입체적으로 배우는 기회가 됐다. 작년에 23만여 명이 참여한 이래 올해는 전국 중고등학생 38만4637명이 함께 하면서 점점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SBS와의 협업으로 많은 시청자와 만
지구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폐막… 한국경쟁부문 대상에 임기웅 감독의 <문명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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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의 봉남(김인권).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자영(고아성), 유나(이솜), 보람(박혜수). <박하경 여행기>의 박하경(이나영)까지. 이종필 감독은 언제나 좌절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를 구제하는 방식을 깨우쳐가는 캐릭터들을 그려왔다. <탈주> 또한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필사의 도전을 감행하는 남자들의 활주극이다. 남한으로 탈주하려는 북한군 규남(이제훈)과 동혁(홍사빈), 그들을 끝까지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까지, 세 남자의 질주는 각기 목적이 다르지만 지금의 삶이 끝장에 이르자 새로운 삶을 찾아 도주하려 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과정에서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당황하거나 우회하지 않고 모두가 직진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이종필 감독과의 대화를 전한다.
- 연초 <씨네21> 2024년 한국영화 기대작 특집에서 <탈주>를 “결국 누구든 내 것이라고 느낄 만한 이야기”라고 요
[인터뷰] 뺄셈한 자리에 스스로를 대입하는 영화, <탈주> 이종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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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가 오는 7월3일 베일을 벗는다. 배우 구교환을 향한 배우 이제훈의 공식 석상 프러포즈로 성사된 투톱 캐스팅,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중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백상예술대상 작품상까지 거머쥔 이종필 감독의 신작. 개봉 전 <탈주>를 향해 쏟아진 무수한 기대만으로도 영화의 무적질주는 분명해 보였다. 여기에 <탈주>는 빤할 수밖에 없는 구도의 탈주극을 변주하고 보강하며 달음질에 추진력을 더한다. <탈주>가 꾀한 몇 가지 설정을 정리한 리뷰를 전한다. 이어 이종필 감독이 <탈주> 속 두 주연배우의 인터뷰 배턴을 건네받아 영화에 남는 의문들을 명쾌하게 해석해줄 것이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도망자와 추격자. 둘 중 누구를 주체로 상정하든 <탈주>는 속도와 방향이 정해질 수밖에 없는 영화다. 현상(구교환)은 쫓을 것이고 규남(이제훈)은 쫓길 것이며 두 사람은 달릴 것이다. 일방향의 구도
[기획]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사이의 긴장 ′어떻게′와 ′왜′로 돌아보는 <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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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산하 빌리프랩 소속의 보이그룹 엔하이픈은 뱀파이어 세계관을 토대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그룹이다. 특히 광고업계 출신 유광굉 감독이 연출한 컨셉 트레일러 <다크 블러드>(DARK BLOOD), <오렌지 블러드>(ORANGE BLOOD) 연작은 K팝 산업에서 새로운 비주얼을 시도한 역작으로 손꼽히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정규 2집 《ROMANCE : UNTOLD》 발매를 앞두고 선보인 컨셉 시네마는 보다 영화적인 내러티브와 룩을 지향하며 이충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광고업계에서의 경력을 시작으로 삼성전자와 협업한 단편영화 <하트어택>을 연출하는 등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펼쳐온 이충현 감독에게도 아이돌그룹과의 컬래버레이션은 처음이다.
- 엔하이픈은 정해진 세계관이 확고한 그룹이다. 연출 제안을 받은 후 기존의 콘텐츠를 학습해나가는 과정이 있었을 텐데.
= 유광굉 감독이 연출한 엔하이픈의 컨셉 트레일러를 알고 있었다. 재미있는 시도
[인터뷰] 옛날 청춘영화 같은 룩을 구현하고자 했다, 엔하이픈 정규 2집 컨셉 시네마 <로맨스: 언톨드>(ROMANCE : UNTOLD) 연출한 이충현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