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닥터 프리즈너> 역시 한회에도 수차례씩 상대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을 꾀한다. 교도소에 수감된 재벌, 정치인, 연예인을 관리하고 ‘없던 병을 만들어’ 형 집행정지로 이득을 취해온 서서울교도소 의료과장 선민식(김병철)과 그 후임 자리를 노리는 나이제(남궁민)의 대결과 재벌가 경영권 승계가 얽혀 있다. 드라마는 주역간의 싸움이나 조력자와의 관계에 의리나 믿음을 배제한다. 필요와 가치, 지불과 보상으로 작동하는 세계에서 ‘기르던 개’ 운운하는 건 의미가 없다.
호젓한 수목원에서 만난 선민식과 나이제는 북아프리카 아카시아에서 수액을 얻는 진딧물과 개미에 관한 비유를 나눈다. “수액하고 꿀 내놓으시죠”라는 대사에 빵 터졌지만, 개를 잡네 마네 소리보단 훨씬 낫다. 해질녘, 저기 멀리서 오는 상대가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온 늑대인지 식별하기 어려운 때를 빗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닥터 프리즈너>의 나이제는 무엇을 해치러 오는지를 숨긴다. 개미와 진딧물의 시간이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