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배경은 행성이되 주인공은 납치된 인간과 ‘인간적’인 외계인들이다. 상상력을 동원하면 외계인들이 <전원일기>를 보고 양촌리 사람들을 납치해 농사를 배우려 하는 셈인데,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일어나는 문제가 라비다 행성에서도 이어진다. 소설 초반까지는 라비다 행성이 유토피아처럼 그려진다. 하지만 깊숙이 들어가면 이곳에도 계급, 세대에 따른 갈등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전쟁을 일으키며, 문제를 왜곡되게 보도하는 미디어가 존재한다. 역설적인 것은 이 문제를 외부에서 들어간 인간들이 해결한다는 것이다. 배경이 지구가 아니라며 짐짓 SF소설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은 지구 밖의 상황을 빗대 인간과 지구를 풍자한다. 다만 풍자의 방식이 직설적이지 않고 은유적인데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만드는 사건들이 소소하게 이어진다.
슬픔이 왜 있어요?
“당신의 작은 위 안에 얼마나 큰 슬픔이 들어있는 건가요?” 도로마디슈가 물었다. “슬픔은 위가 아니고 마음에 있어요.” 재이니는 나직이 말했다. “슬픔이 왜 거기 있어요? 마음은 먹는 겁니다.” (2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