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위는 정윤석 감독의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에 돌아갔다. “청년 세대를 바라보되 다큐멘터리가 유지해야 할 거리와 온도를 엄수했다. 착하고 예쁜 다큐멘터리는 많아도 이처럼 냉철하면서 따뜻한 다큐는 드물다.”(송형국) 대체로 시대와 호흡하는 주제적인 접근과 꾸밈없이 솔직한 만듦새가 조화를 이룬다는 평이다. 사실상 동률이라도 봐도 무방할 정도로 미세한 차이로 순위가 갈린 7위는 홍상수 감독의 <그 후>다. “홍상수의 세계를 차갑게 내려다보는 느낌”(듀나), “과거를 해부하고 있지만 사실 도래할 시간들, 나아가 불멸에 대한 영화”(송효정)라는 평처럼 이슈는 상대적으로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많이 가져갔지만 <그 후>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한해에 2편의 영화를 개봉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두 영화가 모두 상위의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홍상수의 존재감을 증명한다. 8위는 한재림 감독의 <더 킹>이다.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를 진부하지 않게 전달하는 연출력과 형식미의 승리”(조재휘)인 이 영화는 한국 대중영화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척도이기도 하다.
9위는 이준익 감독의 <박열>과 이창재 감독의 <노무현입니다>가 공동 선정되었다. <박열>은 “특별한 가공 없이 역사적 사실만을 간결하게 담아 보여준다”(황진미)는 점에서, <노무현입니다>는 “인물과 현상에 대한 균형 있는 연출”(김현수)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대를 반영하고 읽어내려는 영화들이 꾸준히 순위권에 머문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올해의 과소평가, 과대평가 작품에 대한 평은 다양하게 쏟아졌다. 표가 집중되지 않는 가운데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가 올해 과대평가, 정지우 감독의 <침묵>이 과소평가로 다수 언급되었다. 분분했던 의견들처럼 2017년 한국영화는 두드러지는 성취나 모험적인 시도를 찾아보기 어려운 가운데 역사나 실존 인물을 다루는 등 몇 가지 경향으로 정리되는 한해였다. 다만 그 와중에도 여전히 믿고 보는 몇몇 감독들과 함께 신인감독들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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