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을 지키지 못했던 엄마(김미경)를 꿈인가 싶게 다시 만난 진주(장나라)가 종일 엄마를 따라다니는 장면이 있다. 마치 자기 아기의 손짓 발짓에 눈을 떼지 못하듯 “아이고 엄마”, “아휴 엄마” 소리를 내는 걸 보면, 자신도 엄마가 된 38살 딸이 엄마를 애틋해하는 모습이 딱 저럴 것 같았다. 20살 청춘으로 돌아가서도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걱정하는 진주는 불행하다는 감정만 남았던 현재에서도 울고, 과거로 와서도 자주 운다.
영업사원인 진주의 전남편 반도(손호준)도 운다. 거래처 접대와 인격모욕을 겪는 삶이 버거워서 울 때는 접대 관행에 연루되어 있는 남자의 눈물 따위 자업자득이라고 중얼거렸다. 결혼이 주제인 드라마에서 후회하는 남자의 눈물이란 참고 살아야 하는 여성에게 연민의 재료로 주어지는터라, 못난 자신이 서러워 울어도 거리를 두고 보게 된다. 하지만 딱 한번. 장모가 좋아하던 포도 상자를 두러 진주의 집 앞에 왔다가 “나도 너처럼, 장모님이 보고 싶었다고” 울먹일 때는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사후적인 말이 결코 겹치지 못하는 자리가 여기겠구나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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