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마르셀 바레나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100미터>는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건 물론 시력까지 잃어가는 주인공이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한다는 기본 줄거리만 보면 자칫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를 상상하기 쉽지만, <100미터>는 의외로 밝고 코믹한 색채를 지닌 영화다. 특히 냉소적인 라몬과 무뚝뚝한 장인 콤비가 보여주는 만담에 가까운 말싸움과 이들의 독특한 훈련 방법은 유쾌한 웃음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끝에 찾아오는 단순하고도 묵직한 결말은 실제 인물의 기록 영상과 함께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을 안겨준다. 흔한 ‘인간 승리’의 상투적인 이야기로 간단히 정리하기에는 그 안에 녹아 있는 다양한 의미의 결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