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는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가 도슨트가 되어 관람객이 된 독자들에게 서재 곳곳을 해설해주는 구성이다. 저자는 구간별 도서들을 소개하며 언제, 어떻게, 왜 그 책을 읽었으며 어떤 책이 도움이 되는지 등에 대해 솔직한 생각들을 풀어놓는다. 그가 가장 먼저 소개하는 구간에 꽂힌 책들의 주제, 즉 탐닉하는 주제는 ‘죽음’이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 200명과의 인터뷰를 담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과 죽어감>을 살펴본 후 본인의 저서인 <뇌사> <뇌사 재론> <뇌사 임조 비판> 등을 소개하며 죽음의 판정 기준이라는 민감한 사회문제로까지 논의를 확장시킨다. 미시적인 주제는 다음 칸의 서적들과 이어지며 논의를 넓힌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이 책을 통해 신학, 철학, 인류학, 물리학, 생물학, 민속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독자들에게 풍부한 지적 활동의 계기를 제공한다. 한편, 사진작가 와이다 준이치가 서재 한칸 한칸을 정밀하게 촬영해 담아낸 사진도 볼 수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의 서재
서가를 보면 자신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가 보인다. 나는 비교적 책을 처분하지 않는 인간에 속한다. 고교 시절에 산 책이 지금도 여러 권 있고, 대학 시절에 산 책은 수백권, 아니 얼추 천권은 아직도 보유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책의 책등을 보기만 해도 내가 그 책을 사서 읽었던 시기의 추억이 잇따라 되살아난다. 그 무렵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에 고뇌했으며 또 무엇을 기뻐했던가, 책과 함께 그런 추억들이 되살아온다. 나의 분노와 고뇌가 책과 함께 있었음을 떠올린다. 어쩔 수 없이 더러워진, 여기저기 얼룩진 책일수록 버리기 힘든 것은 그 책을 되풀이해서 읽고, 줄을 긋거나 메모를 했던 추억이 거기에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진만으로는 다 알 수 없을 테지만, 어쨌든 그러한 책들이 서가 여기저기에 꽂혀 있다.(7쪽)
하나의 주제를 기점으로 취재할 것들이 점차 증식되어가는 것, 이것이 제가 일을 하는 방식이죠.(297쪽)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