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이 마모루는 <공각기동대>(1995), <이노센스>(2004) 등 애니메이션과 <다치구이시 열전>(2006) 등 실사영화를 종횡무진하며 자신의 거대한 필모그래피를 활발히 키워나가고 있다. 하지만 관객의 호불호는 비교적 뚜렷했다. 사이버펑크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시기에 쏟아졌던 찬사가 무색하게도, 많은 관객이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발표된 오시이 마모루의 실사영화에는 난색으로 일관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세계관, 광활한 우주의 이미지, 디스토피아에 가까운 황폐한 자연 등 오시이 마모루 월드의 종합판이라 할 만한 <가름워즈: 마지막 예언자>는, 실사영화들의 패착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점철된 배경과 실제 배우들간의 이질감은 여전하다.
공들인 티가 역력한 오프닝의 대규모 전투 신은 그 화려한 비주얼만으로도 관객의 환심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이와 같은 쾌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3D게임 속 부가영상을 보는 듯한 뒷맛만 남기고 금세 휘발된다. 그 이후부터는 장황하게 세상을 고민하는 대사들과 필요 이상으로 느리게 펼쳐지는 우주 풍경과 인물의 움직임이 계속 이어진다. 두 번째 파트 ‘또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은 영화의 단점을 집약한다. 거의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채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스스로 모른다면 어디로 갈지 모를 수밖에” 같은 아포리즘이 가만히 앉은 인물들 사이에서 오가는 게 전부다. 다른 파트 역시 간간이 긴장 없는 액션이 얼마간 가미되는 것을 제외한다면 영화의 지루함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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