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화가>는 화가와 드라이버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악행과 맞서는 이야기다. 그 악의 대상은 여성을 극악스럽게 대하는 남성들이다. 두 남자는 마치 신의 대리자처럼 이 악한 남성들 앞에 나타나 그들의 장기를 꺼낸다. 그리고 장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건네 새 생명을 얻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난 화가>는 메시지가 확실하다. 화가와 드라이버의 역할도 분명하게 부여돼 있다. 화가는 자신이 하는 이 일이 마치 자신의 소명인 것처럼 흔들림 없이 해나간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더럽혀진 마음을 속죄하듯 그림을 그리며 자신을 다잡는다. 한편 드라이버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남자에게 무참히 당하는 걸 보며 내적 갈등을 겪는다. 제3의 피해자 여성이 아닌 자신의 애인이 피해자가 된 상황은 그에게 전혀 다른 국면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화가와 드라이버의 행동의 명분은 그럴듯한데 이들이 무슨 감정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잘 읽히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과도하게 생략된 두 사람의 대화 혹은 대사, 그리고 그들의 전사 때문일 것이다. 간간이 선문답처럼 주고받는 두 남자의 말만으로는 폭력적 남성들을 처단하기 전후의 이들의 감정의 변화를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두 남자는 단죄로 어떤 환기를 겪고 있는가. 그걸 판단할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관객은 어떠한 감정도 만들지 못한 채 애매한 상태로 오직 화면만을 좇아가게 된다. 충분히 강렬한 인상을 남길 만한 미장센이 과부하처럼 느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