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수 감독은 <301/302>를 거쳐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까지 섹스와 삶의 여러 측면들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함수관계를 탐구해왔다. 이번 영화 <베드>는 ‘침대’라는 사물을 매개로 ‘베르테르의 침대’, ‘에로틱한 욕망’, ‘편안한 꿈’ 세개의 챕터를 통해 B, E 그리고 D라는 세 남녀의 섹스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인생은 침대에서 시작되어 침대에서 끝난다”라는 인상적인 문구로 시작한다. 허나 침대를 상징으로 해 삶을 이야기하기에는 시간상으로도, 장면의 분량상으로도 ‘베드신’이 영화의 다른 모든 맥락을 압도해버린다. 정작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침대는 남녀의 성행위가 이루어지는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몇몇 좋은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장면마다 현실성의 층위가 너무 달라서 연출한 의도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런 ‘자유분방함’이 감독이 전작(前作)에서 내걸었던 질문, 즉 “영화적 엄숙주의, 영화적 형식주의를 깨뜨릴 수 있을까?”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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